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휴대폰으로 날씨를 보는 일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고, 흐린날과 바람 부는 날이 많았으면 날씨를 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 된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동해남부 해안가 기장읍이니까, 기장 날씨를 보면서 하루의 시작을 계획 해야 했다.
부산과 울산, 양산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기장은
어느 곳의 날씨에 맞춰야 하는가 애매할때가 있었기에
정확한 정보를 알려고 하면, 해안가라는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기장 날씨'를 보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
요즘 텃밭은 여름날 처럼, 매일 같이 풀을 뽑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
그냥 김장채소들이나 가을채소들이 벌레에게 공격당하지 않고 잘 크고 있는가?
가끔 확인하러 가면서, 필요한 채소들을 한웅큼씩 뜯어다가 식재료로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마침 텃밭에 갔을때,
하늘은 눈이 시릴 만큼 파랗고, 채소들은 넘칠 만큼 잘 크고 있었으며
코스모스꽃은 황송할 만큼 최고로 예쁜 모습이 되어서, 텃밭을 지키는 모습이 보기좋았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은, 노란 들국화가 제법 예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확한 꽃이름은 '산국'이다.
우리 텃밭에도 씨가 날아와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서 곧 노란꽃이 엄청 필 예정이다.
국화향기가 점점 더 짙게 다가올 것 같다.
해안가의 어느집 마당가에 해국이 피고 있었는데, 한마디로 입이 딱 벌어졌다.
마당은 온통 해국으로 뒤덮일 만큼, 어찌 그렇게 예쁘게 꽃을 가꿔놓았는지?
그냥 감탄사가 연발이다.
뜰앞 계단 옆에도 해국은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그런데 이렇게 예쁘게 가꿔놓은 해국도
해안가에서 해풍을 맞으며, 제멋대로 자라는 갯바위 위의 해국보다는 무언가 1% 부족한 것 같았다.
비닐 하우스에서 키우는 채소 같은 느낌이었지만
꽃을 가꾸는이의 정성이 있었기에 그냥 예쁘게 봐주기로 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빈 들판이 생겨나는 곳에
노란꽃인 '미국미역취(서양미역취)'가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다지 예쁜꽃은 아니지만, 빈 들판에 홀로 서있는 모습이 그럴듯해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10월의 끝자락을 멋진 향기로 장식하는 꽃이 있다.
사람들은 꽃 향기가 먼곳 까지 날아간다고 해서 천리향이라고 부른다는데, 정확한 이름은 '금목서'이다.
집 주변 곳곳에 어찌 그리 많이들 심어놨는지?
10월의 꽃향기라고 해도 괜찮을 만큼, 공원길에도 시골동네에도, 아파트 뜰앞에도 엄청 예쁘게 꽃이 피고 있다.
금목서의 꽃향기....
창문을 열어놓으면 집안 까지 들어오는 향기가 가을 끝자락 까지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하는 바램이다.
금목서 꽃을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어 놓고보니
가장 즐겨먹는 스낵과자 '인디언밥'과 비슷했다.
한웅큼 손에 쥐고 입으로 끌어넣는 과자처럼 고소하고 맛있게 생겼다는 느낌이다.
맑고 깨끗한 파란 하늘가에 붉은 감이 주렁주렁....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멋진 풍경이다.
쳐다보기만 해도 풍성해 보이는 감나무의 감이 어느집 마당가에서 한껏 폼을 잡고 서있었다.
감나무에 매달린 주홍색깔의 감보다는 약간 밋밋한 색깔 '유자'이다.
따끈한 유자차가 생각나는 계절에, 어느집에는 감나무 대신 유자나무에 '유자'가 주렁주렁이다.
아파트 주변의 시골동네 한바퀴를 돌다보면, 제법 국화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은 어수선해도 계절은 어김없는 것 같았다.
또다시 국화가 피는 계절....
꽃집에서 키워내는 화분속의 국화꽃이 아니라
마당가에서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 국화향은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한다.
텃밭 한켠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국화꽃
국화꽃에 이어서 '애기동백'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가을꽃의 릴레이가 남쪽지방의 겨울꽃으로 이어진다.
세월은 또다시 한해를 마감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음이다.
어둠이 찾아들기 시작하는 초저녁에 ,걷기운동을 하면서
시골동네 어느집 뜰앞에 핀 '애기동백꽃'을 만났다.
햇볕이 있는 한낮이었다면 더욱 예쁜 모습으로 만났을텐데, 꽃에서도 어둠의 그림자가 가득이다.
불빛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고, 시골동네 길에도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하는 초저녁 시간에
추수를 하다가 멈춰선 트랙터 옆에서 사진을 찍어봤다.
내일이면 빈 들판이 될 ,누런 들판의 마지막 모습에서 한해가 또 저물어가는 서글픔을 느껴보았다.
자꾸만 짧아져가는 하루 해의 마무리는 걷기운동이라서
길동무와 함께 길을 걸으며, 어두워져가는 초저녁 하늘에서 유난히 반짝거리는 별 하나를 보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초저녁 서쪽 하늘에 유난히 크고 밝게 보이는 별은 '금성'이라고 했다.
함께 길을 걷던 길동무 어르신의 말씀, 78년만에 처음보는 별이 왜그렇게 크냐고....
나역시, 초저녁 시골길에서 그렇게 큰 별은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인생을 새롭게 사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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