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짜리 텃밭에 정말 많은 것들을 심었다.
난생 처음 해보는 텃밭농사는 잘되면 좋고, 잘안되어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단 1평이라도 내가 가꾼 채소를 식탁위에 올려보고 싶다는 것이 작은 소망이었는데
소원성취를 했다.
어제 저녁 식탁에는 가지나물과 양념깻잎, 그리고 오이와 고추를 쌈장에 찍어 먹었으며
오늘 저녁 식탁에는 상추쌈과 아욱국 그리고 오이무침이 주메뉴가 되었다.
가족이 어울려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저녁밖에 없으니 저녁식사 만큼은 텃밭에서
뜯어온 채소로 풍성한 식탁을 만들었다.
텃밭에는 각종 쌈채소와 토마토와 고추종류, 고구마, 아욱을 심었고
열무를 심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열무의 몰골이 이상하게 변했다.
벌레와 함께 나눠먹어도 좋으니 약을 치지 않겠다는 생각은 좋았으나
시장에서 사왔던 먹음직스런 열무의 모습과는 참으로 대조적이었다.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로 나갔다 돌아온 것 같은 구멍 뚫린 열무는
그래도 농약 한번 뿌리지 않았던 무공해 열무이다.
물에 씻으면서 몇마리의 벌레가 나올 것인가 궁금했는데
단 1마리의 벌레도 집에 까지 따라오지는 않았다.
벌레가 없다는 것을 확인 하니까, 마음 놓고 김치를 담글 수 있었다.
소금에 절였다가 씻어 놓은 열무
텃밭에는 방울토마토가 익어가고 있다.
텃밭에 아삭이고추를 심었는데, 매운땡초로 둔갑을 했다.
어느새 치커리꽃이 활짝 피었다.
열무김치 담글때 붉은고추와 매운 풋고추,양파는 필수 양념이다.
밀가루풀 물을 끓여서 식힌다음 믹서기에 갈은 양념들을 (빨간고추, 땡초,양파, 마늘)과
고춧가루와 맑은 '멸치액젓+새우젓'으로 국물을 만들어서
열무를 넣고, 살살 아기 다루듯 뒤적이면 열무김치 완성이다.
직접 가꾼 채소로 김치를 담갔다는 것이 신기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땅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고...
씨를 뿌리고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을수 있다고...
이틀후 맛있게 익은 열무김치에 고추장과 참기름 넣고 밥을 비벼먹어 보았고
국수를 삶아서 비빔국수도 해먹었다.
직접 키운 열무의 몰골은 전쟁터의 총알받이 나갔다온 구멍 숭숭 뚫린 흉물이었지만
맛은 기가막히게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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