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좁다란 골목길 에서

nami2 2020. 8. 4. 21:59

 지속적으로 물폭탄을 쏟아냈던 동해남부지방의  긴 장마가 북상을 하면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세상...

 뉴스를 보면서 내가 겪었던 모든 것들이 다시 재현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복잡했다.

 침수되고, 고립되고, 농작물은 모두 망쳐버리고, 산사태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들은 

 대책없이 쏟아지는 물폭탄의 자연재해 때문이라는 것이지만, 속수무책 당해야 한다는 것이 그냥 기가막혔다.

 이제는 비가 그치려나, 뉴스를 보면 여전히 쏟아지는 빗물, 빗물, 빗물....

 장마가 끝이 나버린, 이곳은 한밤중에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한낮에는 폭염이고, 한밤중에는 열대야 였기에 ,지칠줄 모르는 매미는 입을 다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입에는 마스크, 그리고 한손에는 우산이 필수품이 되어버렸던 7월 한달은 끝까지 비와의 전쟁이었다.

 여전히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지만, 우산을 들고나가지 않아도 되는 8월은...

 폭염은 곧 입추(立秋)가 코 앞에 올것이니까 참아도 되겠지만, 마스크 없는 세상은 언제쯤인지

 폭염에 마스크는 진짜 미칠노릇이다.

 

  장마기간 동안 늘어난것은 쓸데없는 잡초들이다.

  환삼덩쿨이라는 무지막지한 잡초는 지붕을 뒤덮고, 울타리를 에워쌓았으며

  오래된 집들을 폐가처럼 만들어 놓는 것 같았다.

 

  기장읍성 주변의 동네길이다.

  물폭탄이 쏟아져서 이곳저곳에 침수되었다고 할때, 이곳에도 성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있었다.

  생각없이 길 따라 걷다보니 '접근금지' 팻말이 이곳저곳에 붙어 있었다.

 

       언뜻봐서는 멋스럽게 보였지만, 정작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니 폐가처럼 보여졌다.

       한달내내 내린 비에 잡초들의 세상이 된듯 싶었다.

 

  돌담장 위로 호박잎이 뻗어가는 것은 봐줄만 했다.

  시간이 갈수록 돌담위에 누런 호박덩이가 올라 앉아 있을, 가을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담장에는 여러가지들이 숲을 이루었다.

 사위질빵 넝쿨, 환삼덩굴, 담쟁이 넝쿨... 등등

 

   기장시장에서 기장읍성쪽으로 골목길을 따라서 무작정 걸어보았더니

   이곳은 도시개발이 전혀 안된듯....보존마을인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창고인지, 폐가인지, 구별을 할수 없었으나, 곱게 피어 있는 '상사화'가 눈길을 끌었다.

 

      미로같은 골목길을 따라서 걷다보니, 왔던길이 어딘인지 구별 못할 만큼 좁은 골목이었다.

      골목끝이 어디인지 궁금했다.

 

   좌 우 골목을 이렇게 저렇게 기웃거리다가  길을 찾았다.

   도로에 세워진 차가  등대가 된듯, 길을 잃어버려서 우왕좌왕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미로 같았던 원도심 골목의 끝자락은 나무가  수문장 처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늘 비가 내리던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다가, 비가 그친후 우산없이 길을 걷다보니
 더 걷고싶다는 생각에, 길을 따라서 무작정 도심의 끝자락인 시골 동네길로 접어들었다.
 긴 장마가 남기고 간 흔적들은 이곳저곳에서 침묵을 지키게 했다.

 길이 패이고 , 차도인지, 인도인지 구분못하는 흙더미가 쌓이고

 잡초가 무성한 골목길은 뭔가 모를 호기심을 만들었다.
 골목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좁다란 골목길은 미로처럼 구불구불, 왔던 길도 어디인지 헷갈릴 쯤에 다방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요즘 흔한 카페가 아닌 '다방' 그리운 단어였기에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성거렸지만 들어가지는 못했다.

 아주 오래전에 옛다방 처럼, 쌍화차나 계란반숙을 주문 받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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