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의 숫자는 어느새 12월의 중순으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달력의 숫자도 계절과는 무관한 것 같았다.
24절기 중의 눈이 많이 내린다는 , 21번째 절기인 '대설(大雪)도 엊그제 지나갔거늘
어제에 이어서 오늘의 한낮 기온은 '매우 덥다'는 느낌과 함께, 거리에는 반팔 입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겨울 패딩옷을 입은 사람들 부터 반팔 티셔츠 까지....
추위를 무서워 하는 나로서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방속에 장갑과 목도리를 넣고 다니는데 할짓은 아니었다.
코로나의 변이성 바이러스가 세상의 기온도 요지경속으로 집어 넣는 것은 아닌가 쓸데없는 생각도 해봤다.
메타쉐콰이어 나무들이 전형적인 만추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지금은 초겨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아파트에 부속된, 작은 공원에서는 겨울과 늦가을이 함께 하고 있었다.
앙상한 겨울나무가 서있는가 하면
한켠에서는 단풍이 예쁘게 물들고 있는 만추의 풍경이 머릿속을 헷갈리게 한다.
공원 앞, 팔각정 쉼터에서 바라본 단풍나무는 이제서 만추를 맞이 했다.
계절이 어떻든간에 삭막한 것 보다는 예쁜 것이 보기좋았다.
몇칠 전 까지만 해도 파란색깔의 단풍나무였는데, 어느새 노란 단풍옷을 갈아 입었다.
붉은 단풍나무만 보다가 노란 단풍을 보니까 느낌이 새롭다.
도심의 공원길과 가로수의 은행나무도 이제서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뒤늦게 예쁜 색깔을 보여준
도심의 단풍이 모두 낙엽이 되어 떨어지면, 연말이 다가온다는 것을 해마다 지켜보다보니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의 만추는 12월이라는 것이 각인 되는 것 같았다.
우리 아파트 101동과 102동 사잇길은
산위에서 부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올때 가만히 서있으면, 몸이 휘청거려질 만큼 바람이 심한 곳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지나다니는 아파트 사잇길에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시골동네 어느 빈집의 들창가에 담장이 넝쿨이 ' 마지막잎새'라는 단편소설을 생각나게 했다.
멋지다는 것보다는 사랑스럽다는 느낌.....
사랑스러움 보다는 귀엽다는 생각이 카메라를 디밀게 했다.
소나무 기둥을 따라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은, 추운 겨울에 어느 만큼 올라가다가 끝이 날것인지
이색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어느 순간 무너질것만 같아서 가엾다는 생각을 해봤다.
누군가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방법도 다양한 것 같았다.
12월이라는 추운 계절에 새롭게 피어나는 국화꽃이 청순해 보이기 까지 했다.
국화꽃
여름에 꽃이 피는 '당아욱'꽃이 추위라는 것을 잊은듯 했다.
접시꽃 처럼, 끝도없이 꽃봉오리가 맺혀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그래도 겨울에 보게되는 여름꽃은 신기했지만, 그다지 예뻐보이지는 않았다.
시골담장 옆에서 가을날을 화사하게 만들어놓고,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는 메리골드꽃에게
처음으로 눈인사를 해본다.
왜냐하면 이 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진도 찍어보았다.
여전히 집집마다 유자는 예쁜 풍경을 만든다.
제주도의 감귤처럼...
이른 봄날에 하얗게 꽃이 피는 '조팝나무'가
초겨울에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단풍물이 든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른 봄날 3월의 기온과 초겨울인 12월의 기온이 비슷했던지?
붉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하얗게 조팝꽃이 피고 있었다.
이른 봄날에는 잎이 돋아나기전에 ,하얗게 조팝꽃이 피는데
12월에는 붉게 물든 단풍잎 위로 하얀 밥풀 같은 꽃들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피고 있었다.
조팝꽃이 피고 있는 12월의 세상은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연말이라는 분위기 보다는, 코로나가 기승을 떨어서 몸을 더욱 도사려야 하는
살벌한 세상이라는 것이고, 곧 3차 접종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두려움의 세상이라는 것...
그리고
집 앞의 보건소에서 추위와 떨면서 선별검사를 하기위해, 100명도 넘는 긴 줄을 재미없게 바라보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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