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아직도 엉성한, 나의 텃밭

nami2 2020. 5. 2. 23:52

          어제와 오늘의 날씨는 완전 한여름 날씨가 되었다.

          5월이 오기만를 기다렸다는듯이,5월 첫날 부터 그렇게 더울수가 있을까 할 정도로, 날씨는 따끈따끈 했다.

          어느 순간부터 체력이 야금야금 약해지고 있음을 ,요즘은 피부로 느껴지는듯, 자주 몸져눕게 된다.

          그래도 건강이라는 것을 담보로 ,살기위해서 걷기운동을 해야하고

          그냥 떠나가는 봄날이 아쉬워서  봄을  좀 더 느끼고 싶어서 또 걸어야 하고....

          걸어 다닐때는 즐겁지만, 체력이라는 것이 자꾸만 고갈되고 있음은

          이젯껏 살아온 날 보다는,앞으로 살아갈 날이 짧다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것이 씁쓸했다.

          그래도 이세상 마무리를 하는 날 까지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또 하루를 그냥 걸었다.

          걷는다는 자체가 인생의 활력소가 된다니까, 착한 사람 대열에 동참해서 걷기운동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날씨가 더워지니까 텃밭에 나가는 자체가 힘들어 진다.

             온전하게 쉴 곳도 없는 ,완전 땡볕의 텃밭은

             꼭 자갈밭을 개간하여 옥토로 만들고자 애쓰는 화전민 같은 마음으로 텃밭에 나가게 된다.

             씨를 뿌려서  싹이 트고, 자라는 식물들을 보면, 대견하고 사랑스러운데

             날씨 좋았던 봄날은 가고, 땡볕이 시작되는 5월이 그냥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난데없이 4월 중순에 내린 서리 때문에, 텃밭의 식물들이 엉망이 되었다.

                 맷돌호박을 심어서 잘크고 있다가, 폭탄을 맞은듯  거의 실신상태가 되었다.

                 그나마 풋호박은  그럭저럭 응급조치 끝내고, 살아나는듯 했다.

                 새우젓 넣고 호박나물을 먹는 것을 상상하며 심었는데, 언제쯤 호박나물을 먹게 될런지

              가시오이, 조선오이, 노각오이....

              당뇨 때문에, 달착지근한 과일보다는 오이를 먹는 것이 낫다고 해서 많이 심었는데

              바람에 모두 망가져서 2번째 사다가 또 심었는데

              산바람과 바다 바람이 만나는 곳이라서 견뎌내지를 못하고 있다.

              올 여름에 오이를 따먹을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그나마 토마토는 속을 썪이지 않고, 자리를 잘 잡은 것 같았다.

                  참외도 심고, 수박도 심어보고 싶었지만

                  손바닥만한 텃밭에 꼭 심어야 하는것은 토마토와 오이였다.

                  당뇨에 좋다고 하니까...

                  맛있는 가지'라고 해서 일부러 비싸게 구입해서 심었더니,꼬라지가  그랬다.

                  매일같이 눈인사를 하면서 물을 주는데도 

                  가지를 따먹게 될런지, 모든것이 미지수가 되었다.  

                     치커리도 언제쯤 뜯어먹게 될런지

                     씨를 뿌린지 벌써 2개월이 되었다.

                 상추와 쑥갓은 보름 정도 있으면, 뜯어먹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손바닥만한 밭에 고추 심을 자리가 없어서, 새롭게 밭을 만들었다.

                  텃밭 한귀퉁이에 잡초밭에 풀을뽑고, 돌을 골라내고  땅을 뒤집고, 거름을 하고

                  그리고 하루 정도는 몸살이 나서 앓아눕고...

                  그렇게 해서 땡초 20포기를 심었더니, 바람이 고추잎을 모두 날려보냈다.

                  비를 맞아 가면서 고추를 심고, 지지대를 해줬는데, 바람이 자꾸만 고추를 못살게 만든다.

                진짜 엉성한 밭이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처럼

                돌을 대충 골라내고, 대파씨를 뿌렸는데, 그래도 씨가 싹을 만들어서 파릇파릇 제법 자라고 있다.

                대파 밭이라고 사진을 찍어놓고보니 약간은 챙피했다.

                이녀석들이 언제쯤 입속으로 들어가게 될런지?

                그러기에는 너무 비가 내리지 않는다.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을 길어다가 ,텃밭 채소들에게 주려니까 어깨가 너무 아팠다.

                   .

                      가장 무난하게 잘 크고 있는 것이 나물들이다.

                     취나물은 제법 예쁘게 자라고 있다.

               쑥부쟁이, 참나물, 을릉도취나물, 머위, 돌미나리, 돌나물....

               한꺼번에 심어놨다.

               재래시장으로 나물을  사러 가는 것이 아니라,소쿠리 들고 나물을 뜯으러 텃밭으로 간다.

                  부추도 제법 자라고 있다.

                  부추 넣고 오이소박이도 해야하고, 부추전도 부쳐야하고, 할일은 많은데

                  부추가 자라는 속도는 약간 늦은듯, 봄가믐 때문인 것 같다.

              케일 잎을 뜯어서 녹즙을 짜마셔야 하는데, 언제쯤 케일녹즙을 마시게 될런지

               도랑가에서  돌미나리는 제법 뜯어 먹는다.

               텃밭보다는 물이 있는 곳이라서 돌미나리 자라는 속도가 가장 빠른 것 같았다. 

              텃밭을 처음 시작 하면서 가장 먼저 심은 것이 '머위'이다.

              쓴맛이 있어서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쌉싸름한 머위 잎에 밥을 싸먹는 것을 좋아했던, 우리집 아저씨 생각나서 특별한 애착으로 심어놓았다.

              머위잎을 따다가 언제쯤 밥을 싸먹게 될런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집아저씨가 좋아했던 머위를, 텃밭에 심어놓고, 정성을 들여서 가꾸고 싶었다.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먹고싶다고 했던 것이 머위나물이었기에

              급하게 머위나물 반찬을 만들어서 가져갔지만

              입에서 받아들이지를 못해서 ,끝내는 머위나물을 먹지 못하고 떠나간 것이, 지금은 서러움이 되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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