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무법자가 나타났다.
직접 채소를 키워보니 잎사귀 한 잎이라도 너무 소중해서 함부로 하지 못하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텃밭에 나가면 이상한 낌새가 있었다.
이곳 저곳을 살펴보니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엿보였다.
아욱과 치커리가 잎이 사라지고 줄기만 남아 있는 것은...
5평짜리 텃밭의 첫새벽 손님은 사람이 아니라 고라니가 아침 식사하기 위해 다녀간 것이다.
귀여운 고라니의 앙증맞은 입은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매일 같이 찾아와서 조금씩 조금씩 먹어가고 있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그동안 몇일동안 먹어대던 아욱은 점점 사라지는 숫자가 늘어났다.
적치커리는 거의 다 먹고 갔다.
고라니는 아욱도 좋아하지만, 치커리 종류를 엄청 좋아 한다고 했다.
첫 새벽에 고라니 나름대로 '맛집'을 찾은것은 틀림없다.
주말농장 텃밭 한고랑씩 15개의 주인이 가꾸는 텃밭에 하필이면
왜 우리밭인가를 생각했지만
고라니가.선택한 것임에 영광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고라니가 다 먹어치우기 전에 아욱국을 끓여 먹기 위해 잎을 땄다.
아욱국을 끓일때 꼭 필요한 것은 마른새우이다.
그리고 다른 재료는 집된장,호박, 풋고추 매운 것, 다진마늘
아욱은 소쿠리에 문질러 푸른 물과 풋내를 뺀 다음 잘씻어서 준비해놓는다.
매운고추는 곱고 잘게 다지는 것처럼 썰어 놓는다.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우려낸 다싯물에 된장을 체에 걸러 콩덩어리를 풀었다.
아욱의 풋내를 제거하고, 고추와 호박을 썰어 놓는다.
새우와 아욱의 궁합
아욱에는 칼슘과 무기질이 많고, 새우에는 글리시린이라는 아미노산과 베타인이 있어서
더욱 맛있게 만들어 준다.
새우의 부족한 비타민A와 비타민C가 아욱에 많이 들어 있으므로
함께 먹으면 영양소를 서로 보충해준다.
산성인 새우와 알카리성인 아욱은 궁합이 잘맞는다고 한다.
된장국물이 어느정도 끓으면 아욱과 새우 그리고 호박을 넣고 끓인다.
끓기 시작 하면, 불을 줄이고나서 다진마늘과 고추썰은 것을 넣고 간을 맞춘뒤
불을 끈다.
간이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아욱국
아욱국을 좋아해서 텃밭에 아욱을 심었는데, 아직 국을 끓이기에는 어린 아욱이지만
고라니 녀석에게 모두 내줄 수가 없었고
고라니와 아욱을 나눠 먹는 꼴이 되었다.
아무튼 아욱국은 맛이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아욱이 귀했다.
사람들은 근대국은 좋아 하지만, 아욱국은 좋아하지 않아서 재배를 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아욱을 구입할 수 없어 텃밭에 심었더니 모든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다.
적치커리는 아예 고라니 먹을 양식으로 내놓았다.
마음대로 뜯어 먹든지,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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