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점점 예뻐지는 가을풍경

nami2 2022. 9. 13. 22:01

추석명절 며칠 앞두고는  차례 지내기 위해  바쁘게 일을 했었고
추석이 지난 후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들은  알바 하느라  눈 코 뜰새 없이  바쁘게 지나가버렸는데...
무언가 해야 할 일을 못한 것 처럼  가슴속으로 파고 드는 휑~한 마음을 가눌수  없어서  

무작정  산골 암자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다.

마을버스의 배차 시간은 1시간에  1대 있는  요즘 드문, 산골 오지 마을이다.

 

산  깊은 곳의  작은  암자 그리고 암자 주변의  그 숲속
그곳은   4년전에는 서러움이 있었던, 지금은  사무치는 그리움이 있는 곳이다.
혼자서 쓸쓸하게 걷는,  인적 없는  숲길은  아직도  가을이라고 하기에는 어설펐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점점 예뻐져 가는 가을 풍경들이  허전한 마음에 평온을 안겨주는듯 했다.
왜냐하면
그 숲길은 추석  전 후로 너무 바빠서 성묘라는 것을 미처  하지   못했던  

우리집 아저씨가 머물고 있는   안식의 숲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성묘를 하고  암자에  들렸지만   

마을버스 시간이  여유로울 만큼, 많이 남아서  산골마을을 한바퀴 돌아봤다.
빨갛게 익어가는 탐스런 열매가 눈에 띄어서    이끌리듯 어느집 울타리 너머에  머물렀다
정말 예쁜 석류가 참 탐스러워 보였다.

 

빨갛게 익어가는 석류를 보니,  진짜 가을인가를 느껴졌다.

바람도  서늘했고, 주변을 배회해도 될 만큼 재미 있었다.

 

가을이니까  '추명국'꽃에서 가을냄새가 풍기는듯 했다.

추명국도 이제 피기 시작하는것인지, 꽃봉오리가  다닥다닥이었다.

꽃봉오리가 모두 활짝 피면  진짜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녹음방초....

잡풀이 무성한 어느 고가  마당에 서있는 은행나무의 열매가 너무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다.

올해는 나무들의 열매가 뭐든지 풍성해보였다.

 

이렇게 많이 달려있는  커다란  은행나무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과  떨어져 내리는 은행 알갱이의 계절인 늦가을을 상상해봤다.

 

지붕 위의 소품 처럼  널려있는  하얀 박이  눈에 띄었다
누런 호박이냐,  하얀 박이냐를 가늠하기 위해 가까이 가봤더니

식용할 수 있는  박이었다.

 

대추도 다닥다닥
감도 다닥다닥....
비록 태풍은 휩쓸고 갔지만, 열매들은 건드리지 않은듯  풍성한 가을이  될 것 같았다.

 

항아리의 키재기는 끝이 하늘에 닿을 것 같아 보였다.

거대한 나무들도 쓰러지게 하는 태풍인데...

항아리들이 무사 했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졌다.

 

지붕위에 떨어진 감을 보고
나무에 매달린 감을  보니  가을은  진짜 풍성할 수 있구나 생각해봤다.

올해는 가는 곳마다 감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달려 있었다.

 

모과나무에도  예쁜 가을색이 들어앉기 시작했다.

암자에 갔다가  산길을 내려오면서
아카시아 향기 보다  더  짙은  칡꽃 향기에 발걸음이 멈춰졌다
계곡으로 뻗어가는 칡넝쿨에서 풍겨오는 꽃 향기 때문에  칡꽃의 존재를 찾아봤다.

 

칡꽃은  완전  제철인듯...

넝쿨따라 가면서  피고 있는  수많은 칡꽃인데

바람 불때마다  퍼지는 꽃 향기 덕분에 혼자서 호사를 누린듯 했다.

 

칡꽃의 꽃말은  '사랑의 한숨'이라고 한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40분 동안 참 여러곳을 돌아다녔다.

동네 한바퀴...이렇게라도 해야만 배차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찮은  잡초였는데, 무성한 잡풀은  어느순간  바람에 나부끼는  은빛 여울 같아 보였다.

강아지풀꽃도 군락을 이루니까  정말  멋져보였다.

 

자그맣고 앙증 맞은  산사나무 열매도 가을 풍경에 동참 한듯....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멋져 보였다.

 

산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툭 하고 떨어져  뒹구는 도토리를

그냥 모르는 척  할 수 없어서 줍다보니 재미있었다.
혼자 걷는 산길에서  떨어져 뒹구는 도토리가 있었기에  지루하지는 않았다.
도토리를 주워서  도토리묵을 쑨다는 생각은  전혀  생각도 안해봤고...
겨울산행 때  

다람쥐 먹이로 가져가서    숲길에  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요즘,  도토리와 산밤 줍는 시기가 되다보니  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곱게 차려 입은  가을 색깔의 옷처럼

점점  예뻐져가는  산길에는 어느새 성급한 낙엽이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태풍이 흔들어  놓고간  잡다한 나뭇잎들은  나무들의 밑거름이 되어주겠지만
색깔 짙은 가을색의 나뭇잎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  같아서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마다  어느 만큼  낙엽이 떨어져 있는가를  기대감으로 즐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