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한 해가 마무리 되는 텃밭에서

nami2 2021. 12. 14. 21:16

12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한 해 동안 농사 지었던 텃밭이 점점 텅 비어 간다는 것에 허전함을 느껴져서인지 발길이 뜸했는데

아직도 마무리 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신경이 쓰여졌다.

일하는 것은 시작만 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시작이라는 것을 자꾸만 미룬다는 것이 습관이 되어가고 있었다.

차거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밭에 나가기 싫고, 몸의 컨디션이 약간 이상해도 나가기 싫은데

주말 이틀은 알바 때문에 또 시간이 없고....

그렇게 자꾸 미루다보니 주변 텃밭중에서 우리 텃밭의 배추가 맨 꼴찌가 되었다.

 

차일피일 잔꾀를 피우면서, 더 추워지기전에 배추를 뽑아야 한다는 것을.... 혼자서 자꾸 중얼거리게 되었다.

누가 해주는 것도 아닐진데,

벌려놓은 것이니까 마무리 하는 것이 당연한데 왜그렇게 미루기만 한 것인지?

오늘은 날씨가 춥거나 말거나  큰 맘 먹고  영하의 날씨였지만 텃밭으로 나갔다.

배추 뽑고, 배추를 절이고, 김장을 한후, 몸살로 몸 추스리고

3차 백신 접종을 빨리 맞으러 가야 한다는  것이 어느새 큰숙제가 되었다.

  

오랫만에 텃밭의 이곳 저곳을 돌아 보았다.

오늘 배추를 뽑고나면  한동안 밭으로 발걸음이 뜸할 것 같아서였다.

겨울바람에 '청경채'는 참으로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겨울초(유채)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성장이 늦춰졌다.

그래도 월동식물이니까 완전하게 사그러들지는 않는다.

야채가 먹고 싶을때는 

한겨울에도 한낮에 얼은 것이 녹을때, 뜯어가면 되는 중요한 겨울 먹거리라는 것이다.

 

케일도 강인한 식물이다.

성장은 늦지만, 한겨울에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녹즙 재료로 가능하다.

 

김장을 하기 위해서 '붉은 갓'을 뽑아보니

주인의 게으름 탓에  절반은 억세어져서 버리고, 부드러운 속잎만 다듬게 되었다.

그래도 농사 지은 것으로 김장 재료로  쓸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배추를 뽑았다.

32포기 심은 것 중에서 1포기만 밭에 놔두고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

1포기는  돌연변이 된 것처럼, 미완성 상태였다.

 

배추 겉잎은 모두 떼어서 거름으로 남겨두고

먹을 수 있는 만큼, 깨끗하게 배추를 다듬었더니, 작고 예쁜 배추는 속이 꽉 차 있었다.

들어보니 듬직하게 무게가 나갔다.

올해의 배추 농사는 100% 만족은 못하지만, 그래도 나의 농사 솜씨로 이 정도라면 꽤 양호했다.

 

집에 가져와서 배추속을 열어보니 ,속이 꽉 찬 배추가  맛있어 보였다.

일년 중에 텃밭에서 농사 지었던 채소중에서, 가장 정성을 들이고, 신경을 썼던 것이라서

배추 속이 꽉 차있는 것에, 좋은 성적이라는 통지표를 받은 느낌이었다.

 

텃밭 가장자리 풀 숲에서 '붉은 찔레꽃'이 몇개의 꽃봉오리와 함께 활짝 꽃이 피었다.

날씨가 영하의 날씨인데.... 나도 모르겠다고 한마디 했다.

 

하얀 철쭉꽃도 역시 추위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는 것 처럼 보여졌다.

 

이웃집 텃밭 한켠에 어린 감나무의 단풍이 예쁘게 물이 들어가고 있는데

그냥 지나치려니까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10월 중순에 씨를 뿌린 '시금치'와 11월 중순에 씨를 뿌린 시금치는 모두 월동용이다.

얼어 죽지않고 열심히 자라고 있다는 것만 확인하면 된다.

 

이곳의 시금치는 10월 초에 씨를 뿌린 시금치인데

1월초 쯤의 기제사에 나물로 쓰려고 미리 준비해둔 시금치이기에

그때쯤 나물만 뜯어가면 되니까 밭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10월에 씨를 뿌린 상추가 제법 맛있게 자라고 있었다.

시간이 오래된 상추들은 영하의 날씨에 모두 움츠러 들었는데, 어린 상추들은  추운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이녀석들은  조만간에 비닐 이불을 덮어줄 예정이다.

 

겨울이지만 ,영하의 날씨라지만, 어린 상추가 싱싱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없었다.
더 추워질까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은, 한순간에 어린녀석들이 다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다.

그래도 이 겨울에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한웅큼 뜯어와봤다.

그냥 맛있는 쌈장에 밥만 싸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그래서 또 자랑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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