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한살을 더 먹어서 그런지 마음 까지 늙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의욕상실이 되는 것인지?
한때는 꽃 키우는 것을 좋아해서 집안 가득 여러가지 종류의 화분들이 셀 수 없이 많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게으름을 피우는 자신을 발견했다.
화초들을 정성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것이니까
방치하면 죄가 될까봐 의무적으로 물을 주다가 병이 생겨 생명이 다하면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는 것으로 끝을내곤 했다.
세월을 되돌려서 10년만 젊었다면 뭐든지 할 것 같지만, 그런 생각은 모두가 부질없는 생각이고
현실에서 하루 하루 늙어감을 부정 하지말고, 받아들여서 마음을 비워야 하는 것인데
10년전에는 꽃 키우는 것도 재미있고 즐거웠는데
10년 후 지금은 그냥 귀찮아졌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그냥 내집에 함께 살고 있는 화초이니까, 스스로 알아서 크면 안되겠나 하는 무관심으로
때가 되면 어쩌다가 물만 주는 못된 집주인의 마음이었는데
제 정신이 들어서 베란다를 바라보니 또다시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드는 것은
추운 겨울인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싱그럽게 꽃을 피워주는 제라늄의아름다움이 있었다.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쓰레기통에 버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나의 속내를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제라늄은 더욱 예쁜 모습으로 꽃을 피웠다.
함께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꽃들을 방치했음을 반성해본다.
꽃을 피우지 않기를 바랬던 내 고약한 마음을 아는 것 처럼....
흰색 제라늄도 예쁘게 꽃을 피웠다.
차거운 베란다에서 거실로 들여놓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웠다.
.
여러가지 색깔로 꽃을 피워서 추운 베란다를 예쁘게 장식해놓은 것이 보기 좋았지만
소중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에서 자꾸 멀어져 가고 있다.
거실 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화분들도 돌보는 것이 자꾸 귀찮아져서
봄이 되면 다육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아파트 화단에 동백꽃이 피었다.
일본산 애기동백 보다 훨씬 더 예쁜 토종동백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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