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제주, 큰사슴이 오름에서

nami2 2025. 2. 12. 22:32

지난밤 부터 내리던 비가 눈으로 변신한다고 자꾸만 문자가 날아들더니

눈은 내리지 않고, 하루종일 안개비가 내렸다.
그동안 추웠던 날씨도 많이 누그러져서 그다지 춥지 않았던 대보름날이었다.
우중충하게 안개비 까지 내려서 정월 대보름달은 포기했었는데
늦은 오후 부터 날씨가 맑아지면서 해질녘 쯤에는 석양도 볼 수 있었다.
일부러 달 뜨는 것을 보러 나갈 수는 없었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밝고 훤하게 떠있는 보름달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어느새 2월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었기에 안개비 내리는 들길을 혹시나
꽃소식이 있을까 기웃거려봤지만 워낙 혹한의 추위가 휩쓸어서인지
그 어느 곳이라도 꽃의 그림자는 전혀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다른 해 이맘때면 매화가 제법 피고 있었을텐데...
시시각각 꼼수를 노리는 자연의 횡포 앞에서는 늘 속수무책이란 생각도 해봤다.

지금은 겨울이었고, 꽃도 없으며, 풍경도 삭막하고... 마땅히 갈곳도 없어서
지난번 제주 여행에서 남겨둔 사진들을 또다시 끄집어 밀린 숙제를 해본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68번지 일대에
위치한 큰사슴이 오름의 형태는 가파르고
독특하게 만들어진 두개의 분화구로
부드러운 곡선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한다는데...

이곳이 '큰사슴이 오름'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큰사슴이 오름의 분화구는
말발굽형으로 깊이가 55m에
사면이 천연수림으로 숲을 이루고  있어서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큰사슴이 오름은 다른 곳의 오름 보다는
억새들이 펼쳐지는
드넓은 초지가 형성되고 있었다.

잎은 모두 사그러졌지만
숲에는 왕초피나무 빨간 열매들이
예쁜 모습으로 유혹을 하고 있었다.

억새가 멋스런 절정기에 갔었다면
엄청 분위기 있었을 풍경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억새도 꽤  괜찮은 풍경이었다.

큰사슴이 오름(대록산)의 이름은
바로 옆의 작은 사슴이 오름(소록산)과 함께
사슴을 닮아 붙여졌다고 하는데
예전 이곳에 사슴이 살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곳은 화산 활동으로 쏟아져나온 용암들이
중턱에 멈춰서서 만들어진
화산 평탄면의 원지형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11월 중순인데 큰사슴이 오름 주변에는
야생화들이 제법 많았다.
가장 많이 피어 있는 꽃은 '서양금혼초'였다.

서양금혼초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서해안과 남부지방에 분포하고 있다.
서양금혼초는 유럽이 원산지이며

1992년 이전에 우리나라에 귀화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2009년에는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는데...
서양 금혼초 꽃말은 '마지막사랑'이다.

억새가 있는 들판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으니까
풍경 자체가 이국적인 모습이었다.

대록산 둘레길이라는 이정표를 따라서
1시간 정도 걸었더니
야생화들이 제법 눈에 띄어서
시간 가는줄 모르게 꽃사진을 찍어봤다.

화산 평탄면이 만들어낸 드넓은 초지는
녹산장과 갑마장을 형성하고 있다.

고사리 같으면서도 꽃이 피는 것 같아서
무조건 사진을 찍은 후 검색을 했었던 이유는

이곳이 제주였고, 오름 주변이기 때문이었다.

 

식물 이름은  '산꽃고사리삼'이었다.

처음 보는 식물이었고

늦가을에 꽃이 핀다는 것도 신기했다.

 

산꽃고사리삼의 또다른 이름은
꽃고사리, 음지철이라고 했다.
꽃말은 '재생 ,재출발'이다.

산꽃고사리삼은
산지 숲속에 드물게 자라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했다.
뿌리는 굵고 사방으로 퍼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강원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제주도 등지에 자생한다.
일본 중국에도 분포한다고 했다.

가시리 목축산업  발전의 원류라 할 수 있는
큰사슴이 오름에는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졌다는 진지동굴이 있어
이곳도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가지 못했음도 잘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억새 숲길을 걷는 재미는

숲길 양 옆으로 11월 중순인데도

야생화가 제법 많았기에
곧 겨울이 찾아드는 계절이었지만 

너무 신기해서 열심히 야생화 찾기를 했었다.

 

이곳 붉은 길은 화산송이라고 했다.
화산송이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붉은 쇄설물

즉 화산석 부스러기라고 한다.

 

제주의 오름을 오르면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빛깔의 화산송이는

흙으로 화장품 원료는 물론

조경과 인테리어 용도로 활용되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보존자원으로 분류되어 있는

보존자원이기에 허가없이 다른 지역으로

무단 반출하거나 제주도內에서는

사고 파는 것을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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