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극심한 가뭄속의 텃밭 풍경

nami2 2022. 5. 26. 21:33

이른아침 6시쯤이면, 아파트 뒷 숲속에서 뻐꾸기 녀석이 단잠을 깨운다.

아침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면 날씨가 뜨거워질 것이니까

빨리 일어나서 텃밭으로 가라고 하는, 뻐꾸기 녀석의 모닝콜 덕분에 게으름을 필 수 없는 요즘이다.

5월이 늦봄이라는 교과서 속의 계절과는 달리

5월 중순의 날씨는 오전 9시를 넘기면, 밭에서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뜨거운 여름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텃밭으로 가는 길가에 '섬초롱꽃'이 예쁘게 피는 계절은 분명 여름인 것 같았다.

 

아직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 6시30분

비몽사몽 밭으로 나가서

어깨가 빠져나갈 만큼 물을 길어다가 채소들에게 흠뻑 주어야 한다는 가뭄의 현실....

애써 심어놓은 채소들을 살려보려고, 이른아침 부터 분주하게 물통을 들고 왔다갔다를 반복했더니

나의 힘겨움을 알아주는듯, 토마토가 싱싱하게 잘자라고 있다.

일반토마토 6포기, 대추방울 토마토 6포기, 그냥 방울토마토 3포기

 

가뭄이 극심해서 제대로 잘 자라줄 것인가?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틀에 한번씩 물을 길어다 주었다.

 

아삭이 고추3포기, 미인고추 3포기, 오이고추 3포기, 미인가지고추 3포기, 꽈리고추 3포기

심어놨으니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노력한 만큼 댓가는 있지 않을까,  채소들이 커가고 있는 모습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아본다.

 

이곳은 청량고추(땡초)이다.

맵지 않아서  그냥 먹을 수 있는 고추들과는 격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밭의 반대 쪽에 매운고추를 심어 놓았다.

 

된장 찍어 먹는 아삭이고추와 땡초와 함께 심어놓으면, 고추 꽃에 벌들의 움직임으로

고추들이 먹고 죽을 만큼  몽땅 매워진다는 사실을 텃밭 농사 지으면서 터득한 사실이다.

 

그 옆에 오이밭에는 가뭄이 극심해서 , 오이 포기 옆에 물병을 꽂아 놓았다.

물병에 물을 가득가득 부어주면, 서서히 물이 스며들어서 가뭄극복이 된다는 지혜로움을 배웠다.

 

가뭄이 심한 시기에 채소들이 싱싱한 이유는

순전히 나의 노동의 댓가인듯 했다.

치커리와 깻잎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자라고 있다.

 

혼자 뜯어먹고도 남을 만큼의 쌈채소

그러나 매일같이 물을 길어다가 주지 않으면 절대로 이런 모습은 볼 수 없다.

어깨가 빠져나갈 만큼의 힘겨운 노동의 댓가이지만, 마음은 흐뭇하다.

 

언제쯤 '가지꽃'이 필 것인가는  시간을 기다리다보면 되겠지만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한 것은 결국 나의 노력이라는 것은

열심히 물을 길어다가  목마름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다.

 

수확기에 접어든 '양파'는 그다지 물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가장 고마운 녀석들이다.

그래도 비가 내려줬으면 하는 바램은 변함이 없다.

 

벌레구멍이 숭숭 뚫린 열무!!

열무김치 담가 먹겠다고 심어놨는데, 약을 치지 않으니까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에 다녀온듯, 점점 벌레구멍이 커져만 간다.

 

옥수수쯤이야, 물을 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가뭄이 극심하다보니  자라고 있는 상태가 들쑥날쑥이라서

어쩔수 없이 물을 주는 공간이 더 늘어났다.

 

오이포기 옆에 물통을 꼽아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오이가 무럭무럭 잘자라는 이유는 수분공급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가뭄 때문에 집집마다 텃밭의 '부추'를 포기 하고 있다.

어무리 물을 퍼다 주어도  갈증을 해소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는듯 했다.

밭가에 심어놓은 '돌나물'도 제대로 한번 뜯어먹어보지 못한채 노란꽃만 피우고 있다.

 

풋호박도 물병을 꼽아주니까, 수분 공급을 흡족해 하는 것 같았다.

물을 퍼다 붓는 나의 힘겨움보다는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들이 예뻐서 그냥 마음을 비운채  눈인사를 해본다.

 

앞으로 20일 정도면 감자도 수확을 할 수 있다.

재미삼아 심어놓은 감자도 제법, 제 역활을 잘 수행하고 있는듯 했다.

 

강낭콩이 예쁜 꽃을 피워주었다.

다른 채소들 보다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지만, 너무 가뭄이 극심하니까

진딧물이 생기는듯 해서  오늘 진딧물 퇴치 하는 약을 쳐주었다.

 

어느새 완두콩  꼬투리가 생겨났다.

물을 많이 필요한 채소들에게 우선적으로 물을 퍼다주다보니

콩 종류에게는 미안할 만큼, 물을 공급 못해준 것이 계속 미안했다.

 

덩쿨성 콩이라서 대충 지지대 박아주고, 대충 끈으로 묶어주었을뿐

내 손길이 다른 채소보다 많이 가지 못했고, 수분 공급도 제대로 못해주었는데

스스로 콩 꼬투리를 만들어 냈다는것이 대견했다.

 

옥수수밭 옆에서 커가고 있는 작은 뽕나무에서  오디가 익어가고 있었다.

하루에 두 세개 정도  까맣게 익어가고 있었기에 따먹는 즐거움을 느껴본다.

오늘 아침에도, 세개 따먹었는데 입안이 새까맸다.

 

텃밭 한켠에 뜰보리수 열매가  시간이 갈수록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밭주인이 심어놓은 나무인데,  우리 밭쪽에 있으니까 내가 주인이 된 느낌이었다.

새들도 따먹고 ,사람도 따먹고....

모두들 입안이 빨개지도록 따먹는 재미도  괜찮았다.

 

봄에 꽃을 피워서 6월이면 수확기가 되는 열매들이

올해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인지, 5월 중순에 열매가 익어가고 있었다.

앵두도 그렇고, 오디, 산딸기, 보리수, 블루베리..등등 

이른 아침 텃밭에 나가보면

보리수 나무가 제법 많이 있어서인지, 이곳 저곳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새콤달콤 떨떠름한 맛이, 마음속 가득가득이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중순의 텃밭 풍경  (0) 2022.06.21
가뭄이 해갈 된 텃밭풍경  (0) 2022.06.08
흠뻑 단비 내렸던 날에....  (0) 2022.04.26
사월, 텃밭에 핀 봄꽃  (0) 2022.04.06
3월 중순에 당근 수확하기  (0)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