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봄향기를 느끼게 하는 '쑥국'

nami2 2022. 3. 1. 21:38

정말 하늘을 향해서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을 만큼  겨울 가뭄은 극심해서 흙먼지 날리는 들판이었는데 

일기예보의 비가 내릴 확률 60%가 적중했다.

그러나 확률은 적중했지만, 오늘 아침에 내린  비의 양은 병아리 눈물 만큼이었다.

그래도 흙먼지를 잠재웠다는것이 감사했는지, 모두들 텃밭에서 봄을 마중하는 모습들이 바빠보였다.

할 일은 많고, 몸은 하나뿐이어서

하루종일  텃밭에 매달리다보니 오늘은 걷기운동도 여유롭게 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하루종일 일을 했던 결과에 흡족했으며

올해 처음으로 뽀송뽀송하게 돋아난 쑥을 뜯어서, 쑥국을 끓여 먹었다는 것이 즐거움이 되어 주었다.

 

지난해 가을, 체력이 딸려서 방치해뒀던 4평 정도의 밭을

봄이 되면서 밭을 일궈서 옥수수를 심으려고 곡괭이와 삽질을 했더니

방치된 묵정밭에서 쑥뿌리가  기승을 떨 정도로 밭을 완전하게 점령해 있었다.

호미로 쑥뿌리를 빼내니까 뜻하지 않게  통통한 어린쑥이 흙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아깝다는 생각에  밭을 손질하며, 쑥을 뜯으며....

재미있는 것인지, 할일이 더 많아진 것인지는 몰라도 일단  어린쑥을 함부로 버릴수는 없었다.

 

밭에서 엉켜있는 쑥뿌리를 캐내지 않으면, 옥수수 밭이 아니라 쑥밭이 될 만큼

쑥뿌리는 번식력이 엄청 강해서 풀과의 전쟁이 아니라 쑥뿌리와의 전쟁이었다.

쑥은 국을 끓여먹는 어린쑥 부터, 5월에 떡을  해먹는 쑥까지 모두 중요한 야생초이지만

텃밭으로 뻗어가는 쑥뿌리가

 

텃밭에서의 5시간...

하루를 거의  봄을 마중하는 것에 시간을 보내야 했다.

상추, 치커리, 쑥갓 씨를 뿌리고, 완두콩과 강낭콩 씨를 심었으며, 감자도 심었다.

 

봄이 되면서 더욱 싱싱해져가는 쪽파 밭에  메마른 풀을 걷어내고 거름을 뿌려주었다. 

이것도 봄을 시작할 즈음에 빼놓아서는 안될 작업이었다.

 

엊그제, 2월중순 까지

땅위에서 움츠린채 성장을 멈추었던 '유채'도 제법, 채소 꼬라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전문적으로 감자 농사 짓는 사람이 본다면, 소꿉놀이 하느냐고 웃겠지만

난생처음 감자 농사에 도전 해보려고 씨감자를 사왔다.

복불복...

밑거름에 최선을 다했고, 감자를 심어서 공들인다면 감자 맛은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오는 멧돼지가 나의 작은 감자밭에  군침을 흘린다면 어쩔수 없겠지만

진짜 복불복이다.

 

밭고랑에 생각보다  훨씬 쑥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예전 성격 같으면, 이런 어린쑥은 답답해서 한줌도 뜯지를 못했는데

나이가 먹다보니 성격도 변하는듯, 꼼꼼하게 쑥을 뜯을 수 있을 만큼의 느긋한 성격이 된 것 같았다.

 

밭에서 뜯어온 쑥이 제법 되었다.

겨울을 지낸 봄동도 보약이 될 수 있으니까, 함께 된장국을 끓이기로 했다.

 

이른 봄에 먹는 쑥국은 보약을 안먹어도 될 만큼, 건강한 음식이라고 했다.

뽀송뽀송하고 통통한 어린쑥은 그냥 바라만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봄이라고 하기에는 약간은 어설픈 계절이지만,  쑥이 돋아났으니까 봄이란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기에,

아직은 쑥 향기도 강하지 않은,  뽀송뽀송한 어린 쑥을 뜯어서 쑥국을 끓여보았다. 

이른봄에 세번 정도 쑥국을 먹으면, 봄철에 보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쑥국!

잘익은 깍두기 한접시만 있어도

쑥국에 밥을 말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감사한 이른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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