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봄을 기다리는 텃밭 채소들

nami2 2019. 2. 16. 00:19

         하얗게 눈이 내린듯,  들판은  점점 화사한 매화꽃으로 장식되어 가고 있고, 바닐라향 보다 더 달콤한 것 같은 매향은

         봄의 전령사가 되어서, 겨울 추위에  움츠렸던 텃밭 채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듯 했다.

         꽃샘추위 처럼 다가온, 2월 추위는  1월보다 한층 더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차거웠지만

         그래도 앞다투어 피는 매화꽃의 화사함에 ,봄이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어 텃밭으로 나가보았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추위속에서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채소들이 활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

         재래시장에 나갔더니 시금치, 겨울초, 쪽파,쑥, 냉이를  팔러 나온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해녀분들은  바다의 해초들을 채취해서 가지고 나왔고,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은  텃밭채소들을 뜯어서 

         재래시장 주변을 풍성하게 했다.

         정월대보름을 준비하는 해안가의 재래시장은 먹음직스런 해초와 텃밭채소들이 한몫을 더한듯  더욱 풍성해보였지만

         우리집 텃밭의 채소들이 생각나서, 재래시장에서는 눈요기만 하고 텃밭으로 가보게 되었다.

                  그동안 날씨가 제법 추워서  모두 겨울잠을 자고 있을줄 알았던 '시금치'가 제법 자랐다.

                  이제부터는  텃밭의 채소들  덕택에 식탁이 풍성해질 것 같았다.

                    부지깽이나물(을릉도취나물)도  추위에 더욱 강해진듯 보였다.

                    모두 얼어죽은 줄 알았던 '케일'이 생기를 되찾았다.

                    3월 부터는 잎을 뜯어먹을 만큼 자랄 것 같았다.

                   11월에 시금치 씨 뿌린 것이 살아서 싹을 틔우고, 모습을 드러냈다.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처럼  아주 예쁜 모습이 되었다.

                  오늘 한웅큼 뜯어다가 겉절이를 해봤더니  달착지근하고  고소했다.

                  매화꽃이 피었으니  겨울초도 쑥쑥 자랄 것이다.

                  나물도 하고, 겉절이도 하고, 좀 더 크면  겨울초 김치도 담그고.... 할일이 많아질 것 같다.

                  완전히 얼어죽었다고 생각했던, 몇몇 '상추'가  전쟁터에서 무사귀환한  병사처럼 보였다.

                  무시무시한 추위를 떨쳐내고 ,살아남아서 얼굴을 보여주니 정말 기특했다.

                           고라니가 다녀간 흔적들이 있건만, 밭에 남겨둔 배추가 멀쩡했다.

                           고라니가  아군이었던가?

                            겨울을 견디어낸 배추는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런것들을 보약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양파도 제법 잘자라고 있었다.

                   마른 꽃대 속에서 겨울을 슬기롭게 보낸 것 같은 쑥부쟁이가  먹음직스런 나물로 성장을 했다.

                   마른 꽃대를 잘라내면  제법 많은 나물을 채취할 수 있을 것을 생각하니  기특했다.

                   나름대로 살아가는 법을 잘 아는 채소들이라는 것이  새삼 예뻤다.

                그물망을 씌워놓지 않았으면  벌써 고라니 뱃속에 들어가있을 상추가 봄소식을 전해왔다.

                이곳저곳에 고라니 발자국이 있었지만, 나의 고귀한 채소들은 모두 멀쩡했다.

                      상추밭, 시금치밭, 배추밭, 대파 밭들은  모두 손바닥만 했지만

                      그곳에서 더불어 함께 살았던 냉이가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온듯....

                      추위속에서도 두번 정도를 뜯어다 먹었는데, 또 뜯을 수 있을 만큼 자라 있었다.

                      곧 텃밭 가장자리에서 자란 쑥으로 국도 끓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겨울속에서  살아 있었음을  알리는듯한  치커리의 예쁜 모습이다.

               얼어죽은 '치커리' 틈새에서 ,뿌리를 내려서 겨울을 이겨낸 냉이가 오늘 저녁 식탁위에 올랐다.

                  텃밭에서 뜯은  냉이가 먹음직스러워서, 곧바로 반찬을 만들었다.

                  살짝 데쳐서  된장과 초장을 넣은후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무쳤더니 맛이 있었다.

                  냉이국도 맛있겠지만,  오늘 저녁에는 국보다는 냉이무침이 더 맛있을 것 같아서 해봤다.

                  다음 주 부터는  아마도  하루에 한나절씩은  텃밭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풀도 뽑고, 겨울을 무사히 탈출한 채소들을 예쁘게 단장시켜서 봄마중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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