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에 찾아온 완연한 봄!

nami2 2023. 3. 1. 22:33

극심했던 겨울 가뭄의 끝은 봄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며칠에 한번씩 촉촉하게 내려주는 봄비는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듯...
봄의 기운은 시간이 갈수록 텃밭을 싱그럽고 예쁘게 했다.

흙먼지 날리던 텃밭의 건조함은 사라지고

밭고랑 언저리에
한그루씩 심겨져 있는 과수나무들의 봄맞이는 꽃망울을 만들었고
꽃봉오리가 터져서, 텃밭에서의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텃밭에서도 늘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농사의 밑거름에서 가장 중요한, 거름 포대를 밭고랑 까지 운반하는 것은
이번에도 또 사람을 잡았다.

 

1포에 3000원씩  20포,  이것만 있으면 봄농사는 충분했으나...
배달된 거름 포대(20키로)를

운반해야 한다는 것이 밭농사에서는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그렇다고 냄새가 심하고, 무거운 거름 포대를 누구에게 부탁 할수도 없는 일,
나 죽었소" 하며, 안간힘을 써가면서 구루마에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가

밭고랑 까지 질질 끌어다가 놓는 것은 진짜 한마디로 고행이었다.

 

이런 힘겨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는.. 입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생명수 같은 물 한모금의 생수통에 의존하면서 작업을 끝냈더니
허리는 구부리지 못 할 만큼이고, 양쪽의 팔은 통증을 느낄 만큼 아파왔다.
혹시 허리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걱정을 조금 해봤지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는 것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늦은밤 부터 느껴오는

양쪽 팔과 허리통증은 결국 몸살로서  마무리 하는 것 같았다.

 

어제 일어난 일에 ,오늘 하루는 끙끙 몸살을 앓으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상추씨 뿌리기, 감자심기, 완두콩 심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저렇게  상상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몸살기운은 꾀병이 아니라 진짜였지만, 하루만 앓고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은

이제 부터 시작되는, 텃밭에서의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꽃향기가 천리를 간다고 하는 '서향꽃'이 활짝 피었다.
향긋한 꽃냄새가 또하나의  봄향기가 되어주었다.

사람들은 꽃향기가 좋은 서향나무를 많이 심는 것 같았다.
가는 곳 마다

매화나무 만큼이나 많은 꽃나무가 천리향 (서향)이었다.

파릇파릇...쑥부쟁이 나물이다.
메마른 땅위로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은
이른봄 이때 아니면 절대로 볼 수 없는
자연의 오묘함이었다.

쑥국을 끓여먹기에 적당한 어린쑥이
텃밭  이곳 저곳에서 자꾸만 모습을 드러냈다.
쑥 뜯으러 들판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우선 즐거움이 되는 것 같았다.

내가 농사 짓는 텃밭은 정확하게 30평 남짓이다.
그곳에 들어가는 봄농사의 거름은 15포
이것들을 밭고랑으로 나르느라고  몸살 환자가 되었다.

밑거름에 아주 중요하다는 거름의 무게는 20키로였다.
마트에서 구입하는 쌀도 무거워서 4키로 짜리를 사오건만
배달 된 20키로의 거름  20포대를 운반 하는 것은 젖먹던 힘도 모자랐다.

신이시여!!  거름 1포 나를때마다, 죽을 만큼 힘들어서 절규하며

가쁜 숨을 쉬면서 마셔댔던 생수는

완전 기적의 생명수 처럼 느껴지던 순간들이었다.

거름 1포 나르고 나서, 쉴 때 마다 느껴지는 매향은

한껏 위로를 받게되는 활력소 같은 것이었다.

텃밭에는 이제서 피어나는 매화가 제법 많았다.
정상적인 매실 열매를 수확하게  될 나무들이다.

몽글 몽글 콩알갱이 처럼....

꽃봉오리를 만드는 텃밭의 매실나무들이다.

3월 10일쯤이면 완전하게 만개하는 매화가

진짜 정상적이라고 생각해본다.

 

다른해 같으면 이맘때 노란 유채꽃이 제법 예쁠텐데...
올해는 심한 추위 때문인지, 아직도 유채꽃 소식은 없다.
들판, 어느 집의 넓은 유채밭은 그냥 푸르름뿐이다.

한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먹음직스럽게  자라던 월동채소 시금치는
어느날 부터인가 고라니의 먹거리가 되어서

수난을 겪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겨우 살아남은 시금치는 언제쯤 뜯어먹게 될런지?
봄은 왔는데...
이러다가 시금치가 자라기 전에, 꽂대가 먼저 올라올 것 같다.

 

우리 텃밭의 유채(겨울초)가 봄을 맞이한듯
제법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갑자기 유채나물이 먹고싶어서 한웅큼 뜯기로 했다.

그냥 겉절이를 해먹어도 되고, 삼겹살 먹을때 쌈채소로도 괜찮은데

우선적으로는 나물이 먹고싶어졌다.

 

나물을 만든 후
혼자서 밥 비벼 먹을 만큼 뜯어왔다.

끓는 물에 1분 정도 데쳤다.
그냥 생 것으로 먹어도 될 만큼  부드러웠기에

숨만 죽이는 것으로 살짝 데쳐냈다.

 

유채(겨울초)나물은  맑은 멸치액젓에
고추가루와 마늘, 쪽파 그리고 땡초 1개를 다져넣고

매실엑기스  1스푼 넣고,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 하니까
저절로 밥을 비벼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채소 자체로도 달착지근하고 ,고소한 봄의 맛...
엄청 추운 겨울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먹음직스럽게 자란 월동채소의  보약같은 맛이 입맛을 좋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