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기온이 텃밭에서 일 할 만큼 올라갔기에, 오랫만에 텃밭으로 나가보았다.
옷 속으로 스며드는 바람은 싸늘했지만, 옷을 잔뜩 껴입은 탓인지 춥다는 느낌은 없었다.
기온이 조금만 내려가도 혹시 저체온으로 어떻게 될까봐 몸을 도사렸더니, 텃밭은 점점 일손을 기다리는듯 했다.
김장철은 다가오고, 가을 끝자락의 마무리 할 것은 피할 수는 없고....
어차피 내가 아니면 누가 마무리 할 것도 아닌데, 날씨 탓만 하고 그동안 밭에 나가지 못했음이 그냥 미안했다.
찬바람이 불면서 겨울 기온이 되니까 오히려 채소들이 더 잘자라고 있다는 느낌은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에서 누려보는 특혜가 아닌가, 또다시 자랑을 해본다.
여름내내, 불과 한달전 까지만 해도 텃밭의 '케일'은 뜯어 먹을 수가 없었다.
파란 벌레가 나보다 먼저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기에, 내가 먹을수 있는 것은 남겨놓지 않았다.
파란 벌레들도 케일이 몸에 좋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기가 막혔지만 "너희들이 먹고 남는 것을 내가 먹겠다는.." 심산으로 외면했더니
어느날 부터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벌레들이 보이지 않은채, 케일이 윤기 흐르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제는 정확하게 "내 세상이 왔구나" 마음이 여유로워 지기 시작했다.
벌레가 없는 겨울.... 월동용 채소가 잘 자라고 있는 겨울이 그냥 고맙기만 하다.
10월 중순쯤에 씨를 뿌린 상추가 정말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이 녀석들은 텃밭에서 월동을 할 쌈채소들이다.
12월 중순 부터, 비닐 이불을 덮어주면 한겨울에도 상추를 뜯어 먹을 수 있다는 흐뭇한 생각을 해본다.
알타리무우는 벌써 뽑아서 김치를 담갔고
동치무우는 곧 뽑아서 동치미와 깍뚜기를 담글 예정이다.
그런데 지인이 씨앗을 몇개 주어서 심어봤던 '과일무'라는 것이 새롭게 선을 보였다.
과일무!
심어놓고도 어떤 맛인가, 신기함으로 기대를 해봤다.
봄날에 꽃대가 올라오는 냉이를 뽑아내지 않고, 씨로 번식을 시키기 위해 여름내내 그냥 놔뒀더니
냉이 씨가 떨어져서 텃밭에는 정신 못차릴 만큼 냉이가 자라고 있었다.
원래 냉이는 밭가에나 들판에 자라고 있는 야생초인데
거름이 잘된 텃밭 속으로 냉이씨가 떨어지다보니, 텃밭의 야채 보다 성장률이 강했다.
쪽파밭을 침범 했고, 당근밭, 상추밭, 배추밭, 대파 밭에서 완전 점령군이 되었다.
그대로 월동을 시켜서, 한 겨울에 뜯어먹으려고 했다가
텃밭이 냉이의 무법천지가 되다보니 솎아내서 나물이라도 해보려고 풀뽑듯 캐냈더니 진짜 많았다.
한 겨울에 캐먹는 냉이 맛보다는 못할 것이지만, 일단 국을 끓이든 나물을 해먹든
뭐든지 하면서 냉이의 왕성한 성장을 막아보기로 했다.
텃밭에서 처음으로 씨를 뿌려서 키워본 과일무이다.
과일무를 어느 곳에서는 '수박무'라고 했다.
겉은 무우인데, 속은 수박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인이 몇개의 씨를 주어서 심어봤기에 ,맛을 보려고 딱 1개를 뽑아와봤다.
신기할 만큼 예쁜 '과일무'이다.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과일무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과일무(수박무)는
일반 무에 비해서 8배 이상의 영양분을 가진 무라고 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고 했으며
소화효소가 뛰어나고, 글로코시놀레이트, 안토시아닌 성분도 높고
비타민A와 비타민C 등 각종 미네랄이 많다고 한다.
과일무의 원산지는 중국이며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재배가 되고 있고, 맛은 일반 무보다 약간 단맛이 더 있다고 했다.
위장건강, 항암작용, 혈관질환 예방
변비및 소화장애, 피부미용및 노화예방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검색 결과
과일무(수박무)는 식감이 아삭하면서도 단맛이 높아서
동치미를 만들어 먹거나 무생채를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고 하였기에
무생채를 해보려고, 무채를 썰었더니 붉은 색깔이 너무 예뻤다.
무생채로 하얗게 샐러드 형식으로 만들어 먹고 싶지만
그래도 낯선 채소라는 것이 선뜻 샐러드가 되지 않았기에 무생채를 해보기로 했다.
무생채의 재료는
양파, 쪽파, 다진마늘, 다진 땡초, 고추가루, 매실액, 식초, 맑은 멸치액젓
과일무가 색깔이 있어서 고추가루는 넣지 않고, 샐러드 식으로 만들어도 되겠지만
그래도 무생채였기에 고추가루를 조금 넣고 무생채를 해보았다.
무가 단단하여 처음에는 무생채도 낯선 맛이었는데, 자꾸 먹다보니 괜찮은 맛이 되었다.
무생채를 먹어본 소감은 오래살다보니 벼라별 채소가 다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건강에 좋다고 하니까 보약 먹는셈으로 그냥 먹었다.
과일무(수박무) 생채 나물
냉이나물 무침
전봇대를 타고 끝도없이 넝쿨이 올라갈 예정인 가을 끝자락의 붉은 장미꽃이 예뻐 보였으나
추위에 맥없이 사그러질 날을 생각하니 애처롭기만 했다.
엊그제 무서리가 내리던 날의 텃밭 배추가 염려스러웠으나
무서리 정도는 눈도 깜빡 하지 않는 건강한 배추로 살아가고 있다.
텃밭 한켠에서 한껏 고운 자태를 뽐내는 가을 국화꽃이
곧 겨울 국화꽃이 될것 같다.
다른 곳에서는 국화꽃이 사그러져서 볼품이 없어졌다고들 하는데
이곳은 아마도 12월 중순 까지 꽃이 필 것 같은 모습이다.
따뜻한 동해남부 해안가라서
해마다 해풍으로 인해, 볼품 없는 단풍과 하얀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 못마땅 했지만
그보다는 해풍으로 인해 겨울 내내,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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