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따뜻했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아직은 텃밭에서 뜯어다 먹고 있는 채소들이 많아서 겨울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않았는데
상추를 뜯으러 갔더니, 간밤에 된서리가 내린듯 채소들이 맥을 못추고 있었다.
그래도 이곳 저곳에서 동백꽃이 피고,노란 민들레꽃이 보이길래
겨울이 아주 먼 곳에 있는줄 착각하면서, 텃밭의 채소들을 필요 할때마다 뜯어다 먹다보니
시들해진 채소들이 간밤에 꽁꽁 얼었다가 해가 떠오르면서, 봄눈 녹듯이 녹아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나가던 이웃이 당근을 뽑아야 한다기에, 밤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것이 염려스러워서 당근을 뽑기로 했다.
당근 잎이 싱싱하고 좋아보여서, 당근뿌리도 괜찮은줄 알았다가 당근을 캐면서 혼자 웃었다.
당근을 캐면서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면 비정상....
기가막혔다.
당근을 캐는 것인지, 인삼을 캐는 것인지, 말문이 막혔다.
텃밭 한귀퉁이 짜투리 땅이 세군데 있었다.
가을채소를 심으면서 남겨진 짜투리 땅이기에 당근씨를 뿌렸다.
그러나 세번씩이나 찾아온 태풍으로 인해, 텃밭의 모든 채소들이 위기를 맞이했는데
그래도 당근은 땅속에서 잘크고 있는 것 같아서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이꼬라지가 된 것 같았다.
멀쩡한 것은 몇개 없고, 모두가 인삼 처럼 생긴 모습이다.
그래도 내가 농사를 지은 것이니까 ,귀한 대접을 해야겠기에 정성껏 캐냈다.
땅속에 있는 당근 뿌리가 부러지지 않게 정성을 다해 캐내면
땅밑으로 갈수록 당근의 모습이 인삼 모습이 되어서 나온다.
이 정도의 짜투리가 세군데나 되는데, 이 밭에서 나온 것은 거의 인삼모습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보여줬더니 거름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인지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날씨는 추웠지만, 당근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추운줄도 몰랐다.
집으로 가져온 당근은 제법 되었다.
땅속에서 캐온 당근은 아이스 박스에 보관을 하기로 하고, 한소쿠리 정도를 물에 씻어보았다.
정말 기가막히게 잘생겼다.
어찌 하나 같이 이런 모습으로 생겨난 것인지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잘생긴 것을 골라보았다.
씻으면서 당근을 먹어보았더니, 생긴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너무 맛이 있었다.
마트에서 사오는 당근의 맛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단맛이 강하고, 아삭아삭한 맛이 흐뭇하기까지 했다.
꼬라지가 못생겼으면서 맛도 없었으면 천덕꾸러기가 될텐데...
귀한 대접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쥬서기를 사용해서 당근 쥬스를 만들었더니, 너무 맛이 있었다.
물도 많이 나오고, 단맛도 강하고, 신선하고...
당근쥬스의 효능"을 검색 해봤더니, 결국에는 겨울내내 쥬스를 마셔야 할 만큼 효능이 좋았다.
암예방을 비롯하여, 시력향상, 면역력증진, 빈혈 ...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가 풍부한 슈퍼푸드 당근은 생으로 먹을때보다
쥬스로 만들어 마시면 더 많은 양의 당근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아무튼 채소가 먹기 힘든 겨울 한 철 동안, 혼자 쥬스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만큼 텃밭에서 캐왔다.
꼬라지는 뭣같이 생겼어도, 맛과 영양이괜찮으니까 예쁘게 봐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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