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11월의 텃밭에서는

nami2 2019. 11. 14. 23:43

          산악회에서 산행을 했던 날의 그 뒷날은 늘 몸살을 앓는 날이 된것 같았다.

          산행을 한 피곤함 보다는, 먼길까지 차를 타고 가야하는 번거로움과 차멀미가 늘 문제가 되는듯...

          어제 하루종일은 쭉~뻗어 있다가, 오늘은 절집에 법회가 있는 날이라서

          바깥 날씨는 아랑곳 하지 않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이른 아침이니까, 날씨가 추워도 햇살이 퍼지면, 추위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다.

          아직은 11월이라는 것도 그렇고, 이곳이 남부지방이라는 것을 애써 강조 해봤지만

          발과 손이 시린것은 그렇다고 해도, 어쩜 그리 하루종일 추웠던 것인지?

          차거운 마루바닥에서 2시간 가까이 법회를 끝내고, 낙엽이 푹푹 쌓이는 산길을 걸어서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법회가 끝나면,둘레길을 걸어보자고, 종교가 다른 친구를 절집까지 유인을 하였으니

          꼼짝없이 산행을 해야 했는데, 한 겨울보다 더 큰 추위를 만난듯...덜덜 떨면서 산행을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얼마나 추웠으면, 방한복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대상이 되었던 것 같았다.

          수능 보는 날!!

          예전이나 지금이나 수능일에  기온이 내려가는 것은, 변함없는 하늘의 짖궂은 행사라는 것에 그냥 헛웃음이 나왔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천차만별이었다.

              이슬이 흠뻑 내릴때도 있었고, 바람이 몹시 부는 날도  있었으며, 햇볕이 따사로운 날도 있었다.

              그래서 텃밭의 가지나무를 뽑아내지않고  텃밭에 머물게 했다.

              기온이 내려갈 수록  더욱 짙어지는, 보라색깔의 가지나무 잎사귀와 가지꽃이 예뻐서 그냥 놔뒀더니

              가지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열매를 따먹기위해 놔둔 것도 아닌데, 꽃이 피면서 열매를 맺고, 그리고 씩씩하게 자라나고...

              그냥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지켜보고 싶은 심정, 그것뿐이다. 

                  가지꽃의 짙은 보라색꽃을 좋아한다.

                  그냥 예쁘기만 하다.

                이 태풍, 저 태풍  모두 사라진 10월 중순에 시금치 씨를 뿌렸더니  이만큼 자라났다.

                월동 시금치이니까

                추운 겨울에 밭에서 그냥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시금치와 함께 씨를 뿌린 겨울초(유채)가 정말 예쁘게 자라고 있다.

                     곧 겉절이를 해먹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황량한 겨울 들판에서 푸르름을 볼 수 있다는 것만해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는 실 보다도 더 여리게 흙을 밀고 올라오는 '달래'의 연약한 모습에서 자연의 힘을  새삼 느꼈다.

                 겨울 한파와 싸워보려고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어서 그냥 안쓰러웠다.

                 달래 잎이 가을에 나온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11월이 되면 이곳저곳의 들판에는 모두들 양파심기 작업을 한다.

                 이 정도의 양파를 심어놓으면 , 일년 동안 양파를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부지런을 떨어보았다.

                 배추 밭의 배추가 태풍으로 인해 모두 사라지고

                 그 중에서 몇포기 남았을뿐인데, 가장 잘된 배추는 1포기였다.

                 31포기 모종을 심었는데, 잘된 배추는 1포기였으며, 남아 있는 배추는 10포기 정도...

                 김치를 담글 수 있는 수준은 3포기 정도 될 것 같았다.

                         엉성해진 배추밭에는 봄에 뜯어다 먹을 수 있는 '봄동'이 자라고 있다.

                     엊그제 텃밭에서 냉이를 뜯어다가 ,냉이국을 끓여서 잘 먹었다.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니 가을냉이가 제법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케일이지만,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봄이 되면 얼마나 남았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주어진 목숨이 길면 겨울을 떨쳐내면서 남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케일 잎이 크기도 전에 자꾸 뜯어먹게 된다.

                    생것으로는 겉절이 해먹고, 살짝 데쳐서는 쌈으로 싸먹는다.

                    맑은 멸치액젓에 갖은 양념을 한후 싸먹는 케일 쌈맛이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고라니 때문에 그물망속에서 자라는  상추이다.

                     먹음직스럽게 잘자라고 있다.

                    이제 제법 윤기가 흐르는 상추가 되었다.

                    토질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여러번의 태풍들속에서 모질게 생명을 유지한 귀한 상추이다.

             손가락에 푸른 물이 들도록 뜯어서 나물로 먹었던, 쑥부쟁이가 한꺼번에 꽃을 피웠다.

             자연에서 제멋대로 자라나는 야생초들은 강인함이 대단해 보였다.

             텃밭 끝자락이 지저분해서 제법 많이 줄기를 베어냈는데, 결국에는 꽃을 피워야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세상에 얼굴을 비치면, 번식은 해야하는 것이 본능인 것 처럼...

             내년 봄에는 지금보다 더 두배 만큼, 쑥부쟁이가 자라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벌써 부터 마음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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