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요즘 처럼 바쁜 날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비가 오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던 것이 엊그제인데
갑자기 안전문자가 날아드는 것이 심상치 않을 만큼 긴장을 하게 만들었다.
비바람과 호우주의보, 그리고 산사태와 해안가 상습 침수지역의 안전점검이라는.....
그래도 제주지방과 서부경남, 남해안 지역이니까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곳은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아침에 잠깐 멈추는가 했더니, 하루종일 줄기차게 비가내렸다.
오랜 가뭄에 병아리 눈물 만큼 비가 내렸던 것이 지난주였었기에
요즘 처럼 바쁘게 채소 모종 심는 시기에는, 들판의 어느 누구라도 물이 귀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감사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만큼
흠뻑 비가 내려서, 산에서 부터 연결되는 들판의 도랑을 타고 물이 철철 넘쳐 흐르는 것을 보니
마음이 부자라는 말이 실감났던 하루였던 것 같았다.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는 것은 ,그렇게 흡족하게 비가 내려주었는데 혹시 텃밭에 피해는 없는가?
들판으로 점검을 나가면서 주변에 보여지는 꽃들에게 눈인사를 하게 되었다.
비를 흠뻑 맞은 덕택인지
숲길의 아카시아꽃도 피고 있었고, 거리에 하얀 이팝나무꽃도 어느새 피고 있었으며
부처님의 머리를 닮았다는 '불두화'도 제법 탐스럽게 피고 있었다.
엊그제만 해도 미세먼지와 가뭄 속의 '불두화'였는데
하루종일 흠뻑 비를 맞은 것이 활력소가 된듯, 후줄근한 모습도 보이지 않은채 제법 탐스럽고 예뻐 보였다.
초파일을 앞두고 변함없이 꽃을 피우는 불두화가 반갑기만 했다.
엊그제 산책길에서 올해 처음 만나게 되는 장미 꽃봉오리를 만났다.
피어나는 꽃봉오리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텃밭으로 가면서 만난 장미는 이렇게 멋진 장미꽃으로 변신을 했다.
촉촉하게 빗방울까지 옵션이 된듯.... 예뻤다.
엊그제, 노란 장미의 꽃봉오리도 함께 만났었다.
비를 흠뻑 맞은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너무 예뻐보였다.
올해 처음 만나게 된 장미꽃들이었다.
텃밭에 이렇게 생긴 꽃이 골치 아플 만큼 많았다.
떡쑥이라는 식물이었다.
쑥으로 떡을 하는 것보다
떡쑥의 어린싹으로 떡을 만들면 더 맛있다는 말이 있어서 '떡쑥'이라고 이름졌다고 하는데
우리 텃밭의 잡초 중에서 40%는 쑥이고, 20%는 떡쑥, 그리고 10%는 주름잎꽃
그다음에는 별꽃, 개미자리, 꽃마리, 논냉이, 민들레, 씀바귀, 뽀리뱅이, 제비꽃, ...등등
텃밭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귀한 야생화라고 하겠지만, 우리 텃밭에서는 이런 것들의 잡초와 전쟁 중이다.
어느새 5월꽃들이 들판에서 제법 보이고 있다.
지칭개 꽃이 초여름 날씨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 텃밭의 '씀바귀'꽃이다.
민들레 만큼이나 많은 씀바귀는 뽑아내도 뽑아내도 골치 아픈 존재이다.
텃밭 한켠에 재미삼아 심어놓은 '딸기꽃'이 점점 화사해져 가고 있었다.
하얀꽃을 워낙 좋아 하니까, 빨간 딸기 보다는 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내가 심지도 않았는데 어디선가 씨가 날아와서 예쁜 꽃을 피운 '고수'이다.
고수꽃은 은근한 매력이 있지만, 고수는 지긋지긋한 맛이라서 그냥 꽃으로 만족을 해본다.
주변 텃밭하는 사람이
가시가 있다고 뽑아 버린 것을 주워다가 우리텃밭에 심은 '두릅나무'이다.
단 한개의 두릅이라도 따먹어보기 위해 정성을 들였더니, 벌써 6개의 두릅을 따서 먹어봤다.
내가 키워서 두릅을 따먹는다는 것이 보약을 먹는듯 했다.
노란 케일꽃이 너풀너풀 피어나서 지저분하다는 생각에 꽃을 모두 베어버렸더니
잎사귀만 남은 케일 위로, 빗방울이 맺혀 있는 모습이 예뻐 보였다.
재미삼아 키워본다고, 씨감자 5,000원어치를 사다가 심었더니
감자싹이 이만큼 자라고 있었다.
난생 처음 키워보는 감자가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비를 흠뻑 맞은 '치커리'가 먹음직스럽게 자라고 있다.
줄기차게 쏟아져 내린 비 덕분에, 도랑가의 가득한 물을 본다는 것이 만족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텃밭 걱정이 되어서 나가봤더니, 텃밭의 채소들은 모두 멀쩡했다.
혹시 도랑에 물이 넘쳐서 밭이 침수되지 않았나?
어제 하루종일 밭에서 모종심기 했던 어린 채소들이 빗물에 다치지 않았는가?
비가 많이 내려도 걱정, 비가 내리지 않아서 물퍼다 주는 것도 힘들어서 걱정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는 모르나 그래도 흡족하게 비가 내려주니까 물 걱정은 덜어준셈이었고
싱싱하게 물을 머금은 채소들을 바라보니, 마음의 빚이 조금은 감량된 것 같았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뭄이 해갈 된 텃밭풍경 (0) | 2022.06.08 |
---|---|
극심한 가뭄속의 텃밭 풍경 (0) | 2022.05.26 |
사월, 텃밭에 핀 봄꽃 (0) | 2022.04.06 |
3월 중순에 당근 수확하기 (0) | 2022.03.23 |
단비 같은 봄비내린 텃밭 (0) | 2022.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