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에 찾아온 봄소식

nami2 2021. 3. 4. 22:08

봄에는 일주일에 2~3일씩 내려주는 비가 반가운 것인지, 아니면 불청객인지는 모르나....

여름에는 죽기살기로 내렸던 긴 장마비, 그리고 가을 부터 겨울 까지,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던 가뭄

지난해의 악몽이, 올해도 혹시라도 또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앞서는 요즘은

지난해 봄 처럼, 진짜 시도때도 없이 또 봄비가 내리고 있다.

약간의 꽃샘추위는 있었지만,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세상이기에, 그깟 꽃샘추위는 그러려니 하면서

비가 개인 후, 밭의 흙이 포실포실 해지기를 기다리다보면 또 비가 내리는 어이없는 나날에

어느새 밭에서는 머위의 새싹들이 앙증맞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제 내린 비에 흙탕물을 뒤집어 썼어도, 어린 새싹들은 꽃처럼 예쁘기만 했다.

 

억지로라도 뜯으면 한접시의 나물이 될 것 같은 '부지깽이나물(을릉도취)'이 몰라보게 자라고 있었다.

거의 매일 비가 내려서 땅이 마를때를 기다리다가, 어린순이 자라는 것도 지켜보지 못했다.

 

늦가을 까지 보라빛 꽃을 피우기에, 마른 꽃대를 잘라주지 못한채 겨울을 지낸 '쑥부쟁이'를

오늘 마른꽃대를 잘라주었더니, 그 밑에서 이렇게 새싹이 자라고 있었다.

다음 주 정도에는 쑥부쟁이 나물을 뜯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냉이 한포기를 지난해 7월 까지 뽑아내지 않았다.

새롭게 시작하는 텃밭에 냉이가 없다는 것이 서운해서 냉이 한포기로 씨를 번식시켜보자는 취지였는데

그 냉이 한포기의 씨가 온 밭을 휘젓고 다닌 느낌이다.

도랑가에도 풀밭에도, 부추밭, 달래밭, 파밭 할 것없이 온통 냉이가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그래도 또 내년을 위해서 냉이꽃이 피어서 씨를 번식하길 바래본다.

올 겨울에 세번 정도 냉이국을 끓여먹었다.

냉이는 한 겨울에 밭에서 캐다가 먹는 맛이 진국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지난해 심었던 '방풍' 2포기에서 하얀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몇개월 동안, 마지막 꽃이 사그러질때 까지 그냥 놔뒀더니, 늦가을에 꽃씨가 떨어진 자리에서 싹이 돋았다.

설마 겨울을 지내면서 방풍싹이 얼어죽을줄 알았는데, 봄이 되면서 몽땅 살아났다. 

생명력이 강한 것인지, 아니면 추위에도 상관없는 것인지

올봄에는 방풍나물도 제법 뜯어먹을 것 같다.

 

직접 키운 '달래'가 맛있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지난해 부터 달래농사에 신경을 썼다.

봄에 잠깐 캐어서 맛을 본후, 지루하게 일년을 기다려야 하는 달래였지만

예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이 꽤 흐뭇했다.

풋마늘과 섞어서 달래양념장을 만들어, 날김을 살짝 구워서 밥을 싸먹는 맛이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묘한 맛을 모를것이다.

 

엊그제 비오는 날에 옮겨 심은 케일이 흙냄새를 맡은후 기력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여름에 심은 당근의 꼬라지가 엉성해서 그냥 놔뒀더니

잘생겼거나 ,아직 미완성이거나 해도 봄에는 몽땅 캐내고, 다시 당근을 심어야 되겠는데

봄이라는 계절에 당근 싹은 예쁘게 돋아나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에 씨를뿌려서 겨울에 뜯어먹으려고 했던 '월동시금치'가 봄을 맞이했다.

가을 부터~ 겨울까지 극심한 가뭄 때문에 여짓껏 한번도 뜯어먹지 못했는데

잦은 봄비 덕분에 뜯어먹을 수 있게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뜯어먹을 나물이 지천으로 있는 봄날에 과연 시금치가 맛이 있을런지, 미지수이다.

 

겨울 추위가 심각해졌을때, 온통 얼어붙었던 '유채(겨울초)'가 이제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다른 겨울 같았으면, 겉절이도 해먹고, 쌈도 싸먹고, 국도 끓여 먹었을 귀한 겨울채소였는데

이번 겨울에는 단 한번도 귀한 겨울채소 역활을 못했다.

이것저것 채소들이 많아지는 봄날에 과연 얼마나 유채를 뜯어먹을 수 있을런지?

곧 노란 유채꽃이 피기 시작하면, 채소의 제 맛을 잃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봄이 되면서 가장 튼실하게 모습을 보이는 '쪽파'는 이제 부터 제철이다.

파강회도 해먹고, 파김치와 파전...

 

텃밭가에 쑥이 자라고 있었다.

냉이, 쑥, 달래, 머위, 취나물, 방풍, 참나물, 쑥부쟁이, 돌나물, 돌미나리...등등

시장에서 사먹기 싫어서 '들나물'을 직접 재배를 하면서 심심풀이로 씨를 받아 번식 시키다보니

우리집 작은 텃밭(20평)은 제법 괜찮은 나물밭이 될 것 같은 봄날이다.

 

대파 가격이 금값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해 기후조건이 대파가 금값이 되는 큰 역활을 했다고 한다는데

그래도 비가 너무 많이 내리고, 또 큰 가뭄 때문에 '대파'에게 생긴 역병을 몇번씩이나 인내심으로 치료해줬더니

대파 가격이 금값인지, 은값인지 신경 안쓰고, 잘 뽑아다 먹고 있다.

 

초벌부추는 보약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겨울을 지낸 부추밭에 진작 거름을 뿌려줬더니, 봄비를 맞고 잘자라고 있었다.

 

텃밭 옆 도랑가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당분간은 물걱정을 하지 않겠으나, 봄비치고는 너무할 만큼 자주 비가 내리니까 짜증이 나려고 한다.

파종할 시기에 자꾸 비가 내려서 ,땅이 마를새가 없으면 파종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완두콩, 옥수수, 상추, 청경채, 당근,쑥갓....씨를 뿌릴것이 줄을 서고 있다.

 

텃밭 주변에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데, 봄비는 시도때도 없이 자꾸만 내리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매화 향기는 좋은데, 비어 젖어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유채꽃이 피기전에, 복사꽃과 자두꽃이 피기전 까지는, 매화가 들판의 꽃이 되기를 바랄뿐인데

지금 이 밤에도 비는 계속해서 추적거리며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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