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도 관리 못해서 쩔쩔매는 상황에, 집안에 있는 식물들을 관리하기에는 정말 버거웠던 지난 6개월이었다.
그냥 생명이 붙어 있으니까 사는 것은 나도 그렇고, 집안의 식물들도 똑같은 처지라고 생각했다.
집안에 우환이 생기면서 스스로 생명을 포기한 녀석들도 많았고
자신들을 애지중지 예뻐해주었던 사람이 집안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상실감이 컸는지
시름시름 사라진 녀석들도 제법 많았다.
생각없이 넋을 잃고 사는 내게 어쩌다가 물이라도 얻어먹고 살던 녀석들이 살려고 버티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집 아저씨 49재를 끝낸 6월에 절반 이상을 집 밖으로 내다 버렸다.
내가 의지 했던 세상과 하늘이 무너져서 일어설 기력도 없는데
집안에서 키우던 식물들 까지 혼자서 책임을 지고, 함께 살아간다는 자체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름 한철에는 일부러 방치 했었다.
못된 뺑덕어미 소리 들어도 할 수없다는 듯이, 집안 가득 식물들을 20년 가까이 키웠다는 것이 후회스러웠다.
정리하고, 또 정리하고.... 텃밭에도 내다가 심어 놓고, 아파트 화단에도 심었고
그래도 집안에는 아직도 많은 식물들이 살아남아서 가을을 맞이했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둘이서 함께 꽃을 키울때는 재미있었건만, 혼자 남았을때는 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어느날 베란다 밖 창문 난간에 내다놓은 화분에서 꽃이 보였다.
집안에서는 절대로 꽃이 피지 않는 '털달개비'인데, 그냥 그곳에서 살다가 가라고 방치 한것인데
예쁘게 꽃을 피운 것을 보니 미안했다는 생각을 했다.
털달개비는 그리 흔한 식물은 아닌줄 알면서도 키우기 싫어서 못된 뺑덕어미 노릇을 한것이 미안했다.
베란다에서 살때는 잎만 무성하고 ,절대로 꽃을 안피던 녀석이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웠다.
하루가 다르게 꽃송이가 많아졌다.
베란다 보다는 베란다 밖의 공기가 털달개비에게는 최적의 환경이었나보다.
자주달개비와 털달개비를 함께 내놓았는데, 자주달개비는 아직 꽃이 피지 않는다.
목베고니아도 모두 잘라내서 아주 작게 화분을 만들어놨더니, 뿌리를 내리느라고
겨우 꽃 한송이 피었지만, 생기를 되찾고 잘 살고 있다.
15년 넘게 키운 선인장들도 모두 잘라내고, 내다 버리고, 심술을 부렸는데도
나름대로 사는 방법을 터득한듯,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녀석들에게 더이상의 학대는 하지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킨답서스는 넝쿨이 예쁘게 뻗어가면서 잘 크던 식물인데, 귀찮아서 잘라내어
그릇에 물을 넣고 띄워 놨더니 뿌리를 내리고 또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나의 횡포를 감당한채 살아가는 모습들이 예뻤다.
흙이 아니라 물속에서 자라고 있다.
단풍베고니아는 거의 포기한 상태였는데, 다시 살아났다.
몇번이고 뿌리를 뽑아내고, 화분을 치워버리려고 했는데, 싱싱한 가을을 맞이했다.
겨우 꽃을 피우는 것을 보니, 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듯 했다.
.
9월쯤에 모두 들판에 내다가 버리려고 했었다.
신경써서 물 주는 것을 잊게되니까, 제라늄들이 모두 사는것을 포기한 것 같았다.
꽃도 피지 않고, 잎도 모두 마르고....
시든 꽃 한송이, 잎사귀 한개를 잘라내는 것도 아까워서 애지중지하던 사람이 집안에서 보이지 않으니까
식물들도 상실감이 커서 우울증이 왔었던 것은 아닌지?
그러던 녀석들이 10월이 되면서 생기를 되찾고, 꽃을 피우면서 나를 위로하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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