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에서 뜯어온 쑥국의 향기

nami2 2023. 2. 27. 22:10

텃밭 일을 하기에는 겨울 같은 차거운 바람은 계속 불어왔지만
그래도 봄꽃이 계속해서 피고 있는 이른 봄날인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농사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밭으로 나갔다.

 

웬지 농사 일이 하기 싫다는 생각은 자꾸만  게으름을 피우게 했고

곧 3월이라는 것이 부담을 가져다 주었으며

이제껏 8년 동안 계속 해온던 농사일을  하지 않을수도 없었으니

그래서 올해는 포기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막상 밭으로 나가서 일을 하다보니, 텃밭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겨울동안 텃밭에서 손을 떼고 편하게 살았다는 것이

게으름의 원인이 된 것인가, 일 하기 싫다는 생각 자체가 우습기만 했다.
이제 다시 봄은 왔고, 농사일을 시작했으니까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날의  채소들을 예쁘게 바라보게 되면
꽤 괜찮게 적응이 되지 않을까 애써 마음을 다독여 본다.

바람은 차거웠어도 한낮의 따끈거리는
봄볕때문인지  우후죽순처럼...
동백꽃은 참 예쁘게도 피고 있는 계절인듯 했다.

여러종류의 밑거름을 뿌리고

긴 밭을 삽으로 땅 뒤집기는 생각보다 훨씬 힘이들었다.
그래도 해야되니까...
미룰수 없는 것이니까...
코 앞에 닥친 3월을 피할 수 없어서 봄마중을 해봤다.

지난해 이맘때는 달래를 캐서
달래양념장을 만들어서 날김에 밥을 싸먹었건만
올해는 아직도 어린 상태였기에

한참동안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달래와 쪽파가 합쳐 졌다는
'달래쪽파'가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땅위를 뚫고 올라오는 채소들은 뭐든지 예쁜 것  같았다.

밭에서 채소 처럼 자라고 있는 어린쑥이
먹음직스럽게  커가고 있었다.
엊그제 먹었던 도다리쑥국이  또 생각나서
쑥을 뜯어서 쑥국을 끓여 먹기로 했다.

허리가 휘는 것 같은 삽질..

손바닥이 부르틀 것 같은 서투른 삽질은

텃밭 일에서 가장 힘든 작업이어서 스트레스가 되었는데
긴 밭을 몇번씩 쉬어가면서 결국은 해냈다.
이제 퇴비를 뿌리고
감자와 완두콩 그리고 강낭콩 심을 일만 남아있다.

텃밭 이곳저곳에서  쑥이 제법 자라고 있었다
어린쑥...
인내심을 강요하는 어린쑥 뜯기는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내 성격으로는 불가능했다
뭣 같은 성격이 어린쑥 뜯는 것을 참 많이도 방해 했는데
시간이 해결 해주는 것 처럼
이제는 차분하게 앉아서 쑥을 뜯는다는 것이 나이탓인가 생각해봤다.

딱 혼자 먹을 만큼 쑥을 뜯어왔다
아직은 너무 어린쑥이지만
이맘때의 쑥이  
쑥국 맛을 좌지우지 한다니까 그냥 뜯어봤다.

진짜 혼자 먹을 만큼 뜯어왔다.

마침 굴을 씻고 있어서
쑥 된장국에  생굴을 넣어보기로 했다.
제목은 '굴쑥국'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경남 거제와 통영에 갔다가 '도다리쑥국'을  먹고 왔었다.
여동생 내외와 여행중에 먹었던 도다리쑥국은

난생 처음 먹을 정도로

그동안은 입에도 대지 못했던 생선국이었는데
웬일인지 먹을만 했다는 것이 의아 했었다.

혼자 먹는 것이 아닌 가족이 함께 먹었기에 '맛이 있었나' 했다.

 

쑥 향기 때문에 비린맛이 없었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자연산 도다리였기에 쑥국이 맛있었던 것인지

지난해 까지만 해도, 쑥국이나 도다리를 넣은 쑥국도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올해는 맛이 있었다.

결국은 나이들어 가면서 별 것을 다 먹게 되는구나, 생각해봤다.

 

그래서 텃밭의 쑥이 보이길래 쑥을 뜯어왔는데
텃밭에서 뜯은 어린쑥에
도다리 대신 '생굴'을 넣고  끓여봤더니 맛이 괜찮았다.
춥다고 움츠리고 게으름을 피다가
밭에 가서 일 하다보니 쑥국도 먹게 되었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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