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계속되는 여름보다는 태풍이 잦은 초가을이, 채소들에게는 보약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언제 태풍이 왔다 갔는가 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윤기가 흐르는 가을채소들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다는 것을 자꾸만 느끼게 한다.
해안가에서는 아직도 태풍으로 인한 피해복구가 되지 않아서 시름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거늘
들판에서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참깨수확과 땅콩수확이 한창이다.
이곳저곳에서 태풍으로 인해 엉망이 된 밭을 복구한후, 가을채소를 심느라 바빴던 텃밭의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예쁘게 성장해가는 채소들에게 푹 빠져서, 태풍 때문에 망쳐졌던 엊그제의 밭은 잊은듯 했다.
두번의 태풍에 짓밟혀진 맨드라미가 회복을 한후, 제법 예쁜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선선해진 가을바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긴 장마끝에 고추밭이 모두 망쳐진후, 마음을 추스리고나서 알타리무우씨를 뿌렸더니
두번의 태풍에도 너무 잘크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일찍 망쳐진 고추밭 덕분에 맛있는 총각무우 김치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아욱국은 집나간 며느리도 안준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맛있다고 한다는데
이제 뾰족뾰족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언제쯤 아욱국을 먹게 될런지?
작은 짜투리 땅에 붉은 갓씨를 뿌렸다.
무엇이든지 심는것이 초가을에 해야 할일이기에 무조건 씨를 뿌렸는데, 태풍이 다녀갔다.
태풍의 횡포에 남아나지 않을줄 알았더니, 태풍도 어린싹은 그냥 봐준듯 했다.
가을무우씨를 뿌려놓고 두번의 태풍이 다녀갔다.
마이삭 태풍은 무우씨를 빗물로 씻겨내려가게 했고, 하이선 태풍은 어린싹을 짓이겨놨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치고는 좋은 결과였다.
그냥저냥 정성드려서 가꾸면, 맛있는 가을무우를 먹게 될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태풍이 다녀간후, 김장배추 모종을 심었는데
두번의 태풍이 사라진후 심느라, 시기가 약간 늦었다고 한다.
그래도 어린녀석들이 다치치 않을수 있어서, 태풍이 사라진후 심는 것이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가을바람이 불기시작하니까, 케일이 제법 예쁘게 자라고 있다.
녹즙용 케일인데
봄에는 몇번 따다가 녹즙을 해서 마셨는데
초여름 부터는 진딧물과 씨름, 파란벌레의 횡포, 그리고 한여름에는 폭염으로 인해 성장이 멈췄다.
이제 부터는 녹즙의 계절, 가을과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텃밭 한켠의 산나물 밭에서 '참취꽃'꽃이 피기 시작했다.
종족번식을 위해서는 지들도 꽃을 피고,씨를 맺어야 안되겠는가?
부지깽이꽃이 예쁘게 피기 시작했다.
나의 산나물 밭은 온통 가을꽃으로 장식될것 같다.
쑥부쟁이도 몽글몽글 꽃봉오리가 맺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가을에 꽃을 보려고 한그루 심어놨던, 배초향(방아)꽃이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다.
텃밭은 온통 가을꽃으로 장식될 것 같다.
아파트에서는 도저히 꽃을 볼수 없어서 텃밭으로 데리고 나간 '털닭개비'가 꽃을 피웠다.
물통에 올려놓은 화분속에 털닭개비 줄기를, 마이삭 태풍이 모두 바람에 날려보냈었다.
이곳 저곳에서 줄기를 주워다가 다시 화분에 꽂아 놓았는데, 뿌리도 없이 어느새 꽃을 피우고 있다.
뿌리가 생겨나기전에 꽃피는 것이 급했던 이유는....
이 계절이 좋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곳저곳에 돌아다니면서 잘려나간 줄기를 찾아다가 꽂아놓은 나의 정성에 보답함이었는지
아무튼 부상이 심할텐데, 꽃을 피워준것만도 고마웠다.
선선해진 가을바람 덕분에 텃밭가에 심어놓은 꽃이,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예뻐졌다.
찬이슬을 듬뿍 맞고, 화사한 모습으로 아침마다 나를 기다리는 '나도샤프란'꽃 때문에
게으름을 피지 못한채 이른 아침에 텃밭으로 문안인사 나간다.
몹쓸 태풍으로 인해, 다시는 못볼 것 같았던 꽃이 꿋꿋하게 잘 견뎠으며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자꾸 예뻐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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