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을 하루 남겨 놓았다.
산과들의 나뭇잎이 떨어지고, 풀들이 마른다는 입동은 일년중 겨울이 시작하는 날이라고 한다.
서투른 솜씨로 심어 놓은 텃밭의 채소들도 때가 되니 저절로 크는 것 같아서
마음이 흐뭇했지만, 고구마를 캐고나서 어찌나 마음이 심란했던지
다시는 고구마를 심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을 했던 것이 우습기도 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성을 다해서 키운 채소들이 기대에 어긋나면 실망은 하는 것은 당연한데
과한 욕심이 크다보니 실망도 큰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보았다.
제법 굵어지는 무우를 보니 신기했다.
첫 농사 치고는 잘한 것이라고 스스로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치커리는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고 있다.
제법 굵어지는 당근을 캐서 먹어보니 어린시절에 먹어보았던 그 맛이었다.
이곳 남쪽은 12월초순에 김장을 하기 때문에 배추는 더 자라야 한다.
이제 속이 차기 시작 했다.
모두 사라지고 마지막 한 그루 남은 가지나무에 달린 '가지'
서리가 내렸는데, 별 탈이 없는 것 같다.
듬성듬성한 곳은 시금치가 사라진 자리
시금치는 텃밭과 인연이 없는지, 자꾸 땅속으로 사라진다.
봄에 뜯어먹는 상추 맛과는 확실하게 다른 가을 상추의 맛은 약간 밋밋하다.
유채도 그럭저럭 잘 크고 있다.
서리가 내린 탓에 들판의 고추들이 비몽사몽이다.
서리가 내렸으니 텃밭 마다 고구마 캐는 모습들이 보였다.
처음으로 고구마 농사를 지었는데, 기대를 걸고 고구마를 캤는데....
고구마 꼬라지가 요렇다
호박고구마 라고 생긴 것에 어찌나 실망을 했던지
내가 처음으로 지은 고구마 농사
땅이 만들어낸 걸작품!
땅속에서 자란 고구마인데,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은 없었다.
고구마가 이렇게 흉물스러운 모습일것이라면 처음부터 고구마를 포기 했을텐데..
땅의 심술인지, 고구마 종자가 그런 것인지
땅 속을 땅굴 파듯 파내려가야 고구마가 보였다.
땅 1평에 심은 고구마 캐기가 어찌나 힘이 들던지
아직 절반도 캐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고구마를 캐야 할지, 말아야 할지
더구나 손가락만한 지렁이가 너무 많아서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아서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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