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족하게 비를 내려줘서 하늘을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여쭈었는데, 지난밤에 또 비를 내려주었다.
하늘에서 내려준 하사품 단비는
진짜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텃밭의 채소들은 성장촉진제가 들어 있는 수액주사를 맞은듯 했다.
가뭄이 계속 될 때는 비실비실..... 시들시들.... 채소들은 힘이 없었고
열무씨를 뿌리고, 여름상추 씨를 뿌렸지만, 보름이 넘도록 발아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24시간 내내 흡족하게 내려준 비 덕분에, 열무 새싹이 귀여운 모습으로 아는체를 하기 시작했다.
텃밭에서 익어가고 있는 살구가 비를 맞더니 제법 예쁜 색깔을 보여주었다.
아직은 달콤한 맛보다는 시큼한 맛이 더했지만, 며칠내로 잘익은 살구를 따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얀 당근꽃이 제법 튼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대추 토마토의 노란꽃이 기쁨을 전해 주었다.
아무리 물을 퍼다주어도 생기 넘치는 모습을 절대로 볼 수 없었는데
흠뻑 비를 맞고나서, 토마토는 살맛나는 세상을 만난듯 아주 싱그런 꽃을 피워주었다.
꽃이 지고나면, 귀여운 토마토가 생겨난다는 것.... 그냥 흐뭇함뿐이다.
잘자라고 있는 토마토 밭에서 매일같이 가지치기를 해주면서 눈인사를 주고받는다.
밭 옆으로 엇갈이 배추를 심었더니 제법 예쁜 모습이다.
열무를 뽑고나서 또다시 열무를 키워야 했기에 ,보름전에 열무씨를 또 뿌렸는데
가뭄 때문에 소식이 없었다.
엊그제 내린 비를 흠뻑 맞은 열무밭에, 아주 작은 열무 싹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물을 퍼다주어도 비실비실 꽃도 피우지 않던 풋호박이
주렁 주렁 호박이 달린 암컷 꽃이
이곳저곳에서 열심히 꽃을 피우고 있으면서 왕성한 성장속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쑥갓이 비실비실, 로메인 상추도 비실비실....
그런데 엊그제 내린 비가 성장촉진제 역활을 충분하게 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이마에 뿔이 달릴 만큼 열심히 채소를 먹어치워야 한다는 것이 행복한 비명인가, 생각해본다.
왕성한 성장속도는 '들깨잎'도 비켜가지는 않는 것 같다.
쑥쑥 몰라보게 자라고 있는 가지나무이다.
주렁주렁 땡초(청량초) 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튜브로 공부해가면서
매일 같이 오전 6시에 밭에 나가서, 보살핀 결과에 비 까지 한몫을 해준 것이
고추가 잘자라고 있다는 증거였다.
맵지 않은 고추를 쌈장에 찍어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심어놓은 아삭이 고추와 미인고추, 그리고 오이고추....
열심히 일을 했던 결과물이 눈 앞에서 기쁨으로 다가왔다.
울타리로 넝쿨지어 가는 강낭콩이 꽃을 피웠다.
채소들을 가지치기 해줘야 하고 풀을 뽑아줘야 하고
지지대를 박고, 유인줄을 매줘야 하는.... 텃밭 농사가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텃밭 한켠에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기생초'의 꽃봉오리가 셀 수 없이 많다.
꽃봉오리가 활짝 핀다면, 텃밭이 더욱 화사해질 것 같다.
오이 넝쿨이 하루가 다르게 튼실해져 갔다.
어깨가 빠져나갈 만큼 물을 퍼다준 후, 빗물 덕분에 폭풍성장을 하는듯 했다.
오이가 주렁주렁....
텃밭으로 나가면 그냥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나오게 된다.
오이소박이도 해야하고, 오이 장아찌도 담가야 하고....
그러나 너무 아까워서 날 것으로 그냥 먹지 못한다는 것이 흠이다.
이제껏 오이 수확한 갯수는 8개였다.
다른 사람들은 밭에서 오이를 딴 후 씻지도 않고 그냥 먹어대는데
나는 애써 가꾼 오이를 날 것으로 먹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해서 선뜻 먹지 못하는 바보가 되었다.
그만큼 오이 키우는데 드렸던 공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틀에 한번씩 물을 퍼다 주어야 할 만큼, 오이는 갈증을 많이 느끼는 채소라고 했다.
구부러지지 않고 늘씬하고 예쁜 오이를 수확하는 것에 대한 댓가는.... 어깨가 빠져나갈 만큼 아팠다는 것이다.
잘익었다고 생각한 살구는 너무 시큼해서 한입 베어물고 기절할뻔 했다.
비를 맞은 치커리도 어찌나 싱싱하게 잘자랐는지?
잘 자란 텃밭의 채소들을 너무 먹어치우다가 ,머리에 뿔이 달리는 짐승이 되는 것은 아닌가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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