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의 '죽성리'라는 바닷가 마을에 ,아주 오래전에 고산 윤선도가 유배를 왔다고 했다.
어떤 죄목으로 유배를 왔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마을사람들은
뒷산에서 약초를 캐다가 아픈 사람을 병고쳐 주는 한양의 양반님이라는 것으로만 알았다고 한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생각나는 이유는...
아파트 뒷쪽은 윤선도가 약초를 캤다는 산이고
그리고 들판을 지나서 30분을 걸어가면, 윤선도가 바다만 바라보고 살았다는 한적한 바닷가 이다.
코로나19 라는 불청객이 이땅에서 미친짓을 하고 있는지가 벌써 1개월이 넘었고
그 덕분에 한달 가까이 지하철을 타고 ,도시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 꼭 유배생활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들판으로 가서 텃밭을 일구고, 그리고 시간이 나면 바다를 향해 걸어가던가
시골길을 걷고, 시골마을 주변이나 어촌마을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텃밭에서 자급자족을 하며, 들판에서 쑥을 뜯고, 들나물을 뜯어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자연인'이라는
품위 있는 이름이 아니라, 귀양살이 하는 느낌이 들 만큼, 이 생활에 점점 멀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텃밭으로 가는 길목의 어느 담장가에 복사꽃이 피었다.
몇송이는 아니지만 새초롬하게 피어 있는 모습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다.
몇년동안 애지중지 농사를 짓던 15평 정도의 밭에서 어쩔수없이 밀려나게 되면서
새롭게 임대를 하게 된 나의 텃밭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시내로 나갈 수 없어서, 시골에서 귀양살이 하는 요즘에 하는 일이라고는
텃밭을 만드는 일이었다.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삽질을 해서 흙을 뒤집고, 고랑을 내고, 거름을 하고
그리고 저쪽 밭에서 이쪽 밭으로 이사를 했다.
저쪽밭( 앞전에 했던 밭)에서 이쪽 밭(새로운 밭)과의 거리는 6분 정도의 거리라서
채소들을 옮기는 것도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하루 일하고, 이튿날 몸살을 하고,
그리고 또 일을 하고, 몸살을 하는 반복적인 일들이 이제는 면역이 된듯 했다.
가장 먼저 ,겨울동안 얼지않고 자란 방풍을 옮기고, 민들레도 옮겼다.
민들레는 쌈으로 먹고, 즙으로 짜서 먹고, 겉절이로도 먹을 수 있기에 없어서는 안될 채소이다.
달래도 저쪽 밭에서 삽으로 파다가 옮겼다.
들판에서 자생하는 달래를 구경한적도 없어서, 텃밭에서 달래씨를 뿌려서 재미있게 키우고 있는데
밭주인이 밭을 내놓으라고 하기에, 너무 억울해서 1년동안 키운 '달래'를 옮겨 심었다.
아무것도 없는 밭으로 보이지만, 한달 정도 지나면 제법 푸른빛이 보일 것 같다.
완두콩을 심고, 옥수수도 심었으며, 상추와 당근도 심었다.
집에서 뒹구는 감자가 싹이 났기에 ,싹을 도려내서 밭에 심었다.
감자 4개에서 싹이난 것을 12쪽으로 도려내 밭에 심어봤다.
난생 처음 심어보는 감자의 모습은 어떨것인가 기대가 크다.
임대를 한 나의 텃밭 옆에는 도랑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농수가 흐르는 도랑이라서인지 물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았다.
돌미나리가 엄청 많았으며, 머위도 처음으로 심어봤다.
저쪽 밭에서 쑥부쟁이를 옮겨 심었고, 을릉도 취나물도 옯겨 심었으며
이제 아주 작게나마 새싹이 땅위로 올라오고 있는 취나물도 옮겨 었다.
이렇게 텃밭을 만들고, 옮겨심고 하는 것도 10일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저쪽밭에서 이쪽밭으로 가는 길은 들판을 가로질러서 6분 정도를 가야하는데
가는 길에 매화가 곱게 피어서 ,왔다 갔다 걸어다닐만 했다.
이제 진짜 마지막 매화이다.
이 매화를 끝으로 들판에서는 완전하게 사라져 가는 중이다.
해마다 일부러 찾아 가서 문안을 여쭙는 목련나무가 올해도 여전히 화사하게 꽃이 피고 있다.
엊그제 사진을 찍어 둔 사진이 이정도 인데
오늘 지나다보니 완전하게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사진은 찍지 못했다.
세상은 기약없는 뒤숭숭이지만, 꽃은 세상속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벚꽃이 필때쯤이면, 그 몹쓸놈의 코로나가 물러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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