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은 온통 가을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는 여전히 여름이다.
절기상 '백로'가 가까워 오는데도 더위는 식을줄 모르는채~ 9월의 무법자 태풍 '곤파스'가
다녀간 자리에는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만 남겼고, 그 상처가 아물기전에 또다시 태풍 '말로'가 오고 있다.
여름을 배웅 할 준비도 끝냈고, 가을을 마중 할 준비도 끝냈건만 계절의 끝과 시작에
태풍 '말로'가 얼마나 큰 아량을 베풀어줄 것인지 기대를 해본다.
휴일에 하루종일 집에 있게되면, 그냥 저냥 잘지내 오던 머리속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더위와 하루종일 같이 있게되면 내가 먼저 두손에 백기를 들어버린다.
이제는 서서히 더위로 인해 생긴 질병이 내 곁을 맴돈다.
신체의 모든 곳에 안전점검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가을이 오는 소리를 애타게 귀 귀울이며,하나 둘 쌓여가는 약봉지의 숫자를 세어본다.
풀벌레 울음소리가 순간적인 고독함을 느끼게 한다.
이제 소슬바람이 불 때도 되었는데,창밖에서 부는 바람에는 아직도 열기가 있다.
도시 속으로는 아직 오지 않은 가을을 마중하러 산으로 갔다.
암자로 오르는 길에는 이미 가을 꽃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 수채화 한폭이 되어 있었다.
산 깊숙히 들어간 작은 암자에는 초하루 법회가 끝났기에 모두가 부재중이라서 인기척이 없었다.
멀리서 찾아오는 길손을 위해서 열어 놓은 법당 외에는 모두 굳게 잠겨 있었고
이번 태풍으로 인한 폭우에 무너진 돌계단 위에도 한개, 두개, 세개....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상수리,그리고 아직은 여물지 않은 산밤의 쭉정이까지 떨어져 있었다.
108계단을 오르며 쳐다 본 울창한 나무들에서 떨어진 가을의 선물이었다.
산속의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 온 가을을 마중하고 있었다.
주지스님도, 공양주 보살님도 모두 외출을 하신 아무도 없는 빈 암자에는 다람쥐에게 전해주는
나무들의 푸짐한 선물에 한껏 행복해 하는 다람쥐만이 암자를 지키고 있었다.
태풍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웠던 한주일!
태풍으로 인해 깊은 시름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또다시 오고 있는 또 하나의 태풍에는 모두들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하는데.....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세상사 모든 것들이 걱정꺼리가 되어 많은이들의 가슴에 상처만
남긴다면 앞으로 살아 가는 것에 적신호가 올 것은 뻔한일이다.
모쪼록,모든사람이 걱정근심이 없는 세상이 되길 간절하게 기원해본다.
가을밤에 우는 풀벌레소리는 가을이 오고 있다는 희망의 메세지인것을...
모두가 늘 ,행복해지기만을 다시 한번 빌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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