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깊어가는 가을날의 산책길에서

nami2 2022. 10. 4. 21:47

예보에도 없던  뜻하지 않은, 가을비가 추적거리면서
하루종일 오락가락 하였다.
이 비가 그치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뉴스도 접했다.
여름인지 ,가을인지  분간을 못할 만큼의 기온탓에
어느 장단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할지 , 난감했던  날들이었는데...
전형적인 가을날에, 기온 까지 떨어진다고 하니까  은근히 기대를 걸어본다.

사람들은 연휴가 길어서 황금 같은 시간들이었다고  한다지만
나에게 있어서  연속으로 이어지는 달력속의 빨간 숫자들은
바쁘게 알바를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이유였기에
눈 코 뜰새없이  바쁜 시간들을  힘겹게 보내고나니
연휴가 끝나는 마지막 날은  몸과 마음이 해방이 되는듯한 날이 되었다.

 

홀가분 해진  마음이,  비로서 여유가 생기다보니

해안가를 거쳐서 일부러 집까지 그냥 걷고 싶어졌다.

마을 버스를 타지않고 , 집으로 가는 길은 조금은 멀었지만

해안길, 어촌 마을길, 숲길,  시골 동네길, 그리고 들판길을 거쳐야 했다.

너무 바빠서 지쳐만 가던 심신을 어루만져 주고 싶은 생각에 
40여분 동안의  집으로 걸어가면서 기웃거리며 만난  가을은
참 많이도  성숙해 있는듯, 예쁘게 보여졌다.

들길에서  만난 '녹차나무'꽃이  예쁘게도 피어 있었다.
찬 바람이 불면  더욱 예쁜 모습의

녹차나무 꽃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해본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여기 저기에서 보여지는 나팔꽃들은
여름꽃이 아니라 가을꽃이었음을 새삼 메모하고 싶어졌다.

해마다 11월 까지 볼 수 있는 꽃들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청초해  보이는 나팔꽃이었다.

햇빛이 있으면 금방 시들어버리는 꽃인데, 날씨가 흐렸기에

덕분에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오전 11시쯤이었다.

  

해안가 주변에는   붉은 나팔꽃 씨가  사방으로 흩어진듯  
가는 곳 마다 온통  붉은색깔의 나팔꽃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비가 오락 가락...
잠시 우산을 펼치며 걷다보니

빨간색의 보석 같은 꽃이 눈앞에  있었다.
빗방울이  붉은 융단 위로  굴러 다닌듯한 모습이 예뻤다.

꽃의 이름은 '유홍초'였다.

 남아메리카에서 1920년대에 우리나라에 귀화한 유홍초는

 메꽃과에 속하는 1년생 덩굴 식물로

 꽃말은 '영원히 사랑스러워'라고 한다. 

여름날에 철책 울타리에서 하얀  꽃으로 유혹을  하던  '하늘타리'가
가을이 되면서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꽃은 하얗고  열매는 노랗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여름에 예쁘게 꽃이 피던  '하늘타리'의 하얀꽃인데

열매는 아주 샛노란 황금색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고구마를 모두 캐낸 고구마 밭에서
한포기 남겨진 줄기 속에서 꽃을 피운  모습이 예뻤다.

마지막으로 꽃을 피운  고구마꽃이 왜 그렇게 쓸쓸해보이던지?

                  숫까치깨

                       새콩

 

                       쇠비름꽃

 

                      을릉도취(부지깽이나물)

                          배초향(방아)꽃

                           아스타꽃

알바 하는 집, 울타리 나무 숲에서  재미삼아 보물찾기를 해서

호박 두덩이를 찾아냈다.
어찌나 무거웠던지
노란 호박의 무게는 10키로 정도 되는듯 

집 안으로  들고 가려니까  팔이 휘청였다.
안간힘으로  호박을 들어다가,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올려놓으니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이  참 괜찮아 보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한바탕 웃어봤다.

 

그 멋진 호박을 따낸 호박 넝쿨 속에서   또다른 호박이 커가고 있었다.
귀여웠다.

내가 없는 이틀 후에는  새우젓을 넣고  호박찌개 감이라고...

또 웃어봤다.

나는 주말에만 가는  곳이기에  애호박 맛은 절대로 볼 수 없음이다.

 

우리 아파트 현관 앞  '금목서'가 며칠만에 활짝 폈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우리집 6층 까지도  향기가 들어왔다.

한 밤중에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금목서 향기는  참 괜찮았다.

 

비가 오락가락 하면서  단풍이 들기전에
낙엽 부터 떨궈냈다.
그런대로 느껴지는 가을의 정취에, 괜한 서글픔이 찾아드는 듯 했다.

저녁노을이 수평선에 걸렸다.
어둠이 찾아오는 저녁 바다는   또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늘 바라보는 바다이지만, 어쩌다가 한번씩은  묘한 것을 구경하게 한다.

저녁바다에 걸린 수평선 위의 하늘은 쓸쓸하면서도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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