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추운바다,해녀의 숨비소리

nami2 2025. 2. 10. 22:21

한파를 몰고왔던 입춘 추위가 조금 누그러지는 것 처럼 느껴졌으나
아직 까지는 감당 못할 만큼 여전히 추웠다.
새해 들어서 갑작스럽게 동장군이 몰고왔었던 강추위에

피고 있었던 애기동백꽃들이 꽁꽁 얼었다가 다시 회생을 한 후

또다시 예쁘게 피던 동백꽃들은 추위에 또다시 완전히 망가졌으며
수수알 만큼 꽃망울이 부풀고 있던 매화는 날벼락 같은 추위를 감당 못한채
그대로 멈춰선듯 더이상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요즘이다.

너무 많이 추웠던 주말 아침의 기온은 영하 9도였었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18도가 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알바를 하러 가야겠기에 바다로 가는 마을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린 후 알바하는 곳 까지 15분 정도 해안가를 걷고 있었는데
그 추운날에 바닷물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다름아닌 해녀의 숨비소리였다.

 

*숨비소리는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 같이 내쉬는 소리라고 했다.*

 

춥기만 했던 바닷물 속에서 해산물을 따기위해 물질을 하는 해녀!!
물속에서 얼마나 추울까?
염려스러움과 신기함 그리고 애처로움이 많이 교차되면서도
그 모습을 사진 찍어보는데 얼마나 추웠던지 손이 시리고 얼굴이 얼얼했었다.

오전 10시 50분쯤 마을버스에 내려서
해안길을 걷는데
날씨가 너무 춥다는 느낌이라서인지
정박되어 있는 고깃배들도 많이 추워보였다.

바닷물이 얼만큼 빠져나갔는지?
바다 속의 해초들이
싱싱함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15분 정도 해안길을 걷다보니
선착장이나 방파제 주변에도

날씨가 많이 추웠기 때문인지
낚시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려왔다

주변을 살펴보니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해녀분이 물질을 하고 있었다.
이 추위에....?  그냥 놀랍기만 했다.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물속과 물 바깥을 대충 3분에 한번씩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대단하다는 생각과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것이 갑자기 생각났으나

해녀분의 연세를 생각하니 그냥 가슴이 짠할뿐이었다.

 

한곳에서 계속 물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 저곳으로 움직이는듯
내가 걷고 있는 방향으로 부표가 이동하고 있었다.

저것이 부표라고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 주변에 해녀가 있는 것 같아서
가던 길을 멈췄더니....

그 부표를 잡고 해녀분이 올라와서
숨비소리를 내고 있었다.

대략 2분~3분 동안 바닷물속에서

물질을 하며, 참고 있었던 숨을

물 바깥으로 올라와서 숨을 토해내는 모습이

오히려 내가 긴장되는 것 같았다.

 

이곳의 해녀분들은 연세가 아주 많았다.
평균 78세~85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질을 해서 잡은 해산물을 팔기위해
기장 어시장을 갈 때 마을버스를 타는데...
그 분들의 얼굴을 잘알기 때문에
어시장에 가서 싱싱한 자연산 해산물을
사려고 할 때는 일부러 그분들을 찾아간다.

 

그럴때 주변의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보면

너무도 나이가 많아서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해녀라고 하기에는 어색해서
해녀분이라는 존칭을 써본다.

대략 3분에 한번씩 바다속으로 들어가서

물속에 있다가 나오는 시간은 2분~3분...
추위를 참고, 가쁜 숨을 참는 모습이
그냥 숭고하기 까지 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검푸르면서 차겁기만한 겨울바다는
볼수록 추워보여서 물속의 해녀분이
계속해서 짠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오전 10시 50분쯤의 바다는
윤슬이 눈이 부시게

멋진 아름다움을 만들었다.

해안가를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바다 깊은 곳 까지 들어간
해녀분이 눈에 띄었다.

생계 때문인지 아니면
집에서 그냥 있기가 답답해서
물질을 하러 나왔는지는 몰라도
해녀분의 물질은 몇시간 동안 계속 되었음은
알바를 하면서도 자꾸만 바다를 바라봤었다.

요즘 한창 미역을 채취하는 시기라서
검푸른 바다에는 배들도 바빠보였다.

물살을 가르고 신나게 달려오는
고깃배를 바라보면
그 모습이 멋져보여서 알바를 하면서도
자꾸 사진을 찍게된다.
알바 하는 집의 마당 끝이 바다라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가늠이 안된다.

 

오후 6시...퇴근 후 마을버스를 타기 직전이었다.
해가 진짜 많이 길어졌다.
열흘 전만 하더라도 오후 6시쯤에는 깜깜해서

마을버스를 혼자서 기다리고 있을 때는

어두워서 심란스럽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점점 더

해가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어둠 자체를 아주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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