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길고 겨울이 짧은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도
어느덧 만추의 계절이 끝나가면서 서서히 겨울이 찾아오는듯 했다.
먼지 날리는 것을 잠재워줄법한 가랑비가 하루종일 부슬부슬 내리더니
영하6도 라는 엄청난 기온이 하룻동안 사람들도 놀라게 했고, 텃밭의 채소들도 모두 꽁꽁 얼게 했다.
공원길을 예쁘게 장식했던, 메타쉐콰이어 나뭇잎들도 우수수 떨어졌고
재래시장 주변, 가로수의 마지막 단풍들도 저물어가는 한해와 함께, 아쉬운 이별을 고하는 것 같았다.
이제 진짜 겨울이 온 것처럼, 붉게 피던 애기동백꽃들도 반짝 추위 때문에 주춤한듯 했다.
겨울비가 내리기 전 날, 수변공원의 메타쉐콰이어 단풍은 제법 봐줄만하게 예뻤다.
12월 중순을 접어들면서 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수변공원의 메타쉐콰이어 나무
12월 중순을 접어들면서 까지도
기장역 주변의 은행잎 가로수는 정말 예쁘게 물이 들어가고 있었는데
엊그제 내린 비에 힘없이 떨어져내린 노란 은행잎이 때아닌 만추의 기분에 젖어들게 했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기장 재래시장에도 쉼없이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바쁜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알바를 하러 가던날
마을버스에서 내리니까 해가 떠있는 풍경이 괜찮아 보였지만, 역광이 되어서 흐릿하게 보여진다.
그래도 아침바다(오전 8시10분) 풍경이라서 사진을 남겨보았다.
오전 10시40분쯤 바다 풍경은 혼자보기 아까웠다.
겨울바다는 언제나 차겁고 쓸쓸하게 보였지만,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서 은근히 즐기는 편이다.
바다는 늘 그자리에 있지만, 하루 하루 변화가 있는 풍경도 봐줄만 했다.
알바를 하러 가기위해서 해안가를 걸어 갈 때마다
버릇처럼 사진을 찍는 습관은 혼자 걷는 것이 심심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본다.
겨울에 꽃이 피는 '비파'꽃이 예쁘게 선을 보였다.
비파꽃도 동백꽃과 함께 추운 겨울에 꽃이 핀다는것이 늘 신기했다.
영하6도였던 날에도 살아남은 '붉은 토끼풀'꽃이 아는체를 한다.
영하6도 였던 날 아침에 코스모스꽃도 몽땅 고개를 숙인채 사그러졌고, 애기동백꽃도 상처를 많이 입었다.
그런데 풀숲에서 살아남은 붉은토끼풀꽃은 여름꽃인데.... 할말이 없어졌다.
가을날에도 이렇게 예쁜 쑥부쟁이꽃은 본적이 없었다.
산기슭 풀숲에서 해맑은 모습이 정말 예뻐보였다.
영하 6도라는 날씨에 살아남았다는 것만 생각하니 그냥 반갑기만 했다.
늦은 오후 5시10분쯤, 걷기운동을 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의 구름도 노을이 된듯, 붉은색 구름이었고, 구름속으로 넘나드는 달님은 제법 둥그런 모습이었다.
음력 보름인가 달력을 보니 음력 보름 전날(14)일이었다.
노을과 구름이 만나면 붉은 색의 구름이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12월18일 토요일은 음력 보름(15일)
마침 알바를 하던 날에 음력 보름이 되었음은....
알바하는 집의 마당 끝이 바다였기에 오후 5시쯤, 바다 위에 떠있는 달을 볼 수 있었다.
5시30분 퇴근을 하면서 좀더 멋진 달을 바라 볼수 있었다.
바닷물에 비쳐진 달빛...
주변은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 했다.
5시50분쯤 마을버스를 기다리면서 하늘의 떠있는 달을 사진에 담아보니
바닷물에 비쳐진 야경도 봐줄만 했다.
하루해가 짧아지니까 마을버스를 기다리면서 해안가의 야경을 본다는 것이 쓸쓸하기만 했다.
어둠이 깃든 해안가의 마을버스 승강장에 혼자 서있는 기분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쓸쓸함이 어떤 것인가 헤아리지 못할 것이라고 늘 중얼거려본다.
일요일인 12월19일 (음력 16일)은 보름날 다음날이다.
오후 5시쯤 달이 뜨는가 바라봤더니, 수평선에 떠있는 배 한척에 노을이 환하게 비쳐졌다.
음력 보름 뒷날에는 달이 뜨지 않는 것인가....?
퇴근 준비 하다가 달이 뜬 모습을 놓쳤다.
퇴근을 하면서 바다를 바라보니, 음력 16일에도 달은 떴었고
마을버스 타러 가는 길에 바다에 비쳐진 달빛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번 음력11월 보름에는
알바하는 주말과 겹쳐져서 바다에 떠있는 보름달을 볼 수 있었음이 행운이 아니었나 생각해봤다.
어스름 초저녁의 겨울 해안가는 추운 바람이 설쳐댔지만 그냥 걷고 싶어졌다.
우두커니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것 보다는 해안가를 걸어가면서 마을버스를 만나고 싶었다.
어차피 마을버스는 해안가를 한바퀴 돌아서 나가는 것이니까
마을버스가 오는 방향을 따라서 걷다보면 발걸음도 쓸쓸하지 않고, 춥지도 않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수없이 드나드는 기장 해안가의 드라마 셋트장에도 어둠과 함께 야광불빛이 함께 했다.
한낮에 바라보는 풍경과는 또다른 풍경, 그래서 사람들은 밤에도 찾아오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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