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해안가에 찾아드는 봄

nami2 2025. 2. 18. 22:16

매화와 산수유 꽃봉오리가 점점 부풀고 있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또다시 기온은 영하로 내려가면서 춥기만 했다
2월이 들어서면서 왜 그렇게 춥기만한 날들이 많은 것인지?
그저 알다가도 모를 자연현상이라고 자꾸만 투덜거려보지만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잔뜩 꽃망울이 부풀고 있는 들길의

매화나무 앞을 서성거리면서 살폈으나 활찍 핀 꽃송이는 보이지 않았다.
기웃 기웃 바쁜 걸음이 아니었기에 발걸음을 멈춘채
꽃봉오리들을 들여보는 것도 요즘의 일상이 된듯 했지만

하루에 한번씩 눈도장을 찍어보면서 들여다봤으나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며칠 동안 따뜻한 날들이 계속 되어서 이제는 봄이오려나 했었지만
텃밭에 가보니 아직은 냉이도 캐지 못할 만큼 땅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이었다.
분명 봄바람이라고 생각했었으나
바람이 아직은 너무 차거워서 상추 씨앗을 뿌리지 못하는 텃밭이기도 했다.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서는 어느새 이른봄이라고 벌써 밭농사가 시작인데...
매화 향기가 풍기지 않는 2월 중순이 재미없어서 밭농사도 자꾸 미루게 된다.

갈곳이 마땅치 않아서 오늘도 애꿎은 해안가로 발품 팔러 나가보았다.
꾸준한 발걸음이 건강을 유지한다기 보다는
이제는 일상의 필수가 된 것 같아서 추운 날이지만 부담없이 걷기운동을 나가봤다.

아파트 현관 앞의 겹동백이
이런 상태로 벌써 한달째이다.
오므라들지도 않고, 꽃이 피지도 않은 상태
그래도 눈꼽 만큼씩, 꽃 색깔이 짙어지는 것은
봄이 오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본다.

딱 한달 전 쯤 부터 이런 상태인데
강추위에도 망가지지 않으면서
그 모습을 유지 하고 있음이 고맙기만 했다.
언제쯤 겹동백이 필런지?
그래도 점점 꽃 색깔이 짙어지고 있음은
봄이 오고 있음으로 봐주고 싶었다.

걷기운동으로 해안가를 나갔더니
불어오는 바람은 그다지 차겁지는 않았으나
0도에 머무는 기온은
봄을 마중하기에는 쬐끔 부담스러웠다.

어촌마을 어귀에서 보여지는 하얀 등대는
한껏 추워보였으나
곳곳에서는 미역채취와 미역 말리기에
바쁜 시간들인 것이 보여졌다.

몇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오징어 덕장이었다.
예전에는 오징어 말리는 모습이
즐비하게 널려져서 풍성해보였으나
그것도 시절 따라 달라지는 듯...
오징어 덕장에는 오징어는 간 곳 없고
이제는 미역이 말려지고 있었다.

길을 걷다보니 마을은 온통 미역냄새였다.
미역을 말리고 있다는 것은
해안가에 봄이 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물미역이
어촌마을에 가득 가득 널려지는 모습에서
어찌나 미역냄새가 많이 나는지.
어촌마을의 봄은
매화 향기보다는 미역 향기가 더욱 짙었다.

어촌 마을 언덕에서 바라본 바다는
뿌연 해무 때문에
그다지 예뻐보이지는 않았으나
탁 트인 바다는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쉴새없이 포구를 드나드는 배는
미역을 채취해서 싣고 오는 중이다.
이때가 미역이 가장 맛있을 때였고
미역 말리기가 가장 좋은 때라고 했다.

오전 10시 40분 쯤의 바다는

물거품을 만드는 파도가 없는

평온한 아침바다의 잔잔한 모습이었다.

 

오후 5시 55분 쯤의 저녁 바다는 이런 모습이었다.
엊그제 알바를 하러가면서 사진을 찍었던 바다는

같은 바다의 같은 장소였는데

 

오전과 오후의 바다는 이렇듯 분위기 자체가 틀렸다.
저녁 바다는 그림으로 그려진 바다 처럼 멋졌다.

연한 색깔은 하늘이었고, 조금 짙은 색깔은 바다

수평선 위에서 반짝이는 배 한척이 중심을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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