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이번주 화요일 부터 장마시작이라는 일기예보가 떴다.
그래서 날씨가 어떻든간에 텃밭에서의 시간들은 고통스런 더위를 참아가면서 바쁘기만 했었다.
장마가 오기전에 양파를 수확해야 했고, 감자도 캐야 했으며
완두콩, 강낭콩수확을 해야 했고, 무성하게 자란 풀도 뽑아야 했는데...
예고했던 장마는 엉터리 일기예보가 된 채, 햇볕 쨍쨍이라서 물을 퍼다주는 일 까지 곁들여야 했다.
진짜 여름날의 텃밭 농사는 고행이라는 것에 실감을 한다.
그래도 오전 5시30분이면
자동으로 눈이 떠져서 텃밭으로 나간다는 것이 신통방통 하다는 생각을 하며 웃게된다.
텃밭으로 나가는 길에 아침이슬을 잔뜩 머금은 '메꽃'이 어찌 그리 예뻐 보이는지?
연분홍 꽃 색깔도 참하다는 느낌과 함께 수줍은 새색씨 같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텃밭가에서 이른 아침, 가장 먼저 아는체를 하는 꽃은 당연 '메꽃'이다.
메꽃과의 '메꽃'은 들길에서 6~8월에 흔하게 꽃이 피는 여러해살이 덩굴풀꽃이다.
텃밭에서 키우고 있는 쑥부쟁이도 어느새 가을맞이 ...?
보라색 가을꽃이 벌써 피기 시작했다.
계요등꽃
6월이면 들판을 화사하게 만드는 '개망초'꽃이 텃밭으로 가는 길을 심심치 않게 했다.
매일 매일, 시장을 보러 텃밭으로 간다는 것이 재미있는 것인지는 모르나
그만큼의 고통이 따랐던 결과물을 수확한다는 것이, 우선은 즐거움이 되는 듯 했다.
강낭콩을 심어놓고 어떤 것이 잘여물은 것인지
아직은 초보수준이다.
왜냐하면 텃밭농사 7년차였지만, 강낭콩은 올해 처음으로 심어봤기 때문이다.
그래도 콩껍질을 까보니 대충 감이 오는 것 같았다.
올해의 양파 농사를 채점 한다면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였다.
나의 노력에 비해서 가뭄이라는 크나큰 자연의 훼방...
그나마 모양 좋고, 굵기가 괜찮은 양파는 서울 동생집으로 이사를 시켰다.
조선오이를 3일동안 26개를 땄다.
그래서 여름철 밑반찬, 오이지 담그려고 준비중이다.
내 손으로 농사를 지었지만 참 잘생겼다고 칭찬을 해본다.
3월15일쯤, 씨감자 5000원어치를 사다가, 재미삼아 감자를 심어봤다.
텃밭농사 7년차에 올해 처음으로 감자를 심어봤더니
5000원 투자에, 25000원어치 정도 수확을 했다.
그러면 밑지는 장사는 아닌듯....
그런데, 감자의 맛은 최상급이었다.
결론은 나의 감자농사 솜씨가 좋은 것이 아니라, 감자 농사에 적합한 마사토가 많이 섞인 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씨감자 10,000원치 투자하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처음으로 감자농사를 지었고, 맛도 최상급이어서
콩알 만한 감자도 모두 가져왔다.
콩알 만하다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거름주고, 물 퍼다주고, 영양제 주면서 관리를 했더니, 가지꽃이 제법 예쁘게 피고 있다.
언제쯤 따먹게 될런지는 모르나 앙증맞은 가지가 너무 귀엽고 예뻤다.
텃밭 한켠에 복숭아가 익어가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예쁜 모습이 먹음직스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한개 따서 한입 베어물고 싶었지만
다른 과일에 비해서 껄끄러운 털이 있는 복숭아였기에,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본다.
텃밭의 살구나무에서 살구를 모두 따왔더니, 1키로 쯤 되었다.
그런데 맛은 몸서리쳐질 만큼, 강한 신맛이었다.
후숙과일이라서 며칠 놔두면
새콤달콤한 맛이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기다릴 수 없어서 '살구청'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깨끗히 씻은 다음 물기를 제거해서 씨를 빼내고, 저미듯이 살구를 썰었다.
갈색설탕과 살구를 1:1 버무려서 통속에 담았다.
살구의 효능도 다양했고, 여름철에 '살구에이드'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고 하기에 시도를 해봤는데
살구쨈도 생각해봤지만
여름철에는 시원한 살구에이드가 훨씬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매실청을 담그듯이, 또 레몬청을 만들듯이...
텃밭 한켠에서 사람의 손길이 없으면, 땅위로 떨어져 나가는 살구를 따다가 살구청을 만들어봤다.
여름을 시원하게 나려면 시원한 미숫가루도 있고, 매실청도 있지만
살구청을 만든지 한 달 정도 지나서
탄산수에 살구청과 얼음을 넣으면, 시원한 살구에이드가 된다는 것을....
상큼하고 몸에 좋다는 살구로 , 새로운 여름맛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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