텃밭일기

봄날의 유채(겨울초)김치의 맛

nami2 2023. 3. 7. 22:39

기온이 20도를 넘나들면서 본격적인 봄이 된듯

한낮의 따뜻함은 들판을 온통 꽃향기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러나 마냥 좋아 할 일만 아니라는 것은 텃밭에서

월동했던 채소들 까지도
꽃대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 유감스럽기 까지 했다.
그동안  꽃샘추위 때문에 움츠렸고
차거운 바람 때문에 눈치를 봤던 이른 봄날의 시간들이
갑자기 마음을 성급하게 하는 것은 무슨 조화인지?

인간이 어떻게 자연의 힘을 이기겠냐만은
날씨의 변화에 순응하는 텃밭채소들은 날씨가 춥거나말거나

바람이 불거나말거나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는 할말이 없어졌다.

월동했던 채소들은 야속하게도 한꺼번에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채소들이 꽃대를 올리기 시작하면

맛이 없어진다는 것을 잘알기에 포기 해야 하는 채소와

서둘러서 뜯어 먹어야 하는 채소들을 구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유채(겨울초) 김치를 담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길래

시간과 상관없이 늦은 오후에 밭으로 나가봤다.
유채김치는 이때 아니면 맛이 없다는 것을 텃밭농사 지으면서 알게된 사실이었다.
조금이라도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질기고 씁쓰레한 맛이 생겨난다는 것...
그래서 다 늦은 저녁에 청승을 떨러 밭으로 간 것이다.


겨울동안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잘 키웠던 청경채는
본격적인 봄이 되면서 한번도 뜯어먹지 못하고 포기를 해야 했다.

 

고라니에게 빼앗긴 후 , 조금 더 안전하게 비닐망을 씌웠더니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이나는 짓을 했다.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계속 꽃이 피고 있었다.

청경채는 더이상 먹을 수 없는 채소가 되었다.

 

청경채밭의 노란꽃들이 마음을 비우게 했다.

이제 부터는 청경채 꽃밭이 되었다.

꽃을 어느 정도 본 후에 뽑아버릴 예정이다.

 

봄동 역시 고라니에게 수난을 당한 후
뜯어먹을 만큼 더 자랄줄 알았더니,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거의 포기상태였지만 생육이 늦은 몇포기에 기대를 해본다.
봄동으로 한번 정도 전을 부쳐먹고 싶다는 생각인데, 가능 할런지?

쪽파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다.
행동이 늦으면

이것도 포기를 해야 할 시기가 곧 돌아온다.

쪽파 까는 일이 버거웠지만

그래도 파전과 파김치는 포기할 수 없다.

 

늦은 저녁이라서 바람은 차거웠지만
쪽파를 뽑아서
다듬어 가려고 밭에 쭈그리고 앉아서 청승을 떨어봤다.

유채(겨울초)와 함께 섞어서 김치를 담그면 맛이 괜찮기 때문에...
기왕  밭이니까, 쪽파를 다듬어 가기로 했더니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실감하듯, 쪽파 까기 성공이다.

 

유채는 아직 꽃대를 올리지 않았다.
꽃대가 올라오면 달착지근한 맛이
쌉싸름한 맛으로 바꾸면서
유채(겨울초)의 맛도 엉망이 된다.

그래도 큰것만 골라서  뜯으니 제법 많아졌다.
이 봄에 텃밭 하는 사람들은 밭에서 월동했던

유채를 뜯어서 별미 김치를 담가먹는다.

채소를 뜯은 후
집으로 가는 길의 들길이다.
하루해의 마무리 시간임을 말해주는듯 했다.

언제 이런 풍경을 볼 것인가?
매향이 풍기는 저무는 저녁의 들길이 꽤 분위기 있었다.

혼자보기 아까운 풍경을...
오늘 역시 사진으로 또 한껀 했음을 메모해본다.

아주 부드러운 유채와 쪽파였다.

겨울동안 죽지 않고 살아있다가 봄이 되면서 성장을 했기에

맛도 좋고, 부드럽고 고소하기 까지 했다.
흙이 묻지 않았기에  대충 씻어서 소금에 절이기로 했다.

살짝 소금에 절인 후
정확하게 40분이 지나서 물에 휑궜다.
소금기를 빼내기 위한 방법이다.

지난해 김장양념이 남았길래
그 양념에 매실액을 조금 넣고 버무렸다.
가장 쉽게 담그는 봄날의 별미김치이다.

월동했던 쪽파였기에, 맵지않고 먹을만 했다.
달착지근하고 고소한 맛 까지 있는
유채(겨울초)김치 또한 입맛없는 봄철에 별미김치이다.

*유채는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이 있다.
 이곳에서는 유채를 '겨울초'라고 하며
 또 다른 곳에서는 '동초' 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마침 삼겹살이 먹고 싶었기에 노릇노릇 구워서
방금 담근 김치와 곁들여 먹으니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유채김치는 익히지 않고

생김치로 먹는 것이 더 맛있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사실 엊그제 지인집에서 먹었던 유채김치가 맛이 있어서
부랴 부랴 늦은 저녁에  뜯어다가 김치를 담갔더니
맛이 괜찮아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