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피해를 주었던 마이삭 태풍이 지나간지 일주일만에 또다시 태풍이 찾아왔다.
올해는 반갑지 않다고 하는 것들이 왜 그렇게 끈질기게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인지?
아무리 자연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해도, 입에서 욕이 나올 만큼 무지막지 한 것 같았다.
코로나, 긴장마, 그리고 강력한 태풍 마이삭, 해일과 겹쳐진 두번째 태풍 하이선 ...
집에서 마을버스로 5분 정도 가는 거리에 있는 기장군의 어촌마을은 완전히 초토화 되었다.
태풍 때문에 생긴 해일로 인한 파도가 마을을 뒤덮어서, 한적하고 아름답던 작은 어촌마을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거의 매일 산책을 나가던 해안가는 부서지고,찢기고, 쓰레기가 산더미가 되고
횟집과 음식점들은 말로 표현이 안될만큼 엉망이 되었음에 그냥 말문이 막힐뿐이었다.
실제로 겪었던 하이선 태풍의 무지막지함은 살아오면서 그렇게 무서웠던 공포감을 처음 느낀 것 같았다.
빨간 열매들이 제법 익어가는 9월인데, 태풍으로 인한 상실감 때문인지
가을마중도 제대로 못하는 현실이 서글프기 까지 하다.
마이삭 태풍때는 텃밭의 모든 것들이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빗물을 가득 담아놨던 용기들을 바람에 날릴 정도라면, 얼마나 강한 태풍이었는지
이곳저곳 풀숲을 뒤져서 찾아다가 물을 가득 채우고, 그리고 돌덩이를 올려놓은후
하이선 태풍을 맞이 했는데, 바람에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무섭기는 하이선 태풍이 더 강력했던 것 같건만, 아무래도 마이삭 태풍의 위력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마이삭 태풍때는 물병들은 그대로 있었지만, 다른 것들은 모두 날아가버렸다.
그래도 텃밭에서는 모두 중요한 것들인데
해일을 동반해서 해안가를 초토화 시킨, 하이선 태풍은 들판에서는 조용했었나보다.
걸어놓은 장갑도 그대로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은 태풍 하이선인데
왜 그렇게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해안가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린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마이삭때는 들판도 모두 망가졌었건만....
텃밭에서 두번의 태풍을 겪어냈는데, 멀쩡하기만한 채소들을 보고 믿어지지 않았다.
케일은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부추밭의 꽃들도 망가지지 않고
돌나물도 폭염보다는 비가 내리는 태풍이 왔을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부지깽이 나물과 취나물은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었으며
쑥부쟁이 산나물도 더 예쁘게 자라고 있었음에 진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태풍에 강한 것인지, 태풍을 즐기는 것인지?
태풍으로 인해서 비가 많이 내렸음에도
가을무우 씨를 뿌린 것이 예쁘게 싹을 틔워서 자라고 있었다.
녹즙용 신선초도 폭염때 보다는, 태풍때 더 잘자라는 듯 했다.
마이삭 태풍때 엉망이 되어서 지지대로 안전하게 해놨던 가지나무도 멀쩡했다.
쪽파를 심어놓고 난후,마이삭 태풍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하이선 태풍때는 이만큼이나 싹을 틔우고 있었다.
두번의 태풍이 사람들을 참으로 힘들게 했건만, 들판의 채소들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마이삭 태풍때는 꼬라지가 곧 사라질것만 같았는데
이번 태풍에는 윤기가 날 만큼 예쁘게 자라고 있는 상추가 신기했다.
그런데 오이넝쿨은 완전히 작살났다.
그나마 몇개 매달린 오이에게 기대를 하고, 열심히 지지대를 세워주고 보살폈지만
하이선 태풍은 봐주지 않았다.
호박 넝쿨도 완전히 돌아가셨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지대를 걷고, 밭을 정비 한후, 시금치를 심는 일만 남았다.
결론은 강력한 태풍은 사람사는 세상에서는 쑥대밭을 만들기도 하지만
들판에서 자라는 작은 채소들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무시무시 했던 두번째 태풍이 지나간후, 엉망진창이 되었을 것이 두려워서 하루를 망설이다가
텃밭에 나가봤더니, 지난번 마이삭 태풍때도 살아남았던 '나도샤프란꽃'이 또다시 시선을 멈추게 했다.
이럴수가 있을까?
두눈을 의심했을 만큼 꽃은 더 예쁘고, 더 탐스럽게 꽃이 피어 있었다.
이녀석은 강력한 태풍을 즐기는 것인지.....할말을 잊게 했다.
두번째 태풍 하이선은 더욱 강력해서 ,집주변 해안가 마을을 완전 초토화 시켰을 만큼 엄청났건만
텃밭 한켠에서 다소곳한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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