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양파 수확

nami2 2020. 6. 10. 22:05

 

   올 봄에 까지 농사를 짓던 텃밭이었지만, 지금은 묵정밭이 되어버린 밭에서 마무리 할 것 이 있었다.

   기다리던 비소식을 즐거워 하기 전에, 마무리 해야 할 채소가 있어서 이른아침 묵정밭속으로 들어갔다.

   지난해 11월에 심었던 양파수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올해 2월에 밭을 그만하라는 통보에 의해, 많은 주말농장 텃밭지기들이 양파만 남겨놓고 뿔뿔이 흩어졌다.

   양파 때문에 6월말 까지 봐주기로 했던 밭주인의 배려가 있어서 어렵사리 양파를 수확하게 되었다. 

 

 

  다른곳에 주말농장을 임대했기에  거의 돌보지 않았던 양파는 제멋대로 시간을 기다렸다.

  밭고랑마다 텃밭지기들이 남겨놓고 간 마늘과 양파는 진짜 꼬라지가 엉망이었다.

  엊그제 마늘은 수확을 했고, 이번에 양파를 수확하면

  5년동안 텃밭을 했던 수고로움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씁쓸함으로 마무리를 해야 했다.

 

     양파는 그런대로 괜찮은 꼬라지였지만

     그것도 몇차례 밭에 들어가서 양파를 훔쳐가는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어렵게 내 것이 되었다.

     텃밭지기들이 다른곳에 텃밭을 임대해서 농사를 짓느라 자주 찾아가지 않은 틈을 타서

     밭고랑마다 수확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양파를 큰것만 모두 훔쳐가는 일이 있었다.

 

큰 것은 모두 도둑을 맞았고, 작은 양파라도 내가 농사 지은 것이기에 소중하게 캐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양파라도  밭에 남겨놓지말고 집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관리가 잘안되다보니 올해는 숫놈 양파가 제법 많았다.

          다른 텃밭지기들은  숫놈 양파는 그냥 밭에 버리고 간다고 했지만

          숫놈이든 암놈이든 모두 양파라는 것인데, 가운데 심을 빼내고 먹으면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둥글넙적하게 예쁜것은 암놈 양파이고, 길죽하게 심이 박힌 못생긴 것은 숫놈양파라는 소리도

          양파를 캐면서 알게 되었으니, 숫놈이라는 것은 욕이 아니고 양파를 판가름 할때 쓰는 소리라고 한다.

 

 

          올해의 양파는 이것이 전부이다.

          작은 양파망으로 두자루, 그리고 숫놈양파와 아주 작은 양파

          큰 양파들은 모두 양파도둑이 가져갔다.

          5년동안 텃밭에서 초보농사꾼 딱지를 떼어내고, 좀더 잘해보려고 했건만, 밭주인의 갑질아닌 갑질 때문에

          이렇게 양파를 끝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6월이 들어서면서 더욱 극심해진 가뭄이지만
    그래도 이른새벽에 텃밭에 나가보면 촉촉하게 이슬이 내려앉아 있었다
    밤새 이슬 덕택에 싱싱해진 채소들은 몇시간 되지않아서 시들어버리는 것은 ,내리지 않는 비 탓이라고....
    그런데 비소식이 있었다
    극심한 가뭄에 단비가 내린다는 소식이었지만
    비가 내리면 절대 안되는 것이 있어서 시간을내어, 이른 아침에 양파 밭으로 가서 양파를 캐고

    묵정밭이 되어버린 정들었던 텃밭을 떠나오려니까, 한달전 까지만 해도 잘뜯어먹던 쌈채소 '치커리'가

    예쁘게 꽃을 피워서 마무리 하는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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