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보약 같은 텃밭의 봄채소들

nami2 2023. 3. 16. 22:35

시간의 흐름은 자꾸만 봄을 향해 가고 있었는데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듯한 날씨는 여전히 춥기만 했다.
그래도 마냥 몸을 움츠리기에는 텃밭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중에서도 흙속에서 새싹이 움트는 것은

뭐든지 예쁜 것만은 아니라 골칫거리도 꽤 많이 있다는 것이다.

잡초는 새싹부터 없애버리는 것이 최우선이었기에
호미로 흙속을 박박 긁어서라도

못된 싹을 틔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요즘에 할 일이었다.
나중에 풀 때문에 골치아픈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 은근히 신경 쓰이게 했다.

또한 겨울을 지낸 월동채소들은 약속이나 한듯 모두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러나 꽃이 아무리 예뻐도

텃밭채소들의 봄꽃은 빨리 뽑아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쁘다고 그냥 봐주기에는 텃밭은 부족했으며
빨리 뽑아내고 봄채소들을 심어야  한다는 것이 우선 순위였기에
그래서 텃밭에서 할 일이 너무 많은.... 참 바쁜 봄날이다.

겨울 추위가 풀리면서  제일 먼저 고라니에게 수난을 당했던 '봄동'이
그냥저냥 이쁘게 크는가 했더니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꽃대를 올리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어떤 채소든지 꽃대를 올리면 맛이 없다는 것...
그래서 봄동은 고라니 먹거리로 키운 것 밖에는 맛도 제대로 못봤다.

봄동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꽃대 부터 올렸다.
어처구니 없었지만 

다른 밭에 일이 끝날때 까지는 꽃구경을 하기로 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서 청경채도 고라니 먹거리가 되었을뿐
제대로 한번 맛있게 뜯어먹지를 못했다.

샛노란 꽃이 예뻤지만

상추 모종심기를 위해서는 어쩔수없이 뽑아내야 했다.

 

예쁘게 흙을 뚫고 올라오는 머위 새싹들이 예뻤다.
새싹과 꽃이 한꺼번에 땅위로 올라오는 것도 신기했다.

         머위꽃

봄날의 보약 같은 첫번째 채소는 민들레였다.
텃밭을 하기 전에는

민들레'도 몰라서 백과사전을 보고 확인을 했었는데
어느새 텃밭 덕분에 민들레를 뜯어먹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노랗고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민들레

 

민들레잎을 뜯어 먹으려면

꽃이 피기전에 뜯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민들레꽃이 피기 시작하면

약효가 없어지며,씁쓰레한 맛이 강했기 때문이다.

 

상추 모종을 심기 위해서 청경채 꽃을 거의 뽑아냈다.
지금 이 봄날에는 예쁘게 피는 청경채 꽃보다는
상추 모종심기기 중요했다.

4월에 기제사가 두번이나 있었기에

텃밭 가장자리에 쑥도 키우고 있다.

 

제초제를 많이 뿌리는 들판에서

쑥뜯기를 절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쑥절편을 좋아했던 우리집 아저씨와 친정어머니의 기일이

4월에 있다는 것만으로 늘 쑥 뜯는 것도 바빠진다.

떡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쑥을 뜯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의 어린쑥은
쑥국을 좋아하는 여동생 가족을 위해
틈나는대로 쑥을 뜯어서 살짝 데친 후,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택배 보내는 날에 함께 보내고 있다.

 

눈개승마의 어린 새싹이 너무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봄철에 먹는 두번째 보약은 부추였다.
땅위로 올라오는 초벌부추는
완전 보약이라고 해서 오늘 조금 뜯어봤다.

텃밭의   시금치는 지난해 11월 중순에 씨를 뿌렸는데
겨울동안 새들의 먹거리가 되어서 완전 포기를 했었다.
그런데....

뿌리가 살아 있었기 때문인지, 아주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겨울을 지낸 월동채소였기에
요즘 나물을 해먹으면, 맛이 있을 것 같아서 뜯어왔다.

살째 데쳐서 조물 조물 무쳤더니 맛이 있었다.
시금치를 무치다보니 

김밥도 싸먹고 싶었고, 잔치국수의 고명으로 올렸으면 했다.

       시금치나물

오늘 텃밭에서 뜯어온 것이다.
민들레 ,초벌부추, 어린상추, 봄동잎, 쑥, 머위꽃

어린상추와 민들레잎 그리고 초벌부추를

깨끗히 씻어서  식초를 넣고 담가놨다.
흙 위에서 나지막하게 자란 것이기에
소독 차원에서 식초 한방울이  필요했다.
5분 정도 담가놨다.

그리고 새콤달콤 겉절이를 했다.
입맛 없는 봄철에 먹어 볼만한 보약같은 채소들이다.

나의 삼겹살 적당량은 100g이다.
삼겹살을 노릇노릇 구워서 '채소겉절이'와

먹는 맛은 끝내주게 맛이 있었다.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는 즐거움은

이럴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았다.
늘 억지로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혼밥이었는데
오늘 저녁 만큼은 적당히 맛있는 식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