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겨울 같으면 첫새벽.....알람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텃밭으로 나가기 위해서 맞춰놓은 알람은 오전 5시였다.
창밖은 어둠이 막 걷힌듯 어스름했다.
벌써 밤이 길어진 것인가 의아해 하면서
일어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고 해서 뒤척이다가 벌떡 일어났다.
밖의 날씨는 어둠이 막 걷힌 것이 아니라 비가 오려는지, 잔뜩 흐림이었다.
중부지방 윗쪽으로는 물난리가 나서 힘든 상황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날씨만 흐려도 대박이라고 했다.
내리쬐는 폭염을 피해서 밭으로 가는 시간이 오전 5시인데, 날씨 까지 흐림이니까
그동안 미뤄두었던 풀과의 전쟁을 시작해보는 것에는 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었고, 날씨는 잔뜩 흐림이어서 우중충 했지만 일 할맛이 날 것 같았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이슬 한방울 내리지 않아서 더욱 뽀송뽀송 했으나, 그래도 흐림이라는 것이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이슬 한방울 내리지 않은 텃밭은 이른 아침 부터 호박꽃 잔치가 벌어진듯 했다.
이곳 저곳의 텃밭지기들이 심어 놓은 호박 넝쿨에 매달린 호박꽃들의 아침인사는 기분을 좋게 했다.
지루했던 장마기간 동안에 비는 많이 내리지 않았지만, 식물들을 많이 지치게 했었다.
맺힌 호박꽃도 피우지 못하게 했고, 매달린 호박들도 모두 떨어져 뒹굴게 했는데
장마가 물러가면서 시작된 폭염에는 호박꽃들은 제 세상을 만난듯 했다.
폭염이지만 갈증해소는 새벽에 내리는 이슬 그리고 물 퍼다 주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사람의 손길...
오전 5시30분쯤에 만난 호박꽃은 정말 싱싱하고 예뻐 보였다.
예쁜 호박꽃 덕분에 또다시 호박은 이렇게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늘 날씨 탓만 하면서 돌봐주지 못했던 상추 밭도
날씨가 흐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끔하게 정리를 해주었다.
텃밭의 이쪽과 저쪽의 경계선을 나팔꽃 넝쿨이 하게 만들었기에
이른 아침에 활짝 핀 나팔꽃의 경계선은, 잠이 확 달아날 만큼의 예쁜 모습이었다.
폭염과 가뭄 때문에 밭은 쩍쩍 갈라지는 모습인데
그 속에서도 예쁜꽃을 피우고 있는 '치커리'꽃의 청초함이 마음을 애잔하게 했다.
풀 숲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도라지꽃의 보랏빛이 유난히 선명했다.
역시 물부족이기에 살기위한 몸부림에 꽃이 더욱 예뻐 보인듯....
고구마 잎은 거의 고라니가 뜯어먹었는데, 꽃이 핀다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밭 옆 고랑, 그리고 또 그옆의 밭 고랑은 텃밭지기들이 심어놓은 고구마인데
오늘 아침 점검을 해보니까 새벽 마다 고라니가 아침 식사를 하고 가는 흔적이 보였다.
고라니는 한꺼번에 풀을 몽땅 뜯어 먹는 것이 아니라 , 밥 한그릇 먹는 만큼의 분량을 뜯어먹고 가는데
매일같이 새벽에 다녀간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슬도 내리지 않는 아침이었기에 , 고구마 꽃도 갈증을 느끼는 듯 했다.
바람이 부는 날은, 이슬이 내리지 않는다는 자연의 법칙이 신기하기만 하다.
4일전에 풀을 뽑아서 깔끔하게 해놓은 밭인데, 또 이렇게 풀이 자라고 있었다.
텃밭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모두 풀 타령이다.
뜯어도 뜯어도 감당 못하는 풀을 제때에 뽑아내지 않으면, 뿌리가 깊숙해져서 더욱 힘들어진다.
작두콩이 이곳저곳에서 꽃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다지 예뻐 보이지는 않는다.
작으마한 배롱나무에서
분홍색깔이 꽃을 피운 모습이 잔잔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텃밭 옆 어느집 울타리에 포도가 익어가고 있다.
7월에는 청포도 였는데, 8월에는 조금씩 익어가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여졌다.
텃밭에 피고 있는 봉숭아꽃이 들여다 볼수록, 탐스러워서 자꾸 사진을 찍게 만든다.
맨드라미가 닭벼슬 같은 꽃이 조금 나오기 시작했다.
맨드라미꽃이 제법 화사해지면 가을이 깊어가는 것인데, 가을에 대한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텃밭에서는 모두가 지긋지긋한 잡풀이다.
그런데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잡풀이라고 하지 않고 ' 이질풀'이라는 이름의 야생화로 불러준다.
들여다볼수록 예쁜꽃인데, 잡풀.... 미워할 수 없는 꽃이다.
생각같아서는 씨를 말리고 싶을 만큼의 골치 아픈 잡초이지만 꽃은 예뻤다.
작고 앙증맞게 예쁜 이질풀꽃은
8~9월에 꽃이 피는 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이 풀을 약으로 먹으면 이질이라는 병이 즉시 낫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쇠비름꽃
요즘, 텃밭에서 가장 골치아픈 풀이 쇠비름이다.
장마가 끝이나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는 쇠비름은 눈깜짝 할 새에 밭을 완전하게 점령해버린다.
줄기는 무성하게 번식해가는데
뿌리 또한 제때에 뽑지 않으면, 젖먹던 힘 까지 동원해야 뿌리를 뽑아낼 수 있다.
그런데 그 지긋지긋한 쇠비름이 노랗게 꽃을 피우니까 , 나도 모르게 또 꽃사진을 찍고 있었다.
지긋지긋한 잡풀이라도 꽃은 언제나 예쁘다는 것에 마음이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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