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푸르름이 가득한 가을 텃밭

nami2 2021. 10. 15. 21:32

가을이 되면서 늘 비가 내리는  들판을, 생각없이 바라보던 날들이 제법 많았는데

하루 이틀 비가 주춤하게 되어

여유롭게 산책을 하다보니, 어느새 누렇게 된 들판을 보며 새삼 가을을 느끼게 되었다.

 

농사짓던 어르신들의 나이가 고령이 되면서 점점 줄어드는 집 주변의 논들이 밭으로 변해가더니

여름날에는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을수 없었고, 푸드덕 거리며 날아다니는 가을날의 벼메뚜기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손가락으로 셀 만큼의 몇개 밖에 되지 않은, 귀한 논에서 누렇게 된 황금들판을 본다는 것도 

집 주변에서는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괜한 씁쓸함이 되어 마음까지 빈 들판이 되는 것 같다.

 

이른봄에 텃밭에서 열심히 뜯어 먹었던 '쑥부쟁이'나물이  가을이 되면서 꽃동산을 이루웠다.

매화 향기가 바람에 날리는, 2월의 어느날 부터 향긋한 나물이 되어서 봄날의 입맛을 돋구워 주더니,

가을날에는 예쁜 꽃을 피우고, 늦가을에는 씨가 되어  땅에 떨어지면서

또다른 번식을  준비하며, 한 해를 마무리 한다는 것이 꽤나 경이로워 보이는 산나물이다.

 

유채씨를 뿌린지 보름밖에 되지 않았는데, 예쁘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채가 귀하면, 정말 맛있는 반찬거리가 되겠지만

지금, 우리집 텃밭은  자주 내리는 가을비 덕분에 푸른초원이 되고 있어서 그냥 눈인사로 끝을낸다.

이곳에서는  유채를 '겨울초'라고 부른다.

겨울초는 한겨울에도 뜯어먹을 수 있는 채소이기에 느긋함으로 그냥 바라볼뿐이다.

 

상추도 점점 먹음직스러워져 가고 있다.

봄에는 가뭄 때문에 뜯어먹지 못했고, 여름에는 불볕 더위 때문에 또 뜯어먹지 못했는데...

가을비가 워낙 많이 내려서인지, 쑥쑥 정말 예쁘게 크고 있다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건만

한꺼번에 많은 야채를 먹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것 같은 가을날이다.

 

쑥갓은 맛만 보려고  겨우 요만큼 심었다.

그래도 나 혼자 먹을 만큼은 충분히 자라고 있다는 것이 모두 비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비 많이 내린다고 불평 불만의 끝은 야채들이 예쁘게 자라는 것으로 퉁치면 될것 같았다.

 

봄에는 '청경채' 꼬라지도 엉망이었다.

그런데 가을에는 비 덕분에 제법 뜯어다가 나물을 만들어 먹고 있다.

벌레구멍이 있는 것은 농약을 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김장할때 양념으로 넣을 '붉은갓'을 

씨만 뿌려놓고 못본체 하는 동안에 저혼자서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린다고 불평 불만 했다는 것이 채소들을 보면서 약간 미안함을 가져보았다.

 

올해는 갓김치를 맛있게 담가보려고, 돌산갓 씨를 뿌렸더니 너무 잘크고 있다.

 

벌레구멍이  총탄 자국처럼 보이지만, 무농약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가끔씩 녹즙용으로  충분하다.

일년동안 참으로 지긋지긋하게 벌레와 씨름했는데, 가을이 되니까 벌레도 사라졌다.

 

텃밭에서 가장 정성을 들이는 채소가 김장배추이다.

해마다 30포기 심으면, 김장할때는 15포기로 줄어든다.

왜냐하면, 한포기의 배추를 키우려면 온갖 전염병과 싸워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3년전에는 30포기 심은후, 김장할때는 2포기 남은 적도 있었다.

그래도 올해 또한 30포기를 심어놓고 정성을 들이는 중이다.

 

그만큼 농사 짓기 어려운 것이 김장배추라는 것을 알면서 포기하지 않고 또 30포기로 도전하고 있다.

요즘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뿌리가 물러져서 썩어내리는 '무름병' 때문에 신경을 쓰이게 한다.

무름병, 뿌리혹병, 노균병이라는 전염병, 그리고 달팽이와 싸워야 하고, 청벌레도 잡아야 하고....

 

이슬이 듬뿍 내린 이른 아침에 배추밭에 서서 '오늘도 무사하라고....'격려를 해주다보니

아직 까지는 나의 정성에, 배추가 양호함을 오늘 아침에 점검했다.

 

한쪽에는 동치미 무우, 또한쪽에는 알타리 무우

가을 무우들은 그런대로 신경을 쓰지않고 가끔씩  눈인사만 해주는데  잘 크고 있었다.

 

다른밭에는 이미 가지가 모두 사라졌지만, 우리밭에는 뒤늦게 가지를 열리게 해줘서

가지나무를 뽑아내지 않았다.

사실, 가지를 심어 놓고 여름철에는 몇개 따먹지도 못했다.

가뭄과 폭염과 잦은 비...

그런데 찬바람이 난 가을 가지가 맛있다고 해서 정성을 들였더니, 나에게 보답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 한개가 남을 때 까지 그냥 뽑아내지 않으려 한다.

 

가지 10개를 따서 가지 오가리를 만들고 있다.

베란다 창틀 위의 선반에 널어 놓으니 잘 마르고 있어서 재미를 느낀다.

 

7월에 당근씨를 뿌린 것에서 가뭄때문인지 10개가 살아남았다.

그래서 8월초에 당근씨를 또 뿌렸더니  폭염에 겨우 7개가  살았다.

그래서 8월말에 당근씨를 또 뿌렸더니, 밭 전체에 가득 넘치도록  푸른초원이 되고 있었다.

밭에는 비가 내려줘야 한다는 것이 진리가 된듯하다.

8월15일 이후, 끝도없이  계속해서 10월의 어제 까지 비가 내린 탓이 영양제가 된듯 했다.

 

7월에 그냥 생각없이 대파씨를 뿌려놓았더니

여름 폭염에는 겨우 발아가 되는듯, 마는듯...

요즘은 대파도 비 덕분에 정말 예쁘게 커가고 있다.

 

쪽파 밭속에 잡풀인줄 알고 뽑으려고 했더니, 잡풀이 아닌 냉이였다.

쪽파가 이길까, 냉이가 이길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또하나의 짜투리 쪽파밭에는  냉이가 이겼다.

봄날에 냉이꽃이 피는 것을 뽑아내지 않고 그냥 놔뒀더니, 냉이꽃이 씨가 되어 땅으로 떨어졌다.

12월쯤 날씨가 추워지면, 냉이의 맛이 진국이 되기 때문에 추워지는 시간을 기다려보려고 한다.

한겨울에 먹는 냉이무침과 냉이국은 별미이니까....

 

들깨를 뽑아내고 시금치 씨를 뿌렸다.

밭이 워낙 크다보니, 들깨 뽑을 때 까지 대기중이었던  시금치 씨를 이제서 뿌렸다.

월동시금치 라는 것은

겨울에 뜯어먹는 시금치이기에  10월 중순쯤에 씨를 뿌리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여름철에도 흡족하게 따먹지 못했던 맷돌호박을... 웬 횡재인가 하면서 요즘 제법 따먹고 있다.

찬바람이 나면, 애호박은 더 맛있어진다고 한다는데, 진짜 맛이 있었다.

여름철에는 두개밖에 따먹지 못한 맷돌호박이 가을이 되면서 이쁜짓을 해주었다.

늙은 호박은 필요 없었기에 ,요렇게 맛있게 생겼을때  호박 따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호박전, 호박 새우젓 찌개, 호박나물.... 입맛 없어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 나를 위한 선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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