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6월 중순의 텃밭 풍경

nami2 2022. 6. 21. 21:30

이른새벽, 매일같이 텃밭으로 나가는 일상은 계속 되고 있었지만,날짜가 어떻게 가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저 늘상 하던대로  밭에 나가면, 오이밭과 고추밭에 물퍼다주고

풀 뽑아주고, 그리고 넝쿨이 뻗어가는 오이와 호박에 유인줄 매주고, 그리고 오이와 호박을 수확하고....

그러다보니 양파 와 감자를 캐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자로 날아드는 글귀에 '하지'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 , 어느새  오늘이 6월 하지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조차 모르면서, 무슨 농사를 짓는다고 하는 것인지  그냥 웃음이 나왔다.

장마는 오고 있다고 하고, 감자와 양파는 캐야 하고,  6월 중순의 햇볕은 인정사정 없이 뜨겁고....

땀범벅으로 찾아드는 피로감은 감당이 안되고

참으로 날씨 더운 여름날의 텃밭 농사는 인내심 테스트 당하는 것  같아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텃밭 한켠에 심어 놓은 산나물들이  하나 둘, 꽃을 피우고 있었다.

보라빛 쑥부쟁꽃도 피고 있고, 하얀색깔의 참취꽃도 예쁘게 피고 있었다.

음력으로는 아직도 5월이고, 양력으로는 6월 중순인데, 가을꽃들이 벌써 부터 꽃을 피운다는 것도  할말이 없어진다.

 

날씨가 너무 가물어서 올해는 산나물도 제대로 뜯어먹지 못했다.

가뭄에 해갈이 되었어도, 이미 못된 망아지 처럼 되어버린 산나물은 그냥 쳐다만 볼뿐...

그러다보니 지까짓 것이 해야 할 일은 꽃피우는 것으로 착각을 한듯, 벌써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에 텃밭에 가면 가장 반기는 꽃이 있다.

노란 호박꽃이다.

상큼하면서도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호박꽃을  어느 누가 못생긴 꽃이라고 했는지?

 

호박 넝쿨 속을 들여다보면, 이곳 저곳에서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따가세요" 하는듯,  윤기 반지르한 풋호박들 때문에 텃밭농사에 또 즐거움을 찾는 듯 했다.

 

대추 방울토마토가 제법 튼튼하게, 그리고 먹음직스럽게 매달려 있다.

이른 아침 부터 물을 퍼다주고, 곁순 제거 해주고, 늘어지지 않게 줄을 매주고....

하루라도 나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 녀석들인데, 바라볼수록 대견했다.

 

일반 방울토마토 역시 주렁주렁이다.

조만간에 빨갛게 익어가면  새들의 먹잇감이 될까봐, 또다시 지킴이 역활도 해야 한다.

 

짭짤이 일반 토마토이다.

한 알의 열매를 맺어서 크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마음의 안식이 되어간다는 것....

이래서 사람들은 텃밭농사를 짓는 것은 아닌지?

 

지난해 애플수박을 참 맛있게 먹었기에, 올해는 애플수박 농사를 지어보기로 했다.

초보농사꾼이 '애플수박'까지 도전 하기에는 약간 버거웠지만, 그래도 한번쯤 도전하기로 했다.

애플수박이 꽃을 피웠다.

꽃을 피우기 까지도  엄청 신경이 쓰였다는 것, 조만간에 애플수박 열매가 달리지 않을까 기대를해본다.

 

이웃 텃밭 지인의 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애플수박이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하우스와 노지의 차이점은 다소 수확시기가  다르다는 것이지만

이렇게  단 한통의 수박이라도 따보겠다는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옥수수가 꽃이 피고, 수염이나고... 이제 구수하게 익어가는 것을 지켜볼뿐이다.

옥수수 씨를 뿌렸는데, 가뭄 때문에 싹이 트지 않는 것을, 어깨 빠지도록  물 퍼다 주면서 이만큼 키워냈다. 

6월 중순에 들여다본 텃밭 친구들은 

모두 나의 노력의 댓가가 아닌가, 그냥 마음이 뿌듯하기만 했다. 

 

노각오이 역시 주렁주렁이다.

여름 반찬 중에서 가장 즐겨먹는 반찬이 '노각오이'였기에  정성을 들인 보람을 느껴본다.

 

누렇게 익은 '노각오이'를 어제  1개 첫수확을 했다.

그리고 두번째 수확은 3~4일쯤에 누렇게 익게 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며칠동안 '가시오이'를  20개 따냈다.

하루라도 밭에 가지않으면, 오이가 늙어버리기에, 매일 매일 오이수확 때문에 밭에 나가야 했다.

 

조선오이는 열흘동안 50개 정도 따냈다.

일단 20개를 따서 오이소박이 김치를 했었고, 지금 30개 정도 모으고 있다.

여름반찬으로 최고인  오이지를 만들려고 준비중이다.

지난해에는 나의 부주의로  구부러진 오이를 10개 정도 따먹은 것이 끝이다.

 

그래서 올해는 본격적인 텃밭농사 공부를  유튜브를 통해서 독학을 했다.

예전에 학창시절에 이렇게 공부를 했다면.....

웃음이 나왔지만 늦게라도 어떠한 공부에 열중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오늘이 '하지'라고 해서, 더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양파를 캤는데...

양파의 꼬라지는  이랬다.

한참 성장을 해야 하는 시기에 가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농사의 한계점은 자연이 전해주는 횡포, 가뭄이었다.

그래도 농약 없이 유기농으로 지은 농사이니까

서울 여동생 집에 보내주고,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텃밭 한켠에 복분자가 까맣게 익어가고있다.

완전하게 익은 복분자는  올해 처음 보았기에,  맛을 보니까 그저 그런 맛이었다.

그래도 함께 하는 텃밭지기들은 맛있다면서,  그 자리에서 모두 입속으로 집어 넣는다.

 

밭주인이 텃밭에 심어놓은 나무들 중에서, 올해 혼자서 독점한 것은 뽕나무의 오디였다. 

이른 아침에 밭에 나가면, 우선 뽕나무 열매 '오디' 부터 따먹는 것으로  하루 일과 시작을 했었다. 

 

주말농장이라는 텃밭에 심겨진 밭주인의  살구나무는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 밭주인의 법칙

그래서 엊그제  맛있게 익은 살구를 15개 따왔고

오늘 또다시 먹음직스런 살구를 따왔는데, 하루 이틀 정도 숙성을 시킨후 먹으면 정말 맛이 있었다.

나무에서 직접 따먹는

살구, 오디, 보리수, 복분자, 산딸기는  밭주인 덕분에  난생 처음 해봤던 즐거움이었다.

 

텃밭을 화사하게 만들어버린 '기생초'꽃은 순전히 씨가 날아들어서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텃밭으로 날아든 꽃씨는 무조건 뽑아내지 않는다는 나의 법칙...

그러다보니 이렇게 멋진 꽃동산을 만들었다.

봉숭아 ,맨드라미, 코스모스, 금계국, 산국은  모두 바람을 타고 씨가 날아와서  텃밭에 뿌리를 내렸다.

 

코스모스가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했다.

가을이  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들을 기다려야 할텐데, 요즘은 코스모스도 개성시대를 주장하는것 같았다.

여름이든 가을이든 어째튼 나의 텃밭에서 꽃을 피우는 녀석들은 모두 예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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