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1월의 겨울 텃밭에서

nami2 2020. 1. 13. 23:20

         엊그제 이틀동안 줄기차게 비가 내렸기에, 비가 그친후  걱정이 되어서 텃밭에 나가보았더니

         한겨울, 1월의 텃밭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텃밭의 채소들은 모두 싱싱했다.

         어느 누가  이곳을  한겨울의 텃밭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밤기온은 영하로 떨어질때가 있지만, 한낮이 되면 얼었던 것이 다시 녹아내리고....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겨울채소들은 맛이 들을수록, 보약이 되어간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더욱더 큰 보약이 되라고, 채소들마다 아는체를 하고는  대파 몇뿌리 뽑아들고는 발길을 돌렸었다.

         올해는 추위에 얼어붙어서 망가진 채소가  하나도 없이 그냥 이대로 봄을 맞이 할 것 같았다.

         살다보니 이런 해도 있었나 생각해보니, 두툼한 겨울옷을 제대로 입어보지 못하고 봄을 맞이하는 것도 그렇고

         겨울이라는 혹한기가 없이 채소들을 생각날 때마다 뜯어다 먹을수  있다는 따뜻한 겨울도 그렇고

         옳고 그름이 헷갈려서, 나름대로의 생각이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 같았다. 

                태풍으로인해서 엉망이 된, 지난해 10월 어느날의 텃밭에

                봄에 뜯어먹기위한 쌈배추를 모종했더니, 추운 겨울인데 이만큼 자라고 있었다.

                  농약을 한번도  치지 않은 배추이긴 하지만

                  겨울인데 벌레가 살고 있는 것인지, 총상의 흔적 처럼 구멍이 뻥뻥 뚫려있다.

                      겨울이지만 싱싱한 모습의 '근대'는 점점 보약이 되어가고 있는듯 하다.

                      그물망이 없었더라면  벌써 고라니 뱃속으로 들어갔을 것인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도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케일'이 고마웠다.

              요즘은 몇장씩 뜯어다가 야채샐러드할 때 사용한다.

              야채가 귀한 겨울철에 텃밭에서 뜯을 수 있다는 것이 아무튼 날씨에 감사한다.

                   한겨울에 텃밭에서 뜯는 상추는  부드럽지는 않았다.

                   살기위해 추위와 싸워야 하니까  잎도 강해지는 것인지

                   뜯어다가 겉절이용으로 사용한다.

                    12월말쯤, 그리고 1월초에 두번의 제사가 있었는데,

                    젯상에 올리는 맛있는 시금치나물을 밭에서 직접 뜯어다 했다는 것이 좋았다.

                    시금치밭에 풀을 뜯어주면 좋겠지만, 풀이 없는 깨끗한 밭이었다면

                    고라니가 몽땅 뜯어먹었을 것이다.

                    고라니 녀석은 풀이 없는 밭을 좋아하고, 사람이 즐겨먹는 야채를  더 잘뜯어먹는다.   

                  시간이 갈수록  마늘밭의 냉이도 점점 보약이 되어가고 있다.

                   길이가 짧은 '쪽파'도 뜯어다가, 파전을 만들었더니 맛이 있었다.

                    이틀동안 내린 겨울비가 달래밭을 엉망으로 만들어놨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냉이도 크고 있고, 그런대로 달래밭도 무사한 것 같았다.

               겉절이를 해먹으면 고소하고 맛있는데, 게을러서 가끔 구경만 할뿐 뜯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유채밭 속에 꽁꽁 숨겨놓은, 그물망속의 조선상추는

                    고라니가 가장 좋아하는 채소이다.

                   이틀동안 내렸던, 겨울 비에 양파가 더욱 싱싱해졌다.

                   겨울 가뭄 걱정을 안해도 될 만큼, 충분히 내렸다.

                    필요할 때마다 뽑아다 먹는 대파는 점점 맛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추위에 얼었다 녹았다 하는 것만으로도 보약이 되어가는....

                    대파는 추운 겨울을 지낸 것이 가장 맛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아파트  후문쪽은 완전 시골풍경이다.

                    텃밭에서 바라본 아파트 뒷 숲길도 그렇고, 숲길을 지나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도 그렇고

                    도심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아파트 주변의 환경이다.

                    밭고랑마다 밭주인이 다른, 주말농장인 텃밭에 내가  농사짓는 밭고랑은 두개(12평)였다.

                    미세먼지가 없는, 맑고 깨끗한 하늘이 예뻐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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