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추운겨울, 1월 텃밭에서

nami2 2022. 1. 7. 21:27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날씨가 포근해서 이대로 봄이 오는 것은 아닌가 해서 들판으로 나가보았다.

그래도 겨울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아주 가끔씩 반짝 추위를 전해주는 동장군이 있었기에

들판의 식물들은, 얼음장 밑에서 흐르는 물처럼,  흙속에서 뿌리가 살아남아 있었고

추위속에서도 꽃을 보여주고, 추위속에서도 실낱 같은 새싹을 보여준다는 것이 오묘했다. 

민들레 잎은 누렇게 추위를 타고 있었지만, 뿌리가 살아 있었기에 아주 예쁜 노란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른봄에 꽃을 보여주는 '복수초'만큼이나 예쁜 , 한겨울날의 민들레꽃이 정말 예뻐보였다.

 

겨울날에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그러면서도 추위속에서 꽃을 피우는 강인함 때문에

흔한 민들레꽃도 1월에는 더욱 예뻐보이는 것 같다.

 

날씨가 꽤 추웠던 겨울이라서 밭에 갈 일이 없다고 생각 했었는데

그래도 이 겨울에 밭에 가서 꼭 뜯어와야 할 것들이 있어서 오랫만에 텃밭에 나가보았다. 

 

어떻게 손을 댈수 없는 상추밭의 상추들은 추위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눈에 보였다.

눈 딱 감고 한달만 참아보라고 위로를 할뿐....

 

그냥 바라만보고 있었는데, 뿌리가 살아 있다는 것에 희망을 갖게 되었다.

2월부터  불어오기 시작하는 동해남부의 따뜻한 바람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꽁꽁 얼어서 이미 사그러졌어야 할 '치커리' 새싹이 연두빛으로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냥 감사하다는 마음만 전했다.

 

낙엽이 된것 같은 누런 잎속에서 파란 싹이 보여지는 '방풍나물과 참나물'이 보였다.

모두들 영하 8도 추위를 이겨내고 살아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줬다.

1월 한달만 잘 버티면 될 것이라고.... 중얼거려봤다.

 

배추를 뽑고나서 덜 자란 배추 1포기를 밭에 남겨놓았다.

봄날에 배추쌈을 먹기위함이었는데

배추 속을 들여다봤더니 싱싱하고 예쁘게 잘 크고 있었다.

 

벌레 한마리 없이, 진딧물도 없이 깨끗하게 잘 크고 있는 '청경채'가 웬지 추워보였다.

 

굴소스 소고기볶음" 할 때 청경채 한포기씩만 뽑아 가기로 했는데

12월 중순 부터는 아직 한포기도 뽑아가지 못했지만, 추위속에서도 잘 자라고 있었다.

 

가을날에는 파란색깔이었던 '냉이'가

겨울이되니까 이런 색깔로 변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튼실한 냉이뿌리가 되어야 맛있는 냉이가 된다고 하기에

추운 겨울날에 체력단련 시키는 못된 밭주인이 된 것 같았다.

 

쪽파 밭속의 냉이는 어떤것이 냉이이고, 어떤것이 쪽파인지는 

한달만 지나면 판가름이 될것이다.

쪽파는 더욱 튼실하게 자랄것이고, 냉이는 1월 중순쯤에 캐려고 생각중이다.

 

달래밭에도 냉이가 자라고 있다.

2월쯤 부터 달래를 캐려고 생각중인데, 달래는 추운 겨울에도 잘자라고 있었다.

 

추운 겨울에도 얼어죽지 않은 케일!!

영하 8도에 살아 남았으니까

동해남부지방의 추위는 "영하 8도 이하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에  희망을 걸어본다.

무조건 뿌리라도 살아있기를 빌어볼뿐이다.

 

한겨울에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잘 자라고 있는 유채(겨울초)는 변함없이 싱싱해서, 겨울철 겉절이용으로 충분하다.

 

언뜻보면 빈밭이지만, 밭에는 아직도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냉이, 봄동, 당근, 대파, 쪽파, 갓.. 대단한 생명력들이다.

 

월동용 시금치는

1월에 기제사가 있어서 젯상에 올리려고 10월 중순쯤에 씨를 뿌린 것이다. 

며칠 있으면 다가오는 기제사 준비 때문에 시금치를 뜯으러 밭에 나갔었다.

 

젯상에 나물로 올리기 위해 씨를 뿌려놨지만

겨울채소중에서  너무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잘 자란 것 같아서 진짜 고마웠다.

 

그냥 겉절이 해먹어도 맛있을 시금치였다.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채소들은 모두 보약이라고 한다는데

그 중에 가장 맛있고 영양가 있는 것은 겨울 대파라고 했다.

 

감기에도 좋고, 멸치육수 낼때도 가장 필요한 것은 대파뿌리여서 뽑았더니

대파잎은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에서 많이 사그러들었는데, 뿌리 부분은 정말 튼튼해서 마음에 들었다.

요즘 자주 끓여먹는 떡국에도 대파는 꼭 필요한 존재여서 잘 자라준 것이 고맙기만 했다.

 

걷기운동을 하면서 공원길의 매실나무를 살펴보았다.

이곳의 매실나무는 해마다 1월 15일쯤에 매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어느새 꽃망울이 많이 부풀었다.

내일 모레쯤에는 한 두 송이의 꽃이 필 것 같았다.

 

매실나무의 꽃망울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일주일 정도면 매화를 볼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할 정도로 날씨는 제법 따뜻했다.

매화는 한겨울 눈속에서도 핀다고 해서 '설중매'라고 했다는데,  날씨가 추워도

이곳의 매화는 앞으로 열흘 남짓 할 무렵에 꽃을 보여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