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어렵게 키우는 가을 텃밭채소

nami2 2019. 10. 9. 23:48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었던, 8월 중순쯤 부터  텃밭에서 가을채소 준비를 시작했다.

          상추씨를 뿌리고, 당근을 심고, 가을무우씨를 뿌렸으며, 김장배추 모종 심을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올해는 자연재해라는 것으로 인해서 인내심 테스트를 제법 많이 받은 것 같았다.

          한번도 아니고 몇번의 태풍피해와 그리고 잦은 비는 정말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전문적으로 농사짓는 어르신들의 말을 들어보면, 올해 같은 경우는 60년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나역시 초보 딱지를 뗀 올해 5년차 텃밭농사인데, 6월이후에는 상추를 제대로 뜯어먹어 본 적이 없었다.

          상추씨를 뿌려놓으면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씨가 없어졌고,

          또다시 상추씨를  뿌려놓아서 상추가 예쁘게 자라기 시작하면, 많은 비가 내려서 상추 뿌리를 썩게 만들고

          또다시 상추씨를 뿌려서 예쁘게 자라니까 이번에는 고라니가 산에서 내려와서 모두 먹어버리고...

          그러다가 가을이 되어서 상추씨를 뿌렸더니 이번에는 몇번의 태풍이 텃밭을 자꾸만 침수시켰다.

          정말 하늘을 향해 '너무하십니다' 하고 외쳐보고 싶은 나날들이었다.

                    그래도 우리 텃밭 채소 중에서 가장 잘된 것이 무우 였다.

                    첫번째 뿌렸던 무우씨는 빗물에 흔적없이 사라졌고, 두번째 뿌린 씨앗이 발아되어서 잘 자라는 것을 보면서

                    띄엄띄엄 솎아주어야 하는데 ,흩어지면 실패할까봐 모두 뭉쳐있기를 바랬다.

                    무우 잎들이 빗물을 막아주니까  밭고랑사이로 빗물이 덜 고이는 것 같았다.

                    올 가을 태풍 소식이 완전히 잠잠해질때 까지 솎아 주는 것을 보류했다는 것이 우습다.

                  6월 이후 부터 인내심 테스트를 하는 ,상추는 4개월만에 이만큼  자라고 있다.

                    치커리는 그런대로 잘자라주는 것은

                   고라니가 모두 먹어버려서  그물망을 씌웠더니, 그물망이 빗물의 횡포도 막아주는듯 했다.

                   무지막지한 태풍의 피해를 잘 견뎌주었다.

                    9월초에 취나물과 방풍을 심었더니

                    취나물은 잘자라 주는데, 방풍은 4포기가 빗물에 의해서 뿌리가 썩어버렸다.

                        케일도  씨를 뿌린 후 두번의 실패, 그리고 세번째 씨를 뿌린후  성공을 했다.

                        대파씨를 뿌린후 밭이 모두 침수되어서, 두번째 씨를 뿌린후 성공

                        이제는 끄떡않고 자라는 것 같았다.

                       재미삼아 심어본 마늘은

                       심은지 이틀만에 태풍으로 인한 폭우가 쏟아져서, 씨마늘이 동동 물위에 떠있었는데

                       그래도 자리를 잡고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싹을 보여준 마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무우 다음으로 잘 자라주는 것이 '당근'이었다.

                     이밭, 저밭 짜투리 땅에 재미삼아 씨를 뿌렸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자라고 있었다.

                                             돼지감자꽃

                    텃밭 둘레에 자생하는 돼지감자도 태풍으로 인해 모두 쓰러졌는데

                    그래도 때가 되니까 꽃을 예쁘게 피워 주었다.

                 텃밭 농사 중에서 가장 맥빠지게 하는 존재들이 배추였다.

                 정확하게 31포기를 심어놨는데, 멀쩡한 것은 4포기 정도이고  모두 뿌리가 썩어서 사라졌다.

                 4포기 외에 나머지 것들도 언제 어느때 뿌리가 주저앉을지 지켜보고 있는중이다.

                 그래서 봄에 쌈으로 먹을 쌈배추용을 심으려고 한다.

                 10포기정도만 필요한 김장용 배추는 아마도 올해는 시장에서 사다가 김치를 담가야 할 것 같다.

                     가을이 되어서 주렁주렁 달린 가지가 너무 예뻤었는데

                     태풍 17호 타파와 태풍 18호 미탁은 우리 텃밭의 가지를 모두 썩게 만들었다.

                     태풍이 지나간  10월 중순에 다시 가지꽃을 피우려는지

                     미련이 남아서 가지를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집 베란다 바깥 난간에 '털달개비'가 올해도 예쁘게 꽃을 피웠다.

                    마당가에 심겨졌더라면  이미 사라졌을텐데,

                    태풍이 올때면 경비실에서 화분 들여놓으라는 인터폰이 오기 때문에  관리가 잘된듯 했다.

                   아침마다 창문을 열면  활짝 웃는 낯으로 인사를 하는듯한

                   털달개비꽃이 왜그렇게 예뻐 보이는지

                   베란다 밖의 작은 난간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꽃을 보기위해서 창문앞에 서면

                   점점 깊어가는 가을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다.

                   지긋지긋하게 바람이 불고, 지긋지긋하게 비가 내렸던  날들이었는데 

                   이른 아침, 화분 주변에 내려앉은 이슬방울이 요즘은 더욱 예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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