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우환으로 텃밭 채소들 까지 수난을 겪고 있는듯 했다.
주말농장의 많은 텃밭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손질이 잘된 밭이 우리집 텃밭이었는데
여름 한철에는 병원 입원실에서 간병인 노릇 하느라, 곁눈질도 못할 만큼 바빠서 주인 없는 밭이 된 것 같았다.
채소는 제멋대로 놀고 있었고, 무지막지한 잡풀은 정글 숲을 만들었고, 가지, 오이는 볼품 없게 늙어 있었다.
마음이 콩밭에 가있느라고, 병원에서 돌아와서도 밭에 나가는 시간은 짧아졌고....
김장 채소 심느라고 바쁜 초가을에 손놓고 있을수 없어서, 대충 남들 하는대로 흉내를 내보았더니
이제는 제법 밭꼬라지가 잘 정돈 되어 가는 것 처럼 보였다.
부지깽이 나물은 혼자서도 알아서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텃밭 주변은 잡초가 길을 막았다.
주인의 손길이 필요한 '케일'은 제멋대로 벌레와 함께 잘 놀고 있었다.
폐에 좋다는 케일이기에 지금 부터는 소중하게 손질을 하기로 했다.
오이 넝쿨은 말라서 비틀어지고, 대충 뿌려 놓았던 쪽파는 뽑아 먹을 만큼 자랐다.
주인의 손길이 부족해도 잘 크고 있는 신선초, 치커리, 케일은
아픈 환자에게 좋은 녹즙을 제공하고 있어서 갑작스레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가을 무우 싹이 그런대로 예쁘게 나왔는데, 장대비가 밭을 망쳐놓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을 했더니 지금은 잘 자라고 있다.
배추 30포기를 심었다.
도중하차 할 것을 생각해서 30포기 심었더니, 1포기가 낙오 되었다.
상추씨를 뿌리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서, 상추 모종을 사다가 심어 놓았다.
8월 중순쯤에 상추씨를 뿌렸으면, 제법 예쁘게 싹이 올라 왔을텐데
올해의 8월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달이라고 메모 해놓고 싶다.
이른 아침에 텃밭으로 나가다보니까 , 부추 꽃 위로 흠뻑 내린 아침이슬이 참으로 멋져 보였다.
그 위로 눈이 부실 만큼의 찬란한 아침 햇살 까지!!
자연이 전해주는 아름다움도 살아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이순간 내 가족에게 생겨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그냥 서글프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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