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호젓한 늦가을의 숲길에서

nami2 2021. 11. 11. 21:06

급격하게 떨어지는 기온 앞에서는 동해남부 지방의 따뜻한 해안가라는 것도 망각의 대상인가 생각해본다.

지난 초가을에는 가을날의 아름다운 날들을 눈여겨볼 겨를도 없이 겨울로 월담하듯 껑충 뛰어 넘더니

한창 단풍이 물들어서 만추의  분위기에 젖어들 시기에는, 또다시 계절은 겨울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한해 두해 자꾸만 사그러드는 인생길 앞에서 이제는 추위마져도 견디지 못하고

조금만 추워도 꼼짝달싹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 되고 있다는 것이 표현할 수 없는 서글픔이 되는 것 같았다.

 

한 해 동안, 자꾸만 이상해졌던 기후의  변화에서

그래도 한해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만추 만큼은 예쁜 풍경이 아닐까 기대해봤지만

자연의 섭리는 계절에 민감한듯, 속절없이 내려앉는 추운 날의 낙엽 앞에서 그냥 할말을 잊게 한다.

 

제대로 예쁘게 단풍이 물들기도 전에, 찾아온 겨울의 그림자는 가을날의 아름다움을 훼방하는 것 같았다.

못다 핀 꽃송이 처럼, 곱게 단풍 물이 들어가다가 주춤한듯....

만추의 모든 것들이 미완성의 그림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암자로 가는 숲길의 11월 풍경은 그냥 쓸쓸했다.

수채화 물감으로 색칠하다가, 물감이 떨어져서 완성되지 못한 미완성의 풍경화!!

이것이 요상한 날씨가 만들어낸 걸작품이다.

 

암자로 가는 숲길의 가을꽃은 그런대로 제 색깔을 만들어냈지만

나뭇잎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씁쓸했다.

 

호젓한 숲길...!!

지난해에도 이 길을 걸어 갔었고  그 지난해에도 걸어 갔던 아름다운 만추의 숲길인데

올해는 물감이 떨어져서 그림을 완성 시키지 못한  어정쩡한  숲길이 되고 있었다.

가을이 끝나기도 전에

나뭇잎들은 메말라서 떨어져 내리고, 숲길은 어느새 겨울색이 되어서 고즈넉함만 맴돌뿐이다.

 

봄 부터 가을 까지 ,한달에 한번씩 늘 걷던 길에 겨울이 찾아들고 있다.

가을이란 계절은 잠시잠깐 서성거렸을뿐....

한달에 한번씩  2시간 30분이라는 길바닥의 시간들을 버리더라도, 꼭 찾아가서 걷고싶었던 길은

만추라는 풍경에 어울리지않게 허탈함을 보여준 그런 길이 되었다.

 

양지바른 암자 마당가에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이 정작 만추의 아름다운 풍경이거늘...

이곳 만큼은 자연이 보내준  늦가을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화사하게 잘 꾸며놓은듯한 '과꽃'의 다소곳한 모습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속에서도 어찌 이렇게 예쁜 모습일까?

이리저리 들여다보면서 예쁜모습에 경의를 표했다.

 

우중충 했던 호젓한 숲길을 빠져나와서  본격적인 암자로 가는 길은 예뻤다.

노란 은행잎도 제 모습을 찾았고, 떨어지는 낙엽도 꽤 운치가 있게 보여졌다.

 

노란 은행잎속에 들어 앉은 가을국화가 한껏 여유를 부리는듯한 모습이 귀엽기 까지 했다.

이것이 정녕 만추의 풍경인데....

 

만추의 풍경을 좀 더 찾아내기위해 다른 암자로 발걸음을 옮기고 싶었지만

노루 꼬리 만큼 짧아진 하루해를 붙잡아 놓을수가 없어서 아쉬움과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떨어지는 낙엽은 그냥 바스락거리는 겨울 낙엽일뿐, 재미가 없었다.

무채색의 낙엽....

이곳이 가을비가  시도때도없이 많이 내렸던 남쪽하늘 밑이라는 것이 실감했다.

 

바람이 불어오고, 날씨는 을씨년스럽게 춥기만 하고

호젓하게 걸어보는 늦가을의 낙엽길은 그냥 쓸쓸했다.

지난해 까지만해도 환호성을 내지를 만큼 멋진 풍경이라서 혼자서도 참 재미있었던 길이었는데...

 

숲길에서 어쩌다가 만난 단풍이 너무 고와서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이런 나무는 몇그루였을뿐이었다.

 

어쩌다가 보여지는 나뭇잎의 형형색색을 놓칠세라

나뭇잎 틈새로 얼굴을 디밀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가을비가 덜 스쳐지나간 것인지, 아니면 햇볕이 자양분이 되어줄 만큼 특혜를 받은 것인지?

그나마 이런 풍경이라도 보았으니, 집으로 가는 발걸음에 아쉬운 미련이 사라졌다.

불쌍한 중생...

내가 나에게 한마디 해봤다.

 

지난해에는 이곳에 불이 붙은 만추의 풍경을 보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냥....우중충한 단풍이다.

나뭇잎도 예쁜 모습이 되려면 ,하늘에게 이쁜짓을 해야 봐주는 세상이 되고 있는 것인가?

 

그래도 숲길을 한바퀴 했으니까, 차 한잔이 생각났다.

숲속에 만들어 놓은 나무의자에 저마다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편안한 휴식을 하고 있었다.

낙엽이 제법 떨어지는 가을날의  숲속에 마련된 산사의 벤취....!!

 

따끈한 차 한잔을 마실동안

의자 위에 놓여진 가방 위로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낙엽이 재미있었다.

앉지말라고 손사래를 지을 수도 없고....

떨어지는 낙엽위로 스산한 바람은 불고, 덧없는 시간들은 자꾸만 자꾸만 겨울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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