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태풍이 지나가면서 작은 텃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태풍 '너구리'가 왔을 때는 가뭄에 비를 뿌려주어서 고맙게 생각했는데
태풍 '나크리'는 작은 텃밭을 휩쓸고 지나갔다.
어찌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
뿌리가 뽑혔고, 토마토와 오이의 지지대를 쓰러뜨리고, 주렁주렁 달린 고추와 가지나무를 휘청거리게 했다.
폭염속에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성으로 가꾼 채소들을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
빗속을 뚫고 산사여행을 다녀온 씁쓸한 기분에, 휘청거린 텃밭까지 마음을 서글프게 만들었다.
그래도 늙어가는 초췌한 내 모습과는 달리 오이는 늙어가면서도
그나름의 아름다움을 선물해주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노각의 맛을 잊지못해서 일부러 노각을 먹으려고, 오이를 늙히고 있다.
태풍에 의해 쓰러진 지지대를 끌어 올린 후 토마토를 바라보니
그래도 싱싱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고마웠다.
돌나물, 부추, 상추, 당귀....작은 텃밭에서 나오는 야채는
두식구의 충분한 먹거리가 되어주었다.
내일모레가 말복이다.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은 쉴새없이 토마토를 빨갛게 익어가도록 만든다.
매일 아침 작은 소쿠리로 한가득 빨간 방울토마토를 딴다.
먹는 즐거움 보다 ,익어가는 열매를 따는 즐거움이 있다.
아침이면 늘 그랬듯이 고라니가 다녀가는 작은 텃밭에도 끝자락의 여름이 오고 있다.
쪽파를 심고, 당근을 심었다.
곧, 텃밭에 새로운 식구들을 만들기 위해서 뽑아낼 것은 과감하게 뽑아내야 한다.
김장용 무우, 배추,갓을 심기 위해서......
한동안 폭염 때문에 주춤했던 가지가 태풍을 탓해야 하는데
태풍 덕택에 싱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직 매미소리는 요란한데, 가을은 집 근처 가까이 까지 온듯 하다.
꽃이 아름다웠던 꽃사과의 열매가 벌써 익어가고 있다.
말복과 입추가 같이 찾아오는 절기는 못속이는듯....
울음소리를 내지 못하는 어린 귀뚜라미가 제법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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