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부터 초강력한 태풍이 온다고 세상이 들썩들썩 했다.
얼마나 큰 태풍인가는...
사라태풍과 매미 태풍 보다 더 강한 태풍이 온다고 하니까
대략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었다
사라태풍은 전설 처럼 전해져 오는 강력한 태풍이었고
매미 태풍은 해안가에 살면서 직접 경험을 했었기에
그보다 더한 태풍이라고 하니까 긴장이 되는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해마다 알게 모르게 겪어야 하는, 정신적으로도 큰 고통을 주는 태풍인데
힌남로 이 불한당 같은 태풍은 또 어떤 형태 찾아들 것인지?
해안가에 산다는 이유로 해마다 겪는 태풍에 대한 스트레스 였지만
올해는 외계에서 큰 괴물이 오는 것 처럼, 하루종일 공포스런 분위기였다.
그런데...
날아드는 안전 문자로 인한, 공포스런 긴장감에 비해 날씨는 상상외로 조용했다.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한 날
비는 부슬 부슬... 우산쓰고 산책하기 좋은 날인데
이것이 태풍 전 날인가?
의아해 하면서 저녁 6시에 걷기운동겸 들판을 한바퀴 해봤다.
혹시 들판 주변에 있는 텃밭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해서 점검도 할겸 겸사겸사였다.
저녁 6시
들판에는 정말 바람 한 점 없이 비는 예쁘게 부슬부슬 내렸다.
새벽쯤에 강력한 태풍이 제주에 상륙한다는데...
하얀 사위질빵꽃이 흔들림없이 예쁜 모습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태풍 전이라면,
불과 상륙하기 10시간 전이면, 바람이 세차게 불어야 할텐데...
그냥 믿기지 않을 만큼 날씨는 좋았다.
들판의 하얀 부추꽃꽃도 미동도 하지않는 모습이다.
태풍 전날이라면 부서질 것 처럼 바람이 불어야 할텐데
더구나 제주에 상륙하는 시간의 10시간 전이라면
이미 무서운 강풍과 폭우가 쏟아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텃밭의 맨드라미꽃도 흐트러짐 없이 다소곳한 모습이다.
비록 약을 치지 않아서 벌레구멍에 총알받이가 된것 처럼 보였으나
꽃은 예쁘기만 했다.
엊그제 비를 맞고 심어놓은 가을배추 모종도
적당하게 내리는 비에 망가지지 않고, 얌전한 모습에 다소 안심을 했다.
가을 무우 씨를 뿌려놓고, 계속 비가 내렸었다.
세찬 비가 아닌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 덕분인지
새순이 보기좋은 모습으로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태풍 덕분이라고 할런지는 모르나, 계속해서 며칠동안 내리는 비에
무우 새순은 벌레구멍 없이 잘 크고 있었다.
혹시 고추밭에 고추가 태풍 때문에 어찌될까봐 점검을 해봤더니
아직은 건강한 모습인데
태풍이 다녀가면 어떤 모습이 될런지, 초강력 태풍이라는데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예쁜 녀석들이 쑥대밭 처럼 모두 뽑히는 것은 아닌지
어둠이 내려앉는 오후 6시쯤, 붉은 고추를 대충 따가지고 돌아왔다.
며칠 전에 심어놓은 쪽파가 매일 같이 내리는 비 덕분에 웃자라고 있었다.
예쁘게, 적당하게 자라야 할텐데
궂은 날이 많고, 비가 내리는 날이 많다는 것도 모두 태풍 탓으로 돌려야 했다.
수염가래꽃
들판 길을 산책을 하면서
바람한점 없이 보슬비가 내리는 전형적인 가을 저녁 풍경인데
이러한 곳에 강력한 태풍이 얼마나 휩쓸고 갈 것인지
고즈넉한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믿기지 않을 만큼 강력한 태풍이 온다는 전날에
이렇게 조용한 모습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밤 9시가 되면서 아파트 숲의 나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태풍이 온다는 날 밤의 바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새벽 3시쯤에 제주에 상륙한다는 태풍 덕분에
5분에 한번씩 문자가 날아든다.
직접 눈으로 겪는 태풍전야는 아닌데, 안전 문자가 공포스럽게 했다.
그래도 새벽 3시 이후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런지
제주 상륙~ 경남 남해안~ 그리고 부산~ 울산~ 포항...
힌남로가 스쳐서 지나가는 길목은 대략 이러했으며
내가 머무는 곳은 부산과 울산 중간지점의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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