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는 몸을 움츠려야 할 만큼 기온이 내려갔지만, 3월 중순의 봄날이라는 것 때문에
춥다고 게으름을 피우기에는 텃밭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한낮의 기온이 일 할 수 있을 만큼 따뜻하게 해주어서 텃밭으로 나가봤더니
피고 있는 꽃들은 춥다고 절대로 움츠려들지는 않았다.
자연의 기후조건에 바보가 되는 것은 인간일뿐, 꽃들은 춥거나 말거나 늘 씩씩한 것 같았다.
꽃이 너무 매력적이고 예뻐서
열매 보다는 꽃 보는 것이 우선적이라는 마음으로 지난해에 텃밭 한켠에 ,몇 그루의 살구나무를 심어놨더니
올해 처음으로 예쁜 꽃을 피워주면서 눈 인사를 하는듯 했다.
매화도 예쁘고, 벚꽃이나 다른 꽃들도 예쁘지만, 은근히 매력적인 살구나무꽃은 볼수록 예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만히 바라볼수록 '살구꽃'은 매화보다 훨씬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화가 예쁘다고 칭찬 하더니, 살구꽃으로 마음이 이동했냐고 누군가 핀잔을 주어도 할 수없다.
살구꽃이 예쁜 것만은 사실이니까
본격적인 봄이 온 것 같았다.
보여지는 것들은 모두 꽃 피울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엊그제 머위 싹이 나오는가 했더니, 어느새 머위꽃이 활짝 피었다.
겨울 가뭄 때문에 뜯어먹지도 못했던 '봄동'이 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그다지 예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번도 제대로 뜯어먹지 못했는데
가뭄이 해갈 되도록 비가 흡족하게 내려주니까, 꽃 부터 피기 시작하는 것이 얄미웠다.
봄비 덕분에 시금치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약간의 게으름을 피우다보면, 시금치도 꽃대를 올려서 뜯어먹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괜한 걱정이 앞선다.
어린싹으로 모진 겨울을 보내고 살아남은 상추가
봄기운과 봄비와 봄바람에 점점 멋진 쌈채소가 되어가고 있었다.
봄농사 준비를 하려면
겨울부터 흙속에 푹 파묻어 두었던 당근을 캐내야 했다.
지난해 9월초에 씨를 뿌린 당근이 제대로 크지 못해서, 12월에도 캐지 않은채 흙속에 묻어놓고 겨울을 나게 했다.
추위에 얼어 죽으면 어쩔 수 없고, 살아있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는데
몇개를 캐보니까 제법 멀쩡한 모습이었다.
추위에 모두 얼어죽은 줄 알았던 '당근'이 봄이 되면서 새로운 싹이 흙속에서 올라왔다.
지난해 9월에 씨를 뿌린 당근을 이듬해 3월에 수확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새싹이 올라온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나 의심을 하면서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훨씬 흙속의 당근은 싱싱했다.
얼어죽지 않으려고, 따뜻한 땅속으로 땅속으로 깊이 들어가 있었다.
지난해 12월에 당근 수확할때는 손가락 굵기였기에, 캐내지도 못하고 흙을 덮어 버렸는데
혹독한 추위속에서도 땅속에서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굵은 것도 있고, 손톱만하게 어린녀석도 있고, 손가락 굵기도 있었지만
겨울 땅속에서 살아남은 녀석들이라는 것이 '인삼, 산삼' 처럼 여겨졌다.
잎이 두개인데 몸이 엉켜있는 녀석과 인삼처럼 생긴 녀석도 있었다.
그래도 모두 겨울 땅속에서 살기위한 몸부림이였기에 우습기도 했지만, 예쁘게 보였다.
굵고 보기 좋은 것들보다는
당근 꼬라지가 엉성하게 생긴 녀석들을 우선 순위로 당근쥬스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애초부터 당근을 심은 이유는 당근쥬스를 해먹기 위함이었기에
어리거나 말거나 ,못생기거나 말거나 모두 당근쥬스용이니까 쥬스를 하기로 했다.
초겨울에 텃밭에서 캐놓은 '비트'를 넣고
그리고 사과와 당근을 넣은 당근쥬스는 맛이 괜찮을 것 같았다.
당근쥬스 한잔과 치즈를 넣은 모닝빵 그리고 요플레 한개가 아침식사 대용이다.
3월 중순에 땅속에서 겨울을 지낸 당근을 수확했으니
한동안은 당근쥬스와 함께 간단한 빵을 곁들인 ...아침식사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았다.
잘생겼던지, 못생겼던지 유기농으로 키웠으며 그리고 땅속에서 겨울을 지낸 보약같은 존재이니까
아침에 시원하게 마시는 사과+당근쥬스는 나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과와 당근 색깔보다는 비트를 첨가하니까 색깔이 짙은 보라색 당근쥬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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