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열흘째 비가 내리는 이곳은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표현 밖에는 할말이 없다.
잡초 한포기 없었던 텃밭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린탓에 잡초가 살판 난듯 무성했고
여린채소들은 뿌리가 썩고, 잎이 녹아 내려서 당장에 뜯어먹을 야채가 없었다.
해마다 겪는 여름날의 수난은 올해도 비켜가지 않고, 어김없이 고통스런 자연재해를 만드는 것 같았다.
예쁘게 수염이 보이기 시작한 옥수수는 뿌리째 뽑혀서 뒹굴고 있고,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고추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나마 물을 좋아하는 오이는 넝쿨들은 태풍에 헝클어졌지만
진흙밭에서 연꽃이 피듯, 지긋지긋하게 내리는 빗속에서도 오이는 먹음직스럽게 잘 자라고 있었다.
태풍과 비 때문에 엉망이 된 밭에서 먹음직스런 오이를 따왔다.
토마토와 아삭이 고추도 비를 잘 피한듯, 몇개 딸 수 있었다.
7호태풍 쁘라삐룬이 물러갔던 이튿날에는 하늘이 맑고 푸르고 날씨도 잠시나마 쾌청이었다.
광란의 폭풍우가 언제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완전하게 쾌청한 날에 오이를 딸 수 있었다.
비 바람을 잘 견딘 오이였기에, 그냥 덥썩 오이를 먹기에는 참으로 아까웠다.
민들레는 상추보다는 강인했었는지
상추는 모두 망가졌지만, 민들레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뜯어왔다.
민들레와 왕고들빼기는 잎을 쌈으로 먹기위해서 잡초에서 제외 시켰다.
먹음직스럽지만, 그냥 먹는 것이 아까워서 오이 장아찌를 만들었다.
전통방식인 소금으로 오이지를 담그면 너무 짠맛이 있을 것 같아서 간장으로 만들었다.
간장, 물, 매실엑기스, 식초를 1:1:1:1비율로 해서 끓인후, 바로 끓는 것을 부었다가 이틀후에 건져내서
간장물을 끓여서 식혔다가 오이지에 붓고 김치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면 일년동안 먹어도 아삭거린다.
해마다 농사 짓는 무공해 오이로 오이장아찌를 담가서 먹는 그맛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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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너무많이 내린 탓에 토마토 나무는 몸살중이고, 상추는 대충 모종으로 복구를 했다.
비 피해가 전혀 없었던 곳은 부추 밭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던 열흘 전에 거름을 듬뿍 주고 , 노르스름하게 비실거리던 잎을 모두 잘랐더니
파랗게 예쁘게 잘 크고 있다.
밖에는 또다시 비가 내리고 바람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태풍 8호 마리아 덕분에
무서운 밤이 되려고 천둥치는 소리가 들리고, 번개가 번쩍거린다.
두려움에 또다시 잠을 설칠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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