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찬바람이 부는 텃밭에서

nami2 2021. 12. 8. 21:12

어둠이 내려앉는 오후 5시에 걷기운동을 나가면,  바람이 불지 않을때의 날씨는 그런대로 괜찮지만

해안가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산에서 부는 바람이 만나는 아파트 주변에는 늘 한겨울의 추위를 느껴야 했다.

사람들은 우리 아파트의 위치가 바람골에 서있다고 했다.

그런 추운 바람속에서 사람들은 꽁꽁 싸매고, 따뜻한 패딩옷을 입고,  면역력 키우겠다며 걷기운동을 하는데

울타리에서 살아가는 장미꽃은 여전히 시들줄을 몰랐다.

꽃봉오리 된채  그냥 사그러질줄 알았는데, 새로운 꽃봉오리가 또다시 화사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저녁에는 장미꽃에게 또한번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한마디 했다.

이제는 얼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제발 따뜻한 나라로 갔다가 내년 5월에 오라고.....

 

시골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눈에 띄는 모습을 스켓치 하듯, 사진을 찍어 보았다.

담장 너머에 무성했던 여러가지 덩쿨들이 이제는 꼼짝없이 겨울을 맞이했다.

한밤중에는 몇번씩이나 영하로 내려갔었고

가끔은 무서리도 내리고, 찬바람이 쉼없이 분다는 것이 결국에는 콘크리트 담장도  겨울로 간 것 같다.

 

그런데.....

너무 흔해서 여름철에는 사진 한장 찍어주지 않았던 '애기똥풀'꽃을

이 겨울날에 푸르름과 노란색깔이 예뻐서 사진을 찍어주게 되었다.

세상은 너무 오묘하다는 생각뿐이다.

 

본격적인 김장철이 되었기에, 더이상 게으름을 피울수가 없어서 텃밭에 나가보았다.

날씨가 춥다기 보다는, 차거운 바람이 싫어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12월의 시간은 자꾸만 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만 살피면서 배추 뽑을때만 기다린 결과는 ...

어느 순간 우리밭의 배추가 꼴찌가 된듯하여, 추운 날씨에 얼지말라고 일단 배추를 묶어주었다. 

32포기 심어서 한포기도 낙오되지 않았지만, 절반은 기대이상이었으며, 절반은 기대이하였다.

그래도 이 정도의 배추 농사라면, 내년에도 또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 있다.

 

붉은 갓은 이미 성숙기가 지나서 김장 할때만 기다리며 내 눈치를 보고 있는듯 했다.

주인 잘못 만나서, 추운 12월에 밭에서 떨게 했다는 것이 조금은 미안했다. 

 

한꺼번에 배추와 무우를 뽑으면, 엉성한 나의 체력이 바닥이 날 것 같아서 우선 무우 부터 뽑기로 했다.

며칠동안 무우 밭을 쳐다보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만 했었다.

선뜻 나서지 못한 것은, 일한다는 것에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무우를 뽑고, 다듬어야 하고

동치미 담그고, 깍뚜기 담가야 하며, 무우 시래기는 삶아서 말려야 하고...

지난해 보다 365일이 더 늙었기 때문인지, 자꾸만 몸이 잔꾀를 부리면서 게으름을 피우게 된듯 했다.

 

누가와서 무우를 뽑아줄 것도 아니고, 집으로 실어다 줄 것도 아닌데....

밭으로 가서 무조건 무우를 뽑았다.

날씨가 춥거나 말거나, 감기가 들거나 말거나,  더이상 버틸수가 없었다.

며칠전에 비가 내린 탓인지 무우는 잘뽑혔다.

 

손질한 무우 중에서 가장 큰 것이 비닐에 들어있는 무우였다.

저장을 해서 겨울내내 먹을 것이기에 우선 큰 것 부터 골라냈다.

 

요정도의 굵기는 동치미 무우로 선택 되었다.

 

시래기 할 것도 만들고

총각김치 담글 것은 가장 농사가 잘 안된 어린 무우 였지만, 그런대로 맛이 있을 것 같았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밭에 쭈그리고 앉아서, 꼬박 2시간 동안  다듬는 작업을 했더니

몸살기가 찾아오는듯 했다.

이렇게 뽑아서 다듬은 무우를 집으로 운반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집에 가져다 놓고, 몸살을 앓기로 했었기에  10분 거리의 집까지 왕복 2번을 기를 쓰고 운반을 한후

결국 저녁에는 몸살약을 먹고 쭉 뻗었다는 뒷이야기 였다.

 

수확기를 넘긴 당근도 주인을 잘못 만나서 땅속에서 고생을 했다.

잘생긴 녀석도 있고, 모습이 인삼 처럼  생긴 녀석도 있었다.

 

텃밭 근처 논바닥에는 지난 밤에 얼었던 얼음이 녹지를 않았다.

물론 살얼음이지만

이곳 해안가 주변에서 얼음이 얼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온이 내려갔다는 뜻이다. 

 

진짜 오랫만에 보는 논바닥의 얼음인데

이런 날씨에 꽃들은 추위와 상관없이 꽃을 피운다는 것이 요지경속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시골동네 주변의 작은 꽃밭에서 오랫만에 어린시절의 추억 같은 것을 만났다.

꽈리였다.

빨갛게 익은 꽈리가 꽃밭 한켠에서,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옛 고향집 뜰앞의 그리움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바람이 불지 않는 한낮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날씨이지만

한밤중에는 기온이 뚝~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초겨울날에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 하는듯한 코스모스는 언제까지 저 모습을 유지 할 것인지

꽃은 계속해서 피고 지고 있고, 마음까지 시려오는 파란 하늘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 추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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