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수확철이 된 가을 텃밭

nami2 2021. 11. 2. 21:57

아침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요즘에는 텃밭에 나가는 시간이 오전 9시쯤이다.

텃밭에서 별로 할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왜그렇게 시간이 빨리 가고 있는 것인지?

첫째로는 양파를 심어야 하고

두번째는 알타리 무우도 뽑아야 하며, 돌산갓도 뽑고, 당근도 뽑아야 하는 수확철이 다가왔음이 괜히 마음만 바쁘다.

당근은 뽑아내기만 하면 되겠지만

알타리 무우와 돌산 갓은 채소를 뽑아내는 즉시, 김치를 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왜그렇게 일이 하기 싫은 것인지?

가을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게으름이 면역이 된것인지는 모르나, 할일이 많다는 것에 그냥 재미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봄날에, 텃밭 한켠에 재미삼아 심어놓은 국화꽃이 노랗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화사하게 꽃을 피우는 것도 예뻤지만

점점 추워지는 싸늘한 텃밭의 분위기를 예쁘게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 고맙기만 했다.

 

봄날에, 쑥인줄 알고 뜯다가 뭔가 모양이 조금은 이상해서 혹시 국화인가 생각했더니 

가을날에 멋진 들국화로 변신했다.

산국"이라고 부르는 자연속에서 제멋대로 자란 국화꽃의 향기가 어찌나 좋은지?

텃밭 가득 풍겨나오는 짙은 국화향이, 텃밭에서 일을 하는 내내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멋진 가을꽃이 되었다.

잡초라고 함부로 뜯어버리면 안된다는 것을  새삼 가르쳐 주는 것 같은, 자연속의 향기가 좋았다.

 

곧 서리가 내려도 될 것 같은 추운날씨 ,  특히  사정없이 내려가는 밤의 기온 때문인지

보라빛 색깔이 더우 짙은 색깔로 변해가는 배초향(방아)꽃이 예뻐보였다.

초가을에 핀 꽃들이 거의 사그러져 가는, 늦가을인데

텃밭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방아꽃'이 추위에 안간힘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쓰럽기 까지 했다.

 

요즘은 수확을 끝내고, 빈밭이 된 짜투리 땅만 있으면 자꾸만 상추씨를 뿌려야 했다.

씨가 발아가 되기만 하면 월동을 할수 있기 때문에, 내년 봄을 생각해서 미리미리 상추씨를 뿌려둔다.

예쁘게 어린싹이 되어준 상추는 내년 봄 2월 부터 뜯어먹게 될 상추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동해남부 해안가이기에,  채소들이 추운 겨울을 잘 버틴다는 특징이다.

 

요즘 제법 먹거리를 만드는 '로메인과 청상추, 양상추 종류이다.

아삭아삭한 맛이 샐러드용이나 쌈용으로 즐기게 되는 채소이다.

 

꽃상추가 추워질수록 먹음직스런 색깔로 유혹을 한다.

아마도 11월 중순 부터는 성장은 늦어지지만, 12월 말 까지는 충분하게 뜯어먹을 수 있다.

 

다른밭의 가지는 모두 뿌리째 뽑혀서 이미 거름이 되었건만

우리 텃밭의 가지는 주인을 잘만나서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주렁주렁....

귀한 대접을 하고 있는 밭주인의 정성을 고맙게 여겨서인지  

계속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있는 가지나무가 바라볼수록  고맙다는 생각뿐이다.

 

날씨가 추워지니까 가지꽃도 짙은 보라빛으로 변했다.

가지는 꽃이 피기만 하면,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당근을 심은지 3개월만에 땅이 두둑하게 올라와서 캐어보니  제법 멋진 당근이 되었다.

올해는 너무 많이 내린 비 때문에 몽땅 뿌리가 썩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당근 농사가 잘된 것 같았다.

 

단맛이 강했고, 물도 많아서 쥬스를 만들어 봤더니 먹을만 했다.

 

당근은 비타민A가 많아서 눈건강에 좋다고 하길래  텃밭에서는 빼놓을수 없는 식물이다.

엊그제 시력검사를 했더니, 0,1이라는 생각치도 않은 숫자가 나와서 안경을 써야한다고 했다.

일주일동안 밤잠도 못자고 고민한 결과 안경은 쓰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싫어하는 당근을 많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약간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다.

 

수확을 끝낸 짜투리 빈 땅에 재미삼아 유채씨를 뿌려놨더니, 먹음직스럽게 자라고 있다.

곧 겉절이를 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무름병 때문에 올해는 배추값의 가격이 벌써 부터 껑충이라고 한다.

그래도 우리밭의 배추는 무름병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잘자라고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9월3일에 씨를 뿌린 알타리 무우가 요렇게 자랐다.

김치를 담그기 싫어서 더 놔두고 싶었지만, 양파를 심어야 했기에, 오늘 뽑아냈다.

 

달랑무라고 하는 알타리무우가 진짜 맛있게 생겼다.

예전에는 총각김치를 통째로 들고 맛있게 밥을 먹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예전의 절반에 절반도 못되는 밥을 먹기 때문에, 밥 한그릇에 총각김치 한개 정도면 된다는 것이 우습다.

그래도 내가 애써 가꾼 채소였기에, 깨끗하게 손질하고,  김치를 담그고...

서울 여동생 집에 택배 보내면, 올해의 알타리무우 농사는 끝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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