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여름의 끝자락인 것을....
아침 저녁으로 불어 오는 차거운 바람이 한 낮 동안 더위에 지친 몸을~잠을 자는 동안 숙면으로
취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것을 보면, 머지않은 시일내에 여름을 보내게 되는 이별연습을 할 것 같다.
깊은 산속이 있는 지리산 자락과 바다와 산이 어우러지는 청정 한려수도인 남해의 여름여행을 마무리 하는
이번 주말 여행은 넓은 들판과 늪이 있는 의령과 창녕이었다.
폭염때문에 잠시 멈추어버린 주말의 일상을 집안에 가두어버린채 여행이란 탈출구를 찾아 떠돌던
나의 영혼의 마지막 여름여행이라고나 할까?
수박처럼 머리속 까지 빨갛게 익어버릴 것 같은 강한 햇볕사이로, 어린아이 숨소리 만큼 불어오는
작은 바람에도 불평없이 고행을 하는 순례자처럼, 그래도 행복했고 아름다웠던 여행이었다.
들판에 익어가고 있는 열매들 사이로 가을 마중 나온 가을 야생화들...
아직은 어린아기 같은 메뚜기들이 풀섶에서 세상으로 나오는 연습을 하는 모습들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 중에 한 부분을 차지해준 자연의 섭리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진다.
바다처럼 넓고, 광활한 늪지대인 우포 늪!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는 새들의 움직임과 날개짓에
8월의 태양은 이글거리고, 늪지대 옆 사잇 길을 걷기만해도 옷을 흠뻑 적시는 땀방울에
역시 여름은 여름답게 즐겨야 하는 것이 자연과 더불어 고통을 기쁨으로 만들어야 하는가보다.
이제 마지막 여름이 가고 있다.
이틀만 지나면, 그리운 가을 9월이다.
8월과 9월의 차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 나은 기온의 차이로 모든이들이
행복한 가을을 마중했으면한다.
폭염과 폭우 그리고 폭풍!
폭씨 가문의 팔자 사나운 여름은 뭇사람들의 한을 몽땅 담은채 가을 바람 속으로 사라지기 위하여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은 아직도 늦더위에 밀려 잠을 자야 하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선선함으로 탈바꿈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아침 저녁까지만이라도 선선해진다면, 그렇게, 그렇게 가을은 우리 곁으로 꼭 올것이다.
한낮의 매미도 역시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이 시끄럽게 하지만, 이름모를 풀벌레 소리는
기쁨으로 받아들일 가을의 전령사인것을...
보라빛 쑥부쟁이꽃과 하얀 구절초꽃이 피는 가을이 오는 들판에서 황소개구리가 온 세상을 뒤흔들며 울고 있는...
그 울음소리가 우포늪의 새들을 놀라게 하는 주말의 저녁을 뒤로한채 ~ 나의 여름여행은 8월과 함께 끝이 났다.
그래도 견딜만한 바람이 불어와주는 9월에는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 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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